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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Dec 13. 2020

화려한 브랜드

우리는 절대 망하지도, 엎어지지도 않는다.

슴슴한 맛의 영화를 오랜만에 봤다.

로보트 영화나, ‘펑펑펑’ 터지는 액션 영화처럼 자극적이진 않아도, 가끔씩은 화면도, 그리고 구성도 화려한 것 하나 없는 그런 영화들이 더 자극적으로 다가 올때가 있다.


‘행복을 찾아서’도 그런 영화 중에 하나다. 일 년에 몇 번.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보는 잔잔한 영화들의 리스트가 있는데, 행복을 찾아서나, 캐스트 어웨이, 내 어깨 위 고양이 밥같은 영화들이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근데 영화들이 흘러가는 구성은 다 슴슴해도, 그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자기가 처한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영화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생각해보니, 요즘 내 표정이나 삶의 태도, 글에서 ‘행복’을 읽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좋겠다. 부럽다는 말과 함께, 어느 분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냐고 묻기도 하고, 어느 누구는 내가 즐겁게 보내는 이 시간을 자신과 비교하며 더 낙담하기도 했다.


34살의 내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28살의 내가 생각난다.


28살 딱 이때 쯤의 나는 자존감 없고 맨날 울면서 출근하던 사람이었다. 출근 시간보다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하면, 회사 앞 작은 공원에서 10분씩은 울곤 했다. 그때의 내가 맨날 부러워하던 사람들이 딱 34살의 나같은 사람이었다. 어느정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SNS를 보거나 혹은 만나면 듣는 그 일상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있는 사람들.


그땐 저런 사람들은 뭘 했길래 저렇게 그래도 만족하며 살까.. 나는 왜이럴까 고민이 참 많았는데...


이제와서 보면 그 과정을 다 지나오면서 얻은 생각과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모두가 다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나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행복하기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하고 말이다. 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현실을 인정해버리고 나니, 또 생각이 더 가지를 쳐서 퍼져 나갔다.


요즘 사람들 100살까지는 산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서른 살도 안되었잖아? 근데 지금 내가 당장 원하는게 내 손에 없다고 내 삶 전체가 망가진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이른게 아닐까?


이때부터 독기와 의지를 가지고 찾으려고 노력했다. 인정을 했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진 않다. 하지만 미래의 나도 그거란 법은 없잖아’하고 말이다. 당장은 행복하거나 만족하지 않아도, 그리고 어느 땐 찾은 것 같다가 금방 놓쳤다 싶은 순간에도 계속 계속 노력 했다. 일적으로도, 일상에서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최소 조건들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런 곳과 사람들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했다.


더럽고, 치사하고, 짜증나고, 미치도록 미운 것들이 있어도, 나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그게 아니어서 힘들어도 일단은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계속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주위와 내가 쌓아온 것들을 되돌아 봤는데, 신기하게 울보였던 28살의 나는 없어지고 탄탄한 서른 초반의 내가 보였다. 삶을 의지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력이 생겼달까.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생긴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장은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요소들이 나를 더 잘 살아가게 할,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줬다.


지금 모두의 순간이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미래가 지금과 똑같으리는 법도 없다. 빠른 자기 인정과 함께 삶을 살아갈 길고 단단한 의지가 있다면, 확신한다. 절대 똑같지 않을 것이다.


자기 삶을 끌어갈 의지와 근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 과정에 서 있고, 마음의 근력이 생기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좀 적은 것 같다. 힘들겠지만 자기가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을 빨리 알고,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종이 한 장 뒤집는 것 같은 이런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우리의 내일 아침은 달라질테니까.

영화 <행복을 찾아서>


지금 무엇인가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면,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절대 망하지도, 엎어지지도 않는다. 우리의 마음 근력이 탄탄해지는 어느 날, 이 말을 곱씹으며 다시 한 번 더 확신할 것이다.


자기 삶을 끌고가고 있는 모든 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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