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RRR 프레임워크로 분석해본 텀블벅 #코드스테이츠 PMB 8기
2020년 연말 기준,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이 누적 후원 금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2011년 태어난 텀블벅, 덕분에 누군가의 머릿속에 숨어만 있었던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들이 세상에 참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지갑 사정이 좋지 않았던 학생 시절에도 텀블벅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산품 세계에서 토끼를 따라가다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어떤 프로젝트는 신기함 그 자체이기도 했고, 꼭 있었으면 좋았겠던 아이디어이기도 했고, 그저 보기만 해도 즐겁기도 했다. 이런 취향도, 이런 아이디어도 실현될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텀블벅이었다.
다른 사람들 머릿속에 숨어만 있었던 아이디어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는 이곳. 나는 여전히 텀블벅을 구경하고, 응원하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창작자로서 텀블벅을 이용해보겠다는 꿈을 다진다.(아이폰 메모장에 갇힌 친구들 언제쯤 꺼내 줄 수 있을까..^0^) 내가 사랑하는 텀블벅, 오늘은 어떻게 텀블벅이 후원자/크리에이터들을 퍼널에서 빠져나가게 하지 못했는지 분석해보기로 한다. (feat. AARRR 프레임워크)
아르르.. 읽기 참 어려운 이 프레임워크, 해적이 아르르!! 하는 것 같기도 해서 해적 지표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ㅎㅎ AARRR은 소비자 유입부터의 과정의 퍼널을 Acquisition(획득), Activation(활성화), Retention(재방문), Revenue(매출), Referral(추천)로 나눠 분석하는 프레임워크다. 신규 프로덕트/가설을 구축한 후 빠르게 검증 가능하고,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 가능해 서비스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부족한 단계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에 유용한 모델이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먼저, 텀블벅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아보자! 텀블벅은 100% 성공한 프로젝트에 한해, 모금액의 5%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 그리고 결제 성공 금액의 3%를 [결제/송금 처리 수수료]로 받는다. (펀딩 실패의 경우 비용이 없다!) 즉, 크리에이터는 [총 결제금액]에서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빼고, [결제/송금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정산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가 등록되어야 하고, = 크리에이터 획득
많은 프로젝트가 100% 펀딩 성공을 해야 하며, = 후원자/후원금액 획득
100% 보다 더 높게 펀딩이 성공할수록 텀블벅에 이익이 된다.
텀블벅이 데려와야 하는 사용자는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크리에이터', 그리고 '후원자'이다.
먼저 후원자에게 텀블벅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텀블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8만 명, 페이스북의 팔로워 수는 5.5만 명이다. 대부분 펀딩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콘텐츠이고, 게시물의 참여 정도를 살펴보면 좋아요 50개 이상이 넘는 게시물이 별로 없다. 게다가 나는 이 2.8만 명이라는 숫자도 조금 의아했다. 경쟁사는 아니지만 마켓컬리의 경우 16만, 아이디어스는 1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내 기준' 잘 알려진 펀딩 플랫폼 치고 팔로워 수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데 이 계정이 '획득'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더 가치 있는 고객을 데려오는 유입 통로는?
조금 고민을 해보니, 텀블벅의 후원자들이 유입되는 통로는 텀블벅 자체 SNS보다는 크리에이터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텀블벅은 크리에이터 기반이고,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SNS(인스타그램) 기반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프로필 링크, 게시글 등으로 자신의 펀딩을 홍보한다. #텀블벅펀딩 해쉬태그를 검색해보니, 펀딩 개설한 개별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히 자신의 펀딩 링크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크리에이터들의 팬들이 펀딩에 참여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즉, 후원 의지가 더 강한 가치 있는 유저들을 데려오게 되는 것이다! 팔로우 1만 크리에이터 10명만 있어도, 텀블벅 5만 팔로워보다 후원 의지/수가 많을지도 모른다..! (이건 정말 추측 ㅎㅅㅎ)
적절한 퍼포먼스 광고 포맷 선택
공산품 성격의 상품보다 니치한 니즈를 타겟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텀블벅은 다이내믹 크리에이티브 광고 포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머신러닝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딱 맞는 타겟에게 노출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두 번째로, 어떤 베네핏으로 크리에이터들을 데려오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서비스의 브랜딩/방향성
타 펀딩 플랫폼에 비해, '창작'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는 것도 크리에이터들이 텀블벅을 선택하는데 큰 이유가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오래 묵은 백수 생활의 고통 A to Z'라는 에세이를 펀딩 하는데 와디즈를 선택할 것 같진 않다.. 텀블벅과 와디즈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플랫폼 펀딩 첫 화면에서 노출되는 프로젝트들만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ㅎㅅㅎ
창작자를 위한 혜택 제공
여기에 더해, 텀블벅은 창작자들을 위한 몇 가지 혜택/가이드를 제공해 성공적인 펀딩을 돕고 있다. 창작자 가이드를 통해 준비부터, 홍보, 전달까지 펀딩 전 과정에 이르는 팁을 제공하고, 편의점 택배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오늘 읽은 에어비앤비의 그로스 마케팅 사례가 떠올랐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올리는 거친 사진 대신, '전문 사진 촬영 프로그램'을 런칭해 CVR을 크게 개선시켰다고 한다. 플랫폼 사용자들의 콘텐츠/제품 품질 개선에 참여해서 플랫폼 사용성을 더 좋게 만든다는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배민의 사장님 교육도 같은 맥락 아닐까?)
