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섭 Oct 11. 2021

To. 이 편지를 읽을 모든 H에게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Episode-1]

To. 이 편지를 읽을 모든 H에게


제 지인 중 H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간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간호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공을 선택할 당시, 부모님의 권유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도 이 길이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결정한 것이었는데, 막상 실습을 해보니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거죠.


처음에는 참고 견뎌보려고 했습니다. 몸이 힘드니 일시적으로 든 생각이겠지 하고요. 4년이라는 시간을 버리기에도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H의 마음은 복잡해졌습니다.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거죠.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한계에 다다른 H는 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나누었던 대화를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언제’와 ‘무엇’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H는 언제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불안해 했습니다. 제가 대답했어요.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볼까요. 제가 알기로 요즘엔 30살에 취업을 해도 최소 50년은 더 일해야 한다고 합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세상에.. 저도 앞으로 45년은 더 일해야 하네요. 근데, 우리가 과연 이 세월동안 한 가지 일만 할까요? 아니, 20대 중반이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게 늦은 걸까요? 40대가 되어서라도 평생의 일을 찾았다는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 아닐까요? 이렇게 보면 ‘언제’라는 문제는 의외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H의 마음에 조그마한 불씨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느냐죠. google 검색 창에 'job'을 검색하면 엄청난 수의 직업들이 쏟아지지만,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라는 것은 검색해도 시원한 결과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어렵죠. 당연합니다. 두 번째 삶이라면 모를까, 우리가 겪는 매순간은 다 처음이니까요. 그래서 ‘무엇’을 정하는 것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무엇을 잘 정하려면 자기를 잘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저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아직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 개의 그 ‘무엇’들이 머리 속을 돌아다녀요. 나는 앞으로 A라는 걸 해보면 어떨까? 아니 B는?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그 ‘무엇’을 생각하는 순간마다, 저에게는 의사 결정의 기준이 있어요. '내 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것.' 이 두 가지입니다. 그 기준으로 저의 앞길을 저울질 해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자세하게 뜯어 본 뒤 만든 ‘나만의 기준’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선택한 그 ‘무엇’을 열심히 해보면서요. 기준을 가지고 살면, 불안 보다는 설렘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내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이 편지를 보는 당신도 H와 비슷한 ‘언제’와 ‘무엇’에 관한 고민이 있다면,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을 마치 제품을 들여다보듯 뜯어서 정확히 파악해보라는 것이요.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요소 등이요. 그렇게 찬찬히 나를 들여다 보면서 이 말도 꼭 스스로에게 해주세요.


지금 당장     아니다.


‘지금 큰 일났다’라는 ‘불안’이 오히려 당신이 할 큰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비록 지금 내게 사회적인 위치가 없더라도 나를 저평가 하지 마세요.

내가 선택한, 혹은 선택할 그 일이 얼마나 자기를 잘 파악하고 결정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는 다 ‘무엇’인가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대신 그 ‘무엇’을 정하는 것이 방향성없는 취업이나 맹목적인 열심이 아니길 바래요. 5년, 10년 뒤에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신을 더 잘아는 단계를 거친 다음,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H는 결국 간호학과에서 기획자 혹은 마케터의 길을 걸어보기로 하고, 자신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여전히 불안과는 싸우고 있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서 전 H의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이 편지를 읽고 가슴속에 무엇인가 꿈틀대고 있을 당신의 삶도 기대할게요!

늦은 밤 쓴 이 글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편지를 읽을 모든 H를 응원하며.

호섭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6]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