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을 아주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와 같이 와이프와 집 앞에 있는 대형 매장에 놀러 갔었다. 이리저리 아이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장난감 코너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여러 프라모델 제품이 있었다. 프라모델들을 보니 고등학교 시절 탱크 프라모델 한 두 개를 만들던 기억이 나서 와이프에게 오랜만에 하나 만들어 봐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러더니 와이프는
"탱크는 못생겼다.(?) 차라리 이걸 만들어봐"라고 하며 그 옆에 있던 건프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원래 건담을 알지도 못했었고, 로봇에 대해서는 어린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편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애들이나 가지고 놀 로봇을 내가 왜 만들어"라고 했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 집엔 그 애들이나 가지고 놀 만한 로봇들이 10개 이상 전시되어 있다.
이렇게, 아주 우연히, '하나 사볼까' 에서 시작한 건프라는, 나의 취미 1호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되지 못했다. 이런 내게 건프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완벽한 의미의 창작은 아니지만, 불완전한 창작을 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이미 조형된 플라스틱을 가지고 조립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것이지만, 내 손으로 플라스틱 부품들을 떼어내고 그것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정도의 창작도 내 창작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단순히 부품을 떼어내고 그것을 가지고 조립하는 것에서 시작한 건프라 활동은 그 범위가 더 확장되는 즐거움도 있었다. 조립된 건담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해줄 수 도 있고,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원하는 색깔로 칠을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못하지만 기존에 있던 부품의 형태를 변형시켜 나만의 건담을 만들 수 도 있을 것이고 하나의 장면을 연출해내는 디오라마를 만들 수 도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창작 해서 시작한 건프라가 조금씩 완벽한 의미에 가까운 창작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건프라를 통해 내 머릿속 상상을 현실에 꺼낼 수 있었다.
평소 액션 소설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상상은 머릿속에서만 할 수 있었을 뿐, 그것을 현실에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었다.
이런 내게, 내 손으로 완성한 건프라는 내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꺼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상상 속 주인공의 포즈를 잡게 할 수도 있었고, 상상 속 액션 장면을 연출할 수 도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지금은 만들 줄 모르는 디오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좀 더 완벽하게 상상 속 액션 장면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글쓰기를 합치면 어떨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건담으로 글쓰기"이다.
건프라를 취미로 즐기며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옮겨볼 생각이다. 이 글들은 건담에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이나 건프라 제품에 관한 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글을 쓸 만한 건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뿐더러, 나는 대단한 모델러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통해 글을 쓸 생각을 하니 앞으로 어떤 글이 써 질지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