AARRR 프레임워크에서 중요한 질문은 "사용자가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가?"이다. 그렇담 텀블벅 내에 후원을 더 잘하도록, 더 행복하게 하도록 어떤 장치들이 설계되어 있는지 찾아보자.
보통의 이커머스 사이트 내에 들어가는 '환불 규정', '주의 사항'이라는 탭 대신, 텀블벅은 '신뢰와 안전'이라는 카피를 사용한다. 프로젝트 리워드가 완제품/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후원자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요소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창작자라는 '개인'에 대한 후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로 '신뢰와 안전'이라는 단어는 (약간의 다정함? 까지 더하는) 좋은 UX Writing 사례인 것 같다.
커뮤니티
텀블벅의 후원자들은 커뮤니티에 응원을 남기기도 하고, 리워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한다. 창작자는 '요즘은 어떤 과정을 진행 중이다' 진행 과정 공유부터 펀딩 성공을 축하하는 이벤트 개최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이곳은 어느 정도 커머스화 된 텀블벅 내에서 후원이라는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공산품이 아닌 가치와 창작물을 구매하고, 제품 제작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이 경험이 나는 참 '생생'하다고 느껴졌다. (커뮤니티 기능은 리텐션 장치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선물 없이 후원하기
텀블벅은 리워드 없는 '선물 없이 후원하기' 모든 프로젝트에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 옵션도 창작자를 위한 펀딩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멋있어..
+ 이 항목을 구성하면서 예전에 텀블벅이 사용하던 '밀어주기'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지금은 '밀어주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 후원하기', '선물 선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내 기준, 내 추억 기준) 밀어주기는 창작자에게 '투자' 느낌보다 후원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집약?시킨 단어로 느껴졌었다 ㅎㅎ 나에겐 텀블벅의 상징 같은 단어였는데... 8ㅅ8 사라지게 된 이유가 있겠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다. 이미지 출처
<고민이 되신다면 눌러보세요> 팝업
PM이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하는 부분은 이탈률이 높은 곳이라고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후원이 고민되신다면 눌러보세요' 팝업은 이탈률 보수에 좋은 장치가 될 것 같다. 고민의 지점 = 이탈하기 직전이라고 생각해보면, 고민하다 그냥 떠나는 대신 좋아요 버튼을 누르게 해서 다시 한번 프로젝트에 후원자의 눈길이 가게 만드는 전략인 것이다.
종료 임박 알람이 있었다면?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좋아요를 눌러 '좋아한' 탭에 들어간 프로젝트가 곧 종료된다고 따로 푸시 알림이 오지 않았는데 (나는 3시간 남은 프로젝트를 좋아요 눌러두었다 타이밍 탓인가?) 좋아요 탭에 들어간 프로젝트가 기한이 하루/몇 시간 남았을 때 적절한 푸시 알림을 보내준다면 리텐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 예정 프로젝트 알림 신청 기능
같은 맥락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알림을 제공하는 것도 이탈률 방어에 좋은 기능인 것 같다. 너무 맘에 드는 프로젝트가 있어 '열리면 꼭 펀딩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까먹어버리면 그대로 이탈이니... 잊지 않고 재방문하도록 리텐션 장치를 설계한 것 같다.
