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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한 자세를 즐기는 맑은 눈의 운동러

필라테스에 푹 빠졌을 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글을 꾸준히 쓰려는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냥’이라는 말로 밖에 나타낼 수 없는 나의 표현력과 어휘력을 늘려보기 위함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은 마음껏 나열할 수 있는데 그것이 왜 좋은지, 어떤 점이 좋은 지를 표현하는 데 아직도 한계가 있다. 그중 하나가 필라테스다. 좋아하는 운동인데 왜 좋은지 설명하지 못하겠고 그냥 좋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집 앞에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여러 개 생기는 건 알고 있었어도 당장 달려갈 만큼의 관심은 없었다. 언젠가 한 번쯤 상담받겠다는 생각만 한지 2년 정도?! 확실한 계기가 생기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사람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호불호에 있어서는 부지런하면서도 단호함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다.


필라테스를 금세 시작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유행의 흐름에 편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유행할 때 사람들이 몰리는 종목에 쉽게 다가가지 않고 오히려 신중해지는 편이다. 한 발자국 물러서 그게 나에게 잘 맞을지 재미있을지 신중하게 지켜보는 편이라서 섣부르게 시작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남들이 좋아하는 운동이라고 해서 나와 맞을 거라는 기대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복싱 쪽에 끌려서 체육관으로 상담 간 적이 있다. 이왕 운동할 거면 제대로 힘들게 해 보자는 생각으로 복싱 상담을 하러 갔다. 우락부락한 관장님이 나와서 회원 혜택을 설명해 주시고, 체육관을 한 바퀴 둘러보게 했는데 이 날 등록할 의사는 90%까지 높아져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10%는 불쑥 겁이 생겼던 것이다.


복싱 3개월 정도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럼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6개월은 목표로 하세요. 제대로 해보고 싶으면 해 보시죠.


 별거 아닌 말에 졸았다. 진짜 제대로 복싱을 하게   같은 느낌이 덜컥 들면서 뒷걸음질 치듯이 집으로 와버렸다. 전신운동이 되는 복싱을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지만 저질 체력을 감당하는  여간 쉬운  아니어서 걸레처럼 터덜터덜 돌아올 것이 뻔한 나는 미리 겁을 먹고 말았다. 한동안 복싱을 등록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필라테스를 등록하게 된 건 계기가 있었다. 피부관리숍에 테스트 관리를 받아보러 갔을 때, 거꾸로 누워있는 나를 향해 피부관리사가 해준 말이 있다.


고객님, 자세가 너무 심각해요. 그동안 허리  아팠어요?
누워있는 자세부터가 뚤어져 있어요.
지금까지 두통이나 어깨 결림 같은  없었어요?
어때가 너무 딱딱한데 그간  딱딱한 어깨로 어떻게 살았대?
도수치료나 필라테스를  받아보세요.

괘념치 나를 보며 피부관리사는  번이고 거짓말이 아니니 지금이라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노화된 피부를  펴고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는 말보다, 당장 자세를 고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 그날 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신규 회원이 됐다.


필라테스는 속근육을 쓰기 때문에 50분 동안 캔포머와 바렐을 번갈아 수업하더라도 못 걸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아프지 않으니까 퇴근하고 일주일 두 번 까지 너끈히 해낼 수 있었다. 몸이 점차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코어 근육을 쓰면서 해낼 수 있는 동작들이 많아질수록 기분이 더 좋았다. 내가 이런 자세도 할 수 있구나. 오들오들 떨리던 근육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것이다.


나는 필라테스가 좋아진 이유를 이제는 ‘운동을 하고 나면 근육이 쫄깃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말한다.

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뭉친 근육이 풀리는 느낌도 들고 유연성도 함께 잡아주니까 몸이 전체적으로 단단 아니 딴딴 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필라테스가 좋은 이유다.


얼마 전 집 앞으로 다니던 필라테스에 연장 등록을 했고 나는 곧 있으면 필라테스 1년째에 접어든다. 게을러서 말로만 운동하던 나는 고난도 동작을 자주 가르쳐 주는 필라테스 선생님을 따라 듣기도 하고, 아침잠이 많아도 오전 첫 번째 반에 들어가 아침잠을 필라테스로 깨우는 습관이 생겼다. 심지어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졸던 내가, 이제는 필라테스를 하면서 아침잠을 상쾌하게 깨우는 정도가 됐다.


수영 다음으로 인생 운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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