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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Nov 19. 2024

연문위키 - 16편. 왜 우리는 이러고 살까? ③

3.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게 된 이유.

번개가 치고 불이 난다고 생각하니 지금 봐도 무섭네요. 

250만 년 전 돌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인류지만, 밤은 여전히 너무 무서운 존재였을 거예요. 아직까지 '불'을 이용하지 못했거든요. 불은 그 어떤 맹수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고 느꼈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불은 번개가 친 후 마른나무에서부터 (그 당시 인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나타난 신의 물질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약 142만 년 전 몇몇의 용감한 무리들은 자연 현상으로 발생한 불을 가져와 생활에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불과 돌을 사용하면서 점점 더 똑똑해진 인류는 마침내 '인공적'으로 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나무를 비비는 도구를 이용했지요. 처음에는 양손으로 나무 도구를 비비다, 끈을 이용하는 기술도 사용되었어요.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창조 묘사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이야기에도 '불'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나옵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처음에는 신들이 인간에게 불을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서 불을 몰래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었지요. 그 죄로 인해 제우스에 의해 코카서스의 산에서 독수리에 쪼임을 당하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헤라클레스(Hercules)에 의해 풀려나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그리스 신화에도 나올 만큼 실제로 불은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었습니다. 전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전 세계로 인류가 이동한 것과 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나요? 그 당시 인류들의 삶을 상상해 보세요. 여전히 맹수들은 무섭고, 먹을 것은 부족했겠지요. 비와 바람을 피해 동굴 같은 곳에서 살았을 거예요. 


이런 환경에서 가장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둠? 추위? 맹수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아니에요. 그 당시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모기'였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자꾸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근처에 있는데도 모기가 보이지 않아 모기를 잡을 수가 없는 현실을. 게다가 이런 모기나 흡혈파리들은 여러 병균들을 옮길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가장 무서운 적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밤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불'을 만들어 낼 수 있자마자 모기들이 없는 더 추운 곳으로 이동한 거예요. 


유인원은 6500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밀림의 나무 위에서 붉은 열매를 먹으면서 살았어요. 800만 년 전 우리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에서부터 갈라져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지요. 약 400만 년 전부터는 똑바로 서서 2 발로 걸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하면서 초원으로 변한 아프리카의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생존을 했요. 그리고 결국 200만 년 전부터는 아프리카를 버리고, 모기를 피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인류 대이동이 시작되었어요. 그 결과 인류의 생존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확대됐지요. 

20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 동부와 아라비아 반도는 육지로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모기를 피한다는 열정만으로 아프리카에서 호주 대륙이나 아메리카 대륙까지 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을 거예요. 모기나 흡혈파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자나 사슴, 얼룩말과 같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무척이나 견디기 힘든 존재였을 테니, 다른 동물들도 모기를 떠나 이동했어야 하는데, 전 세계에 퍼져 사는 건 사람밖에 없거든요. 왜 사람만 이렇게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까요? 


너무 더워 혀를 내밀고 있는 북극곰

사람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있어 동물만큼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지구력(endurance)'입니다. 지구력은 오랫동안 어떠한 일을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을 말하는데, 특히 아주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요. 게다가 이렇게 뛰어난 지구력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도 있었고요. 물론 낙타나 썰매개들은 우리보다 더 지구력이 좋지만, 사막이나 겨울에만 한정적으로 힘을 낼 수 있으니 제외하자고요. 지구력으로 인간과 비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인 말도 30km 이후 구간에서는 인간보다 지구력이 훨씬 떨어진다고 해요. 


람의 지구력이 월등한 이유는 땀을 배출하면서 높아진 체온을 식힐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선풍기를 틀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도 땀의 기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에게는  선풍기나 부채질은 큰 효과가 없을 거예요. 빠르게 달리는 게 가능한 대부분의 동물은 혀를 길게 빼내고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행위로 몸의 열을 발산합니다. 치타는 이론적으로 한 시간에 110km를 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500m만 가도 지쳐서 쓰러질 거예요. 치타는 열을 밖으로 발산하지 못해서 회복력이 매우 나쁘거든요.



고대 인류는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다고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기 십상이었습니다. 뛰거나 걷다가 지쳐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우리의 몸에는 계속해서 걷거나 뛸 수 있도록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이 시기의 원시인들은 이 엔도르핀을 진통제처럼 이용했을 거예요. 현재는 마약보다 더 강력한 엔도르핀이 나오는 것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람은 다른 포유들에 비해 밥을 아주 조금만 먹어도 하루의 대부분을 걸을 수 있어요. 우리에겐 걷거나 뛰다가 조금만 쉬어도 금방 회복이 가능한 특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동할 때도 두 손을 움직일 수 있으니 이동하면서 식사를 하거나 심지어 사냥과 채집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길을 걸으면서 주로 하는 포켓몬고가 인기인 이유가 다 있겠지요? 


이러한 특성을 살려 인간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추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추격하기만 해서는 사냥을 할 수가 없겠죠.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또 하나의 능력은 바로 '투척력'입니다. 정확하고 강하게 던지는 힘을 말해요. MLB를 보면 시속 160km 이상의 속도로 공을 던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으니, 참 대단한 능력이긴 해요.


결국 그 시절 사냥꾼들의 사냥법은 아주 쉽습니다. 사냥감에게 창을 던져(투척력) 상처를 입히고,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는 눈(3 색각)을 통해 사냥감이 흘린 피를 보면서 계속 따라갑니다(지구력). 그러다 지쳐 쓰러진 사냥감을 잡는 거죠. 참 쉽죠?




이렇게 이동이 시작되었을 시기가 약 20~30만 년 전인데,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오늘날 이란 주변)에 도착했을 때가 약 12만~9만 년 전이었어요. 그리고 6만 5천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지역을 지나 호주 대륙까지 진출했지요. 그리고 알래스카를 지나서 아메리카 대륙에도 인류가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배를 만들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호주나 미국까지 갈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이 시기가 빙하기였기 때문입니다. 빙하기는 지금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4~5℃ 낮은 상태라 바다의 높이가 지금보다 낮아 호주까지도 배를 타고 진출했고, 아시아 동쪽에서 미국의 알래스카로 가는 길은 꽁꽁 얼어 있어서 건널 수 있었어요.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육지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죠?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느새 먼 곳까지 갈 수 있는 거지요. 불을 이용하면 어디서든 지낼 수 있고, 밤에도  불을 이용해 무서운 맹수나 벌레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 길을 가다가 배고프면 채집이나 사냥을 하면 되니 아프리카에서 중동을 거쳐 중국을 지나 알래스카를 통해 미국으로 가서 결국 남미 대륙 최남단까지 가는 거예요. 그냥 무작정 걸어서요.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나요?


당연하게도 이 이동이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얼마나 혹독한 이동이었을지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이 어려움을 잘 나타내주는 증거가 있어요. 이 당시만 해도 현생인류의 친척 뻘인 종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베이징인, 호모에렉투스 등 한 번쯤 들어본 종족들이죠. 하지만 이 인류의 대이동 과정에서 우리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종을 제외한 모든 인류의 친척들이 멸종하고 말았어요. 우리의 조상들은 그런 엄청난 위기를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극복하고, 정착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시금 선조들의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가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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