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틈만 나면 허공에 팔을 휘젓고 발을 구르고 있다.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탓이다. 회사원이고 연습실에서 연습해야 한다는 시간적, 공간적 제한 때문에 실력은 더디게 늘고 있지만 정말 재미있다. 부장님들이 막대기만 있으면 골프 스윙연습을 하셨던 게 이해가 된다.
나는 밴드음악을 좋아하고 대학생 때 밴드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당시엔 일렉트릭기타를 쳤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샀던 기타, 곰팡이 냄새나던 합주실, 머릿속이 새하얘졌던 첫 공연, 음악과 함께한 술자리, 여러 여행 등 수많은 추억들은 대학시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밴드활동은 이런 소중한 추억들을 남겨준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조금 더 풍부하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내실력은 단순 취미생 수준이고, 전문적인 음악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악기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확신한다. 보컬 멜로디를 따라가느라 흘려들었던 배경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타를 연습하고 다른 악기들과 합을 맞췄던 경험은 음악을 조금 더 해상도 높게 여러 관점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해상도는 최근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층 더 높아졌고 음악을 듣는 게 더욱 재밌어졌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은 평론가들이 영화를 제일 재밌게 볼 거라고 예상한다. 보이는 게 많으니 즐기고 분석할 게 많다는 것이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평생 동물연구를 하신 경험의 결과로, 알면 사랑한다라는 문구를 자주 쓰신다.
물론 이분들의 앎에 비하면 내가 아는 것은 너무나도 얇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뭔가를 새로이 배울 때 태도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아는 만큼 내 인생 재밌어질 거라는 기대를 품기 때문이다. 일상을 해상도 높게 바라보며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잡아두고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허공에 팔을 휘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