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ns May 21. 2021

마지막 독일 직장 이야기

독일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이제 어느덧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한지도 7년이 되어간다. 돌아보니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7년 동안 한번 회사를 바꾸는 이직을 했고 총 4번 부서를 바꿨다. 회사를 이직하는 것은 당연히 나의 의지였고 부서이동도 내가 희망한 경우도 있었지만 어떨 땐 회사의 사정으로 부서를 옮긴 적도 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여러 번 부서를 바꾸며 일하다 보니 어떤 한 분야를 깊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여러 부서를 돌며 그 분야에서 10년 혹은 2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은 정말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다운 모습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어떤 분야에 오래도록 그리고 깊이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까지 여러 분야를 경험한 게 싫지는 않다. 내연기관 엔진부터 자동차 외장 디자인, 기술인증 그리고 수소자동차 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를 보고 경험할 수 있었던 건 분명 나에겐 큰 행운이었다.

여섯 번째 직장 이야기를 통해 독일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내가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며 직장 이야기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나는 지금까지 이직과 부서이동을 많이 해왔었는데 그러면서 경험한 건 새로 부서에 들어간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주어진 업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몰라서 물어보면 답을 해주지만 그 전엔 내가 눈치껏 알아봐야 한다. 일적인 부분 말고도 회사 내에 여러 가지 직원을 위한 혜택이 있는데 그 역시도 내가 잘 찾아봐야 한다. 누가 내게 와서 우리 회사에 이런 이런 복지와 혜택이 있다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언제는 내가 업무를 하던 중에 필요한 접근 권한이 있었는데 이 접근권한은 내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접근 권한이었다. 그리고 그걸 부서에 들어간 뒤 반년만에 알았다. 그리고 동료에게 묻자 얼른 교육을 신청하라는 말을 들었고 나는 교육을 들을 때까지 그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권한 없이 지내야 했다. 어느 날은 같은 부서에 있던 한 동료가 나에게 혹시 회사에서 휴가비를 보너스처럼 지급한다는데 그게 언제 얼마나 지급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전달해 줬는데 그 동료가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도 회사 인트라넷을 여기저기 뒤지며 중요한 내용들을 찾아보던 때가 생각났다. 마치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바다에 아이를 던져 넣는 것 같다. 부서에 배치되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하고 그 업무를 위해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서 찾아야 한다. 뭔가 회사나 부서에서 병아리와 같은 나를 품어주길 기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은 그리고 내가 경험한 회사는 적어도 신입에게 스파르타식이다. 

독일에 일하면서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무엇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같은 팀이지만 서로에 대해 무관심할 때도 많고 서로를 이어주는 끈끈함도 조금 덜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하는 환경과 복지와 같은 부분에서는 독일에서 일하는 것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유연한 출퇴근 안정적인 월급과 자동차 산업에서 누릴 수 있는 보장된 안정 등… 사실 일하는 것과 관련하여 불평할 만한 상황이 많지 않다. 그런데 일하면서 외롭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감정적으로 어려움이 찾아온다. 지금 내가 있는 팀에서 외국인은 나와 일본인 동료 포함 총 2명인데 100명이 넘는 부서에 사람들과 함께 어떤 행사에 있으면 마치 나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조용히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다 자리로 돌아오면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전에 함께 일하던 많은 한국 분들이 한국에 다시 돌아갔다. 그중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근무환경이 좋은 독일을 떠나 다시 한국에 들어간 이유가 가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전에 어떤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인데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한 아나운서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당시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진행자가 그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냐고… 그러자 그 아나운서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간절하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내가 독일에 와서 인턴 자리, 직장을 구하는 모든 순간에 그 대답을 생각했다. 나는 정말 다른 이들보다 이 회사 이 자리에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한지…를 늘 생각했다.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이고 어쩌면 비슷한 학위나 경험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 나를 뽑으려는 마음이 굳이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간절해야 했고 간절하니 더 많이 노력하게 되었고 더 노력하니 다른 독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만한 많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다. 이제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그때 당시 나에게 있던 무엇을 위한 간절함은 분명 많이 없어졌다. 독일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로망과 환상도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다. 내가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의 회사들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다. 그들이 가진 완벽에 가까운 Quality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그런데 더 먼 미래에 이들이 마구 치고 올라오는 아시아의 회사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요즘 내 마음이 요동치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독일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내가 지금 있는 회사에서 쓰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하며 100년이 넘는 역사들을 지닌 독일의 자동차 회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독일 정년을 생각할 때 내가 만약 독일에서 은퇴를 한다면 난 아직도 30년 정도 더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내가 독일에서 은퇴를 맞이할지는 근데 잘 모르겠다. 근데 아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30년이라는 시간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지난 7년의 독일에서의 직장 생활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이전 11화 여섯 번째 독일 직장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