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해 첫날의 마음이라면?

by 오동근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1월 1일만 특별해야 하지?"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그 하루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뭘까. 새해가 되면 괜히 마음이 정갈해지고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기잖아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책을 읽기로 하고,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그런 다짐들 대체 왜 대부분 1월 10일도 채 가기 전에 흐지부지될까요?


한 번은 저도 다이어리를 새로 사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30분씩 운동하기'를 목표로 잡은 적이 있어요. 다이어리 첫 장에 1월 1일, 단정한 글씨체로 그 목표를 써넣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죠. 그리고 3일을 지켰습니다. 3일 만에 작심삼일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체험했죠. 그 뒤로 다이어리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고 운동화는 현관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시작’이라는 걸 너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꼭 새해여야 하고, 꼭 월요일이어야 하고, 시간도 아침이어야 할 것 같고요. 하지만 그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정작 ‘시작’은 계속 뒤로 미뤄져요. “지금은 좀 애매하니까 다음 달부터 하지 뭐”, “이왕이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시 해보자”, 그렇게 타이밍을 재다 보면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또 한 해가 지나가죠.


많은 사람들이 1월 1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그날이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달력도 바뀌고, 분위기도 새롭고, 사람들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웃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새로워지는 기분이 드는 거죠.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1월 1일도 그냥 일상 중 하루예요. 평소와 똑같이 눈 떠서 밥 먹고, 출근하거나 아이를 챙기고,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일 뿐이죠. 달력의 숫자가 달라졌다고 해서 우리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1월 1일’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마음만 먹는다면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새로운 해의 첫날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오늘부터 다시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그 순간이 나만의 새해이고 시작점이 되는 거죠. 오히려 그렇게 매일을 1월 1일처럼 대하면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1월 1일에는 확실히 ‘다시 시작한다’는 긴장감과 집중력을 갖고 있거든요. 그 마음가짐이 매일 반복된다면 매일이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매일 같을 수는 없어요. 어떤 날은 의욕이 넘치다가도 또 어떤 날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을 수도 있죠. 그런 날까지 억지로 ‘1월 1일처럼 살아야 해!’ 하며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그날 하루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실천해 보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거예요. 그게 단 10분이라도 말이죠.


저는 이제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지 않아요. 대신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때 이렇게 생각해요.
‘오늘은 나에게 새해 첫날이다.’
그러면 어제 실패한 게 있어도 이상하게 용기가 생기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침을 먹을 때도,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업무를 하다가 잠깐 커피를 마실 때도, 그 순간들이 전부 ‘나의 새로운 시작’이 되니까요.

가끔은 주위에서 그래요. “너는 왜 그렇게 긍정적이야?” 사실 저도 그런 성격은 아니었어요. 과거에는 실패를 한 번 하면 한동안 의욕이 사라졌고 다시 시작하는 걸 두려워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대하자’는 단순한 생각이 삶의 태도를 바꿔놨어요.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이 결국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삶을 바꾸더라고요.


혹시 지금 어떤 계획을 미루고 계신가요? 오늘은 조금 애매해서, 이번 주는 너무 바빠서, 다음 달부터는 여유가 생길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자꾸만 시작을 뒤로 미루고 있다면 오늘을 여러분만의 1월 1일로 삼아 보세요. 새해 아침처럼 설레는 기분으로 작은 행동 하나만 해보는 거예요. 운동화를 신는 것, 책 한 페이지를 펴는 것, 메모장에 ‘나는 할 수 있다’고 쓰는 것. 그 작은 행동이 진짜 변화를 시작하게 해 줄 거예요.


다이어리의 첫 장은 1월 1일로 시작되지만 우리 삶의 시작은 언제든 내가 정할 수 있어요. 꼭 달력에 휘둘릴 필요 없어요.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혹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을 여러분만의 1월 1일로 만들어보세요. 매일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내 모습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 알게 될 거예요.
“아, 나는 매일 새해를 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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