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AND, MBTI, 애니어그램이 알려준 나
학교에 다닐 때든, 졸업을 해서든, 주기적으로 심리 검사나 상담을 받는 기회가 많았다. 심리 검사와 상담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때만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늘 나에 대해 더욱 깊게 알고 싶고, 나를 명확히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다니는 사람인데, 심리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런 것이 잘 충족되어왔다. 그래서 심리 검사나 상담에 대한 부담이나 장벽이 전혀 없었다. 늘 '이번엔 나의 어떤 면을 접하게 될까, 어떤 고민의 실마리를 얻게 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편하게 상담센터를 드나들었다. (그나저나, 복리후생 차원에서 상담을 받으러 다닐 때는 몰랐는데, 상담이나 검사 한 번 하는 게 꽤 비싼 것이었더라!)
♪ Younha(윤하) - ほうき星(Houki Boshi / 혜성)
https://www.youtube.com/watch?v=u38qfqeb5RM
직업적 성격 유형론에 근거하여 제작된 적성 검사이다. 일에 대한 흥미나 유능감 등을 파악하여 진로 유형을 R(실재형) - C(관습형) - E(기업형) - S(사회형) - A(예술형) - I(탐구형) 6가지로 분류한다. 검사 결과 나는 R, A유형 순으로 높게 나왔다.
성실하고 소박 솔직하며, 직선적이고 말이 적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적, 독창적이고 개성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흥미는 질서 정연하고 체계적인 기계나 사물, 자연을 다루고 관리하는 신체적 기술이나 전문성을 발휘하는 활동을 좋아합니다...(중략) 능력은 기계를 다루거나 체육 운동을 하는 것, 그리고 수공, 기술적 능력이 있고...(후략)
R(실재형) 유형은 몸을 움직이는 일에 흥미가 있고 진로/직업 중 대표적인 게 스포츠학과, 운동선수였다. 설명 중에 체육 운동 능력이 있다는 부분이 의아했다. 그리고 가장 높게 나온 두 유형이 R(실재형), A(예술형)이면 창작에 소질이 있는 것인데, 인문계열 학생이 A유형인 경우 글 쓰는 일이 잘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운동? 글쓰기? 난 그저 예술, 음악 관련 일만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한정 지어 생각했다. 게다가 나한테 제일 어려운 과목은 체육이랑 국어 과목이었다.(외국어 과목은 잘 되는데...?) 그래서 처음엔 '글쓰기와 운동이라니?' 하며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하루 중 수면과 식사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고 있는 활동이 글과 운동에 관련된 것이다.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고, 운동(을 비롯한 건강관리)에 관한 글을 쓰기도 한다. 과연, 10여 년 전의 적성 검사가 내 미래를 알고 있었던 것인가!
개인의 성격을, 4가지 양극적 선호 경향 지표를 조합할 때 나오는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성격 검사. 양극적 선호 경향이란, 에너지의 방향을 E(외향)-I(내향), 인식 기능을 S(감각)-(N)직관, 판단 기능을 T(사고)-F(감정), 생활방식을 J(판단)-P(인식)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행동과 사고에 있어 독창적이다. 내적인 신념과 비전은 산을 움직일 것처럼 강하다. 16가지 유형 중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단호하며, 때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 고집이 세다. 자신의 영감과 목적을 실현시키려는 의지와 결단력,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몇 년 전부터 꽤 핫한 성격 유형 검사이지만 역사는 50년 정도로 꽤 오래되었다. 나도 MBTI가 한국에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정도 동안 꾸준히 MBTI 검사를 해오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할 때마다 이전과 동일한 유형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검사 결과를 보며 상담을 받고 나면,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이 유형 결과를 보여줘보라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설명을 읽어주자마자, 그거 완전 내 얘기라고 한다. 저 인용문은 결과 해석에 나온 일부인데, 결과에 나오는 표현 하나하나가 나를 거의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자기 방식에 태클을 걸면, 피하려는 게 아니라 '이건 이래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얘기를 하려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누군가와 사소하게라도 부딪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납득시키기 위해 열심히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힘의 중심을 크게 머리, 심장, 위장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다시 3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9가지 성격 유형에 대한 검사. 2천여 년 전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격과 체질까지 구분하여 설명되기도 한다. 나는 9가지 유형 중, 힘의 중심이 심장에 있다는 '3번(성취자)' 유형에 대한 패러미터가 가장 높게 나왔다.
자아 이미지: '나는 성공적이고 유능하다'
성격 특성: 목표 지향적이고 유능하며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딜레마: 남과 비교하며 최고가 되고 싶어 경쟁적이다.
시간 개념: 시간이란 나에게 성취를 위한 중요한 수단과 자원이다.
뭔가를 계속 이루며 얻어야 하고, 가진 건 절대 잃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이게 하도 심해서 내 노래의 가사에 '얻지 못할까봐 두려웠다'는 내용을 쓴 적도 여러 번 있다. 심리 상담을 가면 이 강박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했다. 뭔가를 계속 만들고, 어려운 걸 해내고, 업적을 쌓으면서 얻는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이 내 삶의 큰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게 지속되지 않고 멈춰있으면 내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것이 점점 녹아내릴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운동을 오래 하다가 며칠이라도 쉬면 근손실이 발생할 것 같은 불안함처럼 말이다. 휴식기가 되면, 그동안 일 때문에 제쳐둔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서 그 속에서 허덕이는 느낌이었다. 시간 활용이 비효율적이면 극도로 불안해했다. 항상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않았다.
나중에 깨달은 또 다른 것은, 나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점이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영감과 새로운 배움을 얻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와, 멋지다!'라며 본받고 싶어하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어린이일 때부터, 주변에 친구가 많은 애들이 항상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곡을 쓰고 무대에서 연주를 하면서부터는, 내가 뭔가에 유능하고 특별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해 주고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공연이든 강연이든 무대에 오르는 것을 딱히 어려워하지 않는 성향이 된 것도 가다. 일반인이었다가 유튜브나 SNS로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 나보다 어린데 이미 경력도 많고 팬들이 열광하는 연예인을 보면, 사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유명한 게 너무나 부럽다.
성취욕과 명예욕이 강하다는 애니어그램 3번 유형이 바로 나다. 스스로 한참 후에 깨달은 것을, 애니어그램의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