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모두 추억으로 남을 때까지
길에서 한 꼬마아이가 저에게 사탕을 건네었습니다.
그러고는 홀연히 가던 길 가려던 이름 모를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형한테 이거 왜 주는 거야?"
아이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지나던 길에 있어 주었다 합니다.
아이가 떠난 그 길 위에서 한동안 멈추어 서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결코 믿지 않던 세상의 세 가지 진리를 믿어보려 합니다.
세상에는 목적 없는 사랑이 존재하였음을
여태껏 그 목적 없는 사랑을 받았었음을
존재 자체만으로 그 이유가 충분하였음을
<길의 이유>
오래 쥐고 있어 끈적해진 사탕을 입에 밀어 넣고
이유 없는 사랑의 이유를 찾는 것에 목매지 않겠다 다짐하며
이유 없는 사랑을 말없이 건네줄 수 있는 어린아이가 되어보려 합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의 의미를 알고 싶지만,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신중하지만 항상 진중하지만은 않아 볼까 합니다. 혼자 걷는 것은 외롭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 우연히 만날 어른들이, 앞으로 걷는 모든 걸음의 이유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