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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all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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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seongi Kim Dec 31. 2018

같은 게 아니고,

할아버님은 꼬장꼬장하셨다.
면담 중에도 나의 이야기를 막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셨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폭염과 폭우를 뚫고, 지팡이를 짚으며, 먼길을 할머니를 보러 오셨다.

할머님께서 편안히 소천하신 뒤, 할머님 곁에 의자를 하나 놓아드렸다. 할아버님께서 아직까지 온기 가득한 할머니 옆에서 나지막이 기도를 하셨다.  

임종 선언 후. 할아버님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드렸다.


"할머님,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신 것 같아요."
"아니야!. '좋은 곳'으로 가신 것 같은 게 아니야."
"네?"
"좋은 곳으로 갔어!, '가신 것 같은 게'아니고."


그는 의례히 가는 큰 병원 장례식장으로 할머니를 모시지 않고,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즉슨, 마지막으로 집에서 할머니를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 드리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지팡이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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