[뉴스레터 0% 발행] link
텀블벅은 2019년부터 뉴스레터 <0%>를 발행하고 있다. (이름이 너무 귀엽다 ㅎㅎ) 창작자의 프로젝트를 노출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매체로 기능 + 텀블벅 상기도와 리텐션을 높이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글이 조금 많은 느낌이었다 8ㅅ8 창작자들이 펀딩 페이지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실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싶다가도 이미 짧은 + 이미지 많은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는 길고 긴 스크롤을 폰으로 내리는 것이 다소 힘들었다. 인스타그램 보다는 풍부한 이야기를, 지금보다는 쪼금 더 가벼운 이야기를 보고 싶은 나의 욕심..
텀블벅의 비즈니스 모델을 깊게 서치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수익이 수수료로 이뤄질 것 같다. 최대한 많은 매출 =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펀딩이 100% 달성되어야 하고, 이왕이면 100%를 넘겨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장치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펀딩 100%를 달성
이미지를 보면 [선착순 마감], [x개 남음] 태그로 후원을 촉진하고 있다. 이미지에서는 300개 이상 남아 많이 안 급한 느낌이지만... 구매 의도가 있는 후원자가 [1개 남음] 태그를 본다면? 구매하게 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항공 앱에서 '남은 좌석 2개' 팝업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인 것 같다.
펀딩 금액 자체를 높이는 방향 (100%~)
텀블벅 결제 모델을 보면, 결제 수수료는 '결제 완료된 금액'에 대해서 청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원 신청 후, 계좌 잔액으로 결제 불가는 매출에 마이너스 요소이다.
텀블벅은 펀딩이 성공하면 알림 톡을 우측 사진처럼 보낸다. 펀딩이 성공했고, 몇 시에 어떤 결제 수단을 통해 지불될 것이라는 정보를 포함한다. 이 메시지를 보고 해당 계좌에 잔액이 부족한 경우 결제 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불 실패 = 이탈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점인 데에 비해, 나는 저 알림 톡이 충분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생각했다. 결제 관련된 중요한 알림 톡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이탈(=결제 실패)을 줄이기 위해 구매했던 '가치'를 한 번 더 보여주면 어떨까? 텍스트만 보내기보다는 펀딩 페이지를 함께 노출한다면 해당 시점에 자신이 구매한 '가치'와 '창작물'이 리마인드 되면서 이탈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2020년 기준. 알림 톡의 포맷이 바뀌었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8ㅅ8)
SNS에 최적화된 공유 기능
텀블벅의 공유 기능은 SNS에 정말 최적화되어 있다. 가치를 소비하는 후원자의 특성상, 일부분의 과시 욕구가 발생할 텐데 이 과시욕구를 정말 끝내주게 해결해준다 ㅋㅋ! 아래 이미지를 보면 매체 특성에 맞춰서 '최대한 예쁘게' 공유할 수 있다. 후원자 입장에서는 화면 캡처 공유보다 훨씬 '까리'하고, 창작자/텀블벅 입장에서는 공유가 더 활발해질 수 있는 장치다.
창작자들의 자체 공유 이벤트 진행
텀블벅에서는 보통 창작자들이 펀딩 100% 성공을 하면 축하의 의미에서, 또는 펀딩 과정에서 공유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에는 보통 리워드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이 사용자를 데리고 오게 된다. 처음에 이런 문화가 '다들 하길래' 하는 일종의 풍토?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텀블벅 창작자 가이드에서도 이벤트 진행을 독려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또한 텀블벅에서 설계한 추천을 위한 장치였던 걸까!
+ Referral에서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
'가치'에 지불하는 펀딩 플랫폼인 만큼,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트위터, 인스타에서 홍보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후원 시에 추천인 코드를 넣으면 텀블벅이 후원금액 소액을 넣어주는 식은 어떨까?
Ref. 쿠팡의 '상품 공유하고 캐시 받기'
이 책은 내 돈으로 산 가장 요상한 책이다. 일본 가기 전에 읽겠다고 몇 년 전 텀블벅에서 보고 구매했는데 결국 일본엔 가지 못했다. 어쨌든 후원자로서 페이지 마지막에 내 이름도 적혀있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모든 일 - 그림 그리기, 만들기, 콜라주, 리폼, 디자인 - 등등 에 자신이 있었던 나... 나 또한 기상천외한 과연 팔릴까 하는 아이디어들을 쌓아오고 있었는데, 요 책만 보면 그래 이 세상 어딘가에 내 아이디어를 사줄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그런 묘한 용기를 얻게 된다. 텀블벅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가능한 이상한 나라 같은 곳이니까! ㅋㅋㅋ 이 세상 어딘가에서 언젠가 내 아이디어에 돈을 써줄 당신에게... 그때까지 많이 버세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