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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May 06. 2023

결혼의 짐

결혼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말한 것치곤 우리는 결혼결심을 만난 지 1주일 만에 하고 결혼준비를 2달 만에 진행했다.

결혼을 하면서 갸웃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우리를 향한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들에 순응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하기 전 '어떻게 결혼을 하셨나요?', '왜 결혼을 해야 해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물었는데 딱히 구체적인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어떤 기이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게 모든 이들이 입을 맞추어 이야기했다. 


그런 나에게 결혼을 하고 나서 '어떻게, 왜 결혼을 했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 또한 '몰라', '그냥'같은 상투적인 답을 내놓게 된다. 나도 어떤 기이한 흐름에 하게 되었다고 밖에, 느낌이 빡 온건 아니지만 인연이 있는가 보다 싶은 기회들을 내가 느꼈다랄까. 


어찌 되었건 일단 유부녀가 되었으니 왜,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결혼에 대한 답을 찾으려 되뇌진 않다만

결혼을 하고 나니 짐이라 여기는 순간들이 맞딱들여지게 된다.


어떤 것이 예상되는 목록들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짐같이 여기는 건 우리는 이제 하나라는 것.


물론 독립된 두 사람이 틀림없지만 결혼으로 엮인 공동체, 하나인 순간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건강과 서로의 위태로움 등이다.

특히나 결혼 이후에 면역력이 서로가 많이 약해졌는데 어쩐지 경험해보지 않은 건강상태에 좌절의 순간들이 부딪혀온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남편까지 같이 골골대니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때면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면역이 떨어진 게 인생의 최초가 아닐까 싶으면서 내 몸보다 남편의 건강을 더 염려하고 신경 쓰는 모습에 큰 피로감을 느끼면서

결혼 전 내가 얼마나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애정을 받았는지 여기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사랑만 꿀떡꿀떡 받아먹는 사랑둥이였음을 크게 느낀다.


그러다 보니 행복한 결혼이 종종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오늘 같은 경우도 남편에게 일이 있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가 '괜찮아'뿐이라는 사실에 조금 씁쓸했다. 물론 일이 안 나면 참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지탄하기보다는 '다치지 않아서,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참 다행이야'라는 위로가 어쩐지 그에게도 나에게도 좀처럼 닿지 않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짐의 순간들이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결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씁쓸하게 웃으며 전화는 끊었는데 이상한 기분의 여운이 계속 남아있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분명 남편은 이런 어려운 순간에 누군가에게 오늘처럼, 내게 전화를 한 것처럼 마음을 달래려 전화를 했을까? 아마 내가 최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 끙하기 마련이었는데.


결혼을 준비하며 남편과 대화를 했을 때 이 사람은 혼자서 독립적으로 잘 살아온 사람이구나란 생각에 결혼한 후에도 서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존중하며 잘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의 전화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순식간에 서로에게 큰 존재가 되는 이 광경이 내게는 참 낯설면서 짐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어쩐지 너무 기대하게 될 관계가 되는 것에 걱정과 두려움이 동반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결혼생활을 꾸려가야 할지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다.


지금은 서로가 건강 좀 했으면 좋겠는, 그게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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