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立春) -> 난춘 (亂春)

따스한 봄이 아닌, 환란의 봄으로

by Horizon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3주차가 되었다.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들려오는 한국어들,
그리고 밤을 깨우는 휘황한 네온사인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내 마음만은 예전 같지 않다.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는 그저 ‘낭만’이라 부르며 발을 디뎠지만,

어느새 나태함에 젖어 책도 읽지 않고, 이곳 브런치 또한 한동안 방치해두었다.
물론 마무리해야 할 서류 작업들이 있었지만, 그런 변명은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2월 4일. 입춘 (立春)


여전히 해외의 달력에 익숙한 내 캘린더에는 Queen’s Birthday 같은, 한국과는 무관한 휴일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네이버를 열어보니 오늘은 ‘입춘(立春)’이라고 한다. ‘설 립(立)’에 ‘봄 춘(春)’, 봄이 서는 날.


얼어붙은 공기가 조금씩 풀리고, 온도도 마음도 천천히 영상으로 올라가는 시기다.

봄의 싱그러움, 벚꽃의 향연, 왠지 모르게 들뜨는 이 기분이 반갑다.
한국의 봄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였던가.
핑크빛으로 물든 그 따뜻한 계절은

나를 설레게 한다.


따스한 봄이 아닌, 환란의 봄 난춘 (亂春)


문득,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다 새소년 밴드의〈난춘〉이라는 곡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이들이 ‘난춘(暖春)’을 따뜻할 난(暖) 의 봄 춘 (春) 즉, 따뜻한 봄이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 노래의 ‘난춘(亂春)’은 ‘어지러울 난 (亂) 의 봄 춘 (春), 즉 환란의 봄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고요히 죽어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 곡을 작곡 하였다고 한다.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봄이라는 계절이 꼭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대 나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입을 꼭 맞추어 내 숨을 가져가도 돼요.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숨이 벅차오를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그 숨이, 언젠가는 서로를 아프게도 한다.


오 그대여 부서지지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봄의 바람은 따뜻함과 동시에 차갑다.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지만,
그 이면에는 늘 헤어짐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그래서 봄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계절이다.
설레지만, 어지럽고, 뜨겁지만 아픈.

그럼에도 노래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결국 사랑도, 계절도, 삶도 그저 ‘살아내는’ 과정인지 모른다.

벚꽃이 피고 지듯, 우리의 마음도 피었다가 흩어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봄이 서는 것처럼.

올해의 봄은 아마 조금 다를 것이다.
어지럽고, 따뜻하고, 어딘가 서글픈, 그런 환란한 봄, 난춘(亂春)이 나를 찾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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