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맛깔나게 먹는 저 할아버지가 궁금하다.
최근 몇년 전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서로의 MBTI를 묻는 건 첫번째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MBTI는 그 사람의 본질적인 성격을 드러낸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현재 어떤 심리 상태 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불확실한 지표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직관적으로 사람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MBTI는 시시때때로 바뀔 수 있지만 우리가 옷을 입는 습관, 즉 개인의 패션은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실제로 한 개인의 패션은 단순한 외적인 모습을 너머, 그의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직업이나 성격, 라이프스타일 등을 대변하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도구로서 작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회적 이미지가 유독 중요한 두 직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연예인과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연예인들의 패션에는 매우 집중하지만 정치인들의 패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패션과 그의 정치철학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 나이로 80세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에는 대략 5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그의 정치인생 시작은 배트남전이 한창이던 197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NYTimes의 Guy Trebay는 기사 "Some Notes on 100 Days of Biden Style"에서 조 바이든의 패션을 ‘good-looking’ 스타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정갈하고 깔끔해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미국인’의 이미지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에 만들어진 미국 대통령 스타일의 전형입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을 비롯해 비슷한 연배의 미국 남성 정치인들이 추구해 온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비서들 중 한명은 인터뷰에 조 바이든의 패션에는 또 다른 철학이 숨어있었음을 시사합니다. 그의 패션에 있어서 제일의 키워드는 “Cool Grandpa”였다고 합니다. 즉, “멋있는 할아버지”의 스타일을 보여주려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 토론 자리가 아닌 곳에서는 네이비 자켓에 다른 색의 하의(주로 짙은 회색), 오픈넥 줄무늬 버튼다운 셔츠를 주로 입었다고 합니다. 또, 원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보다 포멀한 구두들을 주로 신었는데, 스타일리쉬함을 더하기 위해 이 시절에는 드라이빙 모카신을 종종 신었다고 합니다. 표심을 얻기 위해 보다 캐주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죠. 사석에서 매우 편안한 옷차림을 즐겨 입어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이후 그의 패션은 한 마디로 “정제된 깔끔함”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코로나 시기 이후로, 깔끔하게 정장을 딱 차려입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딱 떨어지는 클래식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재택근무도 늘었고, 사회적인 트랜드도 옷을 입는 데 있어 격식보다는 유용성과 합리성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완벽한 핏으로 본인에게 맞춤 제작된 정장을 항상 입습니다. NYTimes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Todd Snyder는 “조 바이든의 정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재단되어있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그는 ‘아카데이 시상식에 오르는 남성 배우들의 정장도 그 핏이 이렇게 완벽하지는 않다’고 덧붙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정갈한 핏의 옷은 이제는 조금 올드한 패션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몇몇 젊은 정치인들은 너무 칼같은 각의 정장을 입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80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런 깔끔한 패션이 더 젊은 이미지를 준다’고 Esquire의 편집장인 Michael Sebastian은 밝힙니다.
그리고, 그의 패션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에비에이터 선글라스입니다.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는 1950년대부터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착용하며 대유행을 몰고 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나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의 로버트 드 니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 수 많은 스타들이 착용하며 여러 세대를 거쳐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이 아이템을 통해서 그는 그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중산층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평험한 시민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가끔 핀으로 된 성조기를 수트에 착용하고 나오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각국 리더들이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고 본인의 애국심을 은연중에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더 나아가 성조기 핀을 착용하는 것을, 그가 종종 강조하는 국가통합의 중요성과 ‘American Spirit’를 강화해야한다는 발언과 연관지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 역사 상 최고령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그의 패션에 있어 그저 올드한 할아버지로 남거나 어설프게 젊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적절히 그 비율을 섞어가며 그 누구의 스타일도 아닌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또, 패션에 본인의 정치철학과 지지 기반에 대한 고려를 자연스레 녹였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이 또다른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그가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브랜딩한 과정을 살펴보며 인사이트를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