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흉화복, 의연하게 마주하다

by 오동근

"이게 정말 잘하는 결정일까?" 몇 년 전, 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날 밤, 집 창가에 앉아 평온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때 그 순간의 혼란과 절망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결국 지금의 더 행복한 저를 만들어 준 시작점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단 하나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좋다' 혹은 '나쁘다'로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어떻게 하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의연하게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행운과 불운의 경계가 모호한 이유

한 번쯤은 들어봤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북쪽 변방에 살던 노인이 키우던 말이 도망쳐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것이 어찌 불행인 줄 알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 그 말이 좋은 말들을 데리고 돌아왔고 이번엔 사람들이 축하하자 노인은 "이것이 어찌 다행인 줄 알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노인의 아들이 그 좋은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는데 사람들이 위로하자 다시 "이것이 어찌 불행인 줄 알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변방에서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은 모두 전쟁터로 나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져 전쟁에 나가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실직 후 마음을 다잡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이것은 좋은 일이다' 또는 '이것은 나쁜 일이다'라고 판단하려 듭니다. 하지만 새옹지마의 교훈처럼 삶의 사건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우만 해도 그랬습니다. 실직은 처음엔 끔찍한 재앙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제가 정말로 열정을 느끼는 일을 찾아 나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승진에서 밀렸을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사업이 실패했을 때... 그 순간에는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인생은 마치 퍼즐과 같아서 하나의 조각이 어떻게 전체 그림에 기여할지는 모든 조각이 맞춰졌을 때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좋고 나쁜지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흐름 속에서 의연하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의학에는 '호근호용(互根互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음양오행의 이론에서 파생된 것으로 서로 다른 요소들이 같은 뿌리에서 나와 서로 의존하고 상호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우리 삶의 '좋음'과 '나쁨'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들 중에는 나중에 걱정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꿈의 직장에 취직했지만 그로 인해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들거나 건강을 해치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쁜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나중에는 축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제 실직 사례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이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서로 뿌리를 같이 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며 때로는 서로 변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어려움은 미래의 행복을 위한 필요한 과정일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은 미래의 도전을 위한 준비 단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실직 이후 2년간의 방황 끝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잃은 것은 분명 '나쁜 일'이었지만 그것이 제 진정한 열정을 찾게 해 준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호근호용의 관점은 인생의 모든 경험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사건들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 일만 잘되면 내 인생은 완벽할 거야" 또는 "이 실패 때문에 내 인생은 끝났어"라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의 씨앗이 됩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차근히 나아가기: 작은 행동의 힘

인생의 큰 변화 앞에서 우리는 종종 압도당하고 무기력해집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크고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행동들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차근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큰 산을 오를 때도 한 걸음씩 올라가듯 인생의 어려움도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실직 후 처음 한 일은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음은 하루에 한 곳씩 지원서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꾸준히 계속했습니다. 동시에 글쓰기 연습도 했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면서 제 생각을 정리했고 그것이 나중에는 작가의 꿈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은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이 주는 통제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더 큰 자신감과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행동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항해사가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확인하고 조정하듯 우리도 삶에서 작은 행동들을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를 찾아보세요. 그 작은 시작이 당신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떤 일이 좋을지, 나쁠지는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판단할 수 없으며 심지어 결과가 나온 후에도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할 수 있습니다.

새옹지마의 교훈처럼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호근호용의 원리처럼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서로 뿌리를 같이 하고 상호 의존합니다.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의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즉 자신의 행동과 태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매사에 다가오는 길흉화복은 내버려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차근히 해나가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인생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했느냐보다 그 사건에 어떻게 반응했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내려놓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우리를 더 평화롭고 충만한 삶으로 이끌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서둘러 판단하지 말고 그저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보십시오. 그리고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를 찾아 시작해 보십시오. 그 작은 한 걸음이 미래의 당신을 만들어가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하게 나아가는 당신의 여정에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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