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생겨요.

by 오동근

작년 서늘한 가을바람이 창문을 스치던 날, 노트북 모니터에는 이력서가 띄어져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준비해 온 경력직 지원서였습니다. 지원 마감까지 단 몇 시간 남았지만, 제출할지 말지 자꾸만 고민이 되었어요.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데 내가 될 리가 있을까?", "면접에서 떨어지면 와이프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인 결과로 가득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한 모습을 상상하며 포기해 본 경험 말입니다.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비하면서 생존해 왔습니다. "저 강을 건너면 무슨 위험이 있을까?", "이 열매를 먹으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이런 예측 능력은 우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본능은 종종 과도하게 작동합니다. 실제 위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내며 불필요한 불안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구직활동을 이어서 말하자면, 구직활동 기간 동안 이력서를 쓰면 쓸수록 자신감은 사라지고 의문만 커져갔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경력직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 경험은 너무 부족하지 않나?", "면접에서 긴장해서 실수하면 어쩌지?" 결국 지원서를 완성하고도 제출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기회는 흘러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두려워했던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로 인한 판단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스스로에 대한 실망, 그리고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무서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안전일까요? 시도하지 않은 선택들이 쌓여갈수록 제 안에는 더 큰 후회와 자책감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때 도전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실패보다 더 오래, 더 강하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결과에 집착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 평가 시스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결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자랍니다. 시험 점수, 대회 등수, 입학 성공 여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시되는 문화 속에서 자연스레 결과 지향적 사고가 형성됩니다.


둘째, 통제에 대한 욕구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을 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그 불안을 통제하려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해 두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덜 아플 것"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셋째, 즉각적 만족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성향입니다.

스마트폰 한 번의 터치로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과정보다 결과를, 기다림보다 즉각적 응답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과정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오해합니다. 그것이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계획 없이 살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정 중심 사고의 진정한 의미는 다릅니다.

과정에 집중한다는 것은 결과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목표와 비전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또한 과정 중심 사고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막연한 태도와도 다릅니다.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그 에너지를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쏟는 것입니다.


지난해 시작한 블로그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구독자가 몇 명이나 될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글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의 질과 일관성뿐인데 쓸데없는 걱정만 한 것이죠.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매일 1편씩 양질의 글을 쓰는 것, 그것만이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과정에 집중하자 글쓰기가 즐거워졌고 주제 선정에 더 많은 정성을 쏟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블로그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독자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수확은 글쓰기를 통해 제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 것입니다. 결과를 쫓았다면 놓쳤을 과정의 선물들입니다.

결국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시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후회하게 될 것은 실패한 시도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한 기회들입니다.


지난해 꿈꿔왔던 창업을 시작했을 때도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오늘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더 이상 마비의 원인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모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인생은 결과만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매 순간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정입니다. 결과를 예측하고 두려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대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결과의 노예가 아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미루고 있는 그 일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말고 그저 첫 발을 내딛는 용기를 내보십시오. 그 한 걸음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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