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자

by 오동근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처럼 알람이 울리고,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끄는 순간부터 저의 하루는 마치 누군가가 미리 정해놓은 대본대로 흘러갔습니다. 양치질, 샤워, 옷 입기, 그리고 항상 똑같은 시간에 현관문을 나서는 일상. 회사로 향하던 길은 항상 같은 경로였고, 점심시간에 가는 식당도, 주문하는 메뉴도 대부분 같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 일상은 변화를 거부하는 안전지대 속에 단단히 갇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항상 같은 루트로 다니던 산책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보는 동네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렇게 발견한 작은 골목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내가 항상 마시던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풍부한 맛이었습니다. 이 우연한 경험이 내게 던진 질문은 "익숙함이란 편안함인가, 아니면 감옥인가?"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과 그 한계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추구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따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없었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없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저는 항상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지난번에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방식은 대부분 괜찮은 결과를 가져다주었지만 문제는 '괜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혁신적이거나 뛰어난 결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익숙함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치 말이 달릴 때 옆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눈가리개를 쓴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된 저는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기회, 새로운 아이디어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그날 우연히 발견한 카페를 시작으로 저는 조금씩 익숙함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부터였습니다. 평소와 다른 점심 메뉴를 고르거나 다른 산책 경로로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날은 집 근처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자주 먹던 보통의 샌드위치일 뿐인데 맛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들과 새들이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늘 가던 대형 쇼핑몰 대신 동네 재래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흥정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게다가 시장에서 산 채소는 마트에서 사던 것보다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왜 이제야 이곳을 발견했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제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흑백으로만 보던 TV가 갑자기 컬러로 변한 것처럼 제 주변 세상이 더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익숙함을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변화 자체에 대한 두려움.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인이 된 후에도 새로운 부서로의 이동 기회, 새로운 프로젝트 참여 권유 등 모두 익숙함이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맡은 일이 중요해서", "다른 사람이 더 적합할 것 같아서" 등등. 하지만 사실은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과 실패의 가능성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변화를 거부할수록 저는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적용하는데 저는 예전 방식만 고수하며 점점 도태되고 있었습니다.


성장은 불편함 속에서 옵니다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근육은 편안한 상태에서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통증, 불편함, 그리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있을 때 근육은 더 강해집니다. 우리의 정신적, 지적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이란 불편함을 감수할 때 비로소 찾아옵니다. 익숙함의 편안한 둥지를 떠나 낯선 영역으로 발을 내딛을 때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익숙함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일상의 루틴과 익숙함은 우리 삶에 안정감을 주고 정신적 에너지를 아껴줍니다. 매일 아침 양치질을 어떻게 할지, 신발 끈을 어떻게 묶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함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익숙함이 편안함이 되는 순간과 그것이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순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새로운 것은 좋고, 모든 익숙한 것은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랜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의 유대관계, 자신만의 취미 등 유지해야 할 익숙함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도적인 선택'으로서의 익숙함입니다. 그저 두려움이나 게으름 때문에 익숙함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 결과 제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취미를 발견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제 마음가짐입니다. 예전에는 변화를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변화를 기회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건 할 수 없어"라는 생각 대신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제 삶 전체를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고 있고,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그날 아침 잘못 들어선 골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익숙함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익숙함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부터 걸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눈을 떠야겠다"라는 생각과 실행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새로운 길을 걷자는 물리적 행동의 제안이 아니라 삶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새로운 태도를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일을 할지, 누구를 만날지 등 모든 결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것을 선택할 수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제 의식적으로 '불편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이해,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단지 개인적인 성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할 때, 우리는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고, 변화하는 세상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두려움, 불안, 실패는 항상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불편함 속에서도 새로운 편안함을 찾게 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익숙함이라는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으신가요, 아니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가요? 그 선택은 온전히 여러분의 몫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종종 우리가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설 때 찾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