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선 Jul 11. 2024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고(故) 김광석가수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다.

이등병의 편지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들이 갈 시간이다. 이때가 되면 아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다.

훈련소 가는 입영병사도 아니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어머니, 아들이 보고 싶어도 울지 마세요~~' 

(능청맞게 이 말을 수시로 한다. 막내라서 그런지 딸 같이 살갑게 군다)


작은 아들은 직업군인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최전방 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직업군인이었던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진로를 결정할 때 아들은 그랬다.

"엄마 아빠의 군인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그래서 사관학교에 가서 군인이 되겠다고."


직업군인의 고충을 알기에 아들의 선택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금은 편하고 순탄한 길로 갔으면 바라는 것이 부모 욕심이라서.

설득도 해봤지만..  아들은 군인의 길을 택했다.

4년 동안의 힘든(?) 사관학교 생활을 마치고 임관을 해서 지금은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이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잘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같은 직업을 대물림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나의 직업이 자식에게 부끄럽게 보이지는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과 대견함도 있고

왜 하필 똑같이 힘든 길을 가려나 하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있다. 

아는 것이 병이다.

직업군인의 길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 안쓰러움과 힘듦이 느껴지는 것이다.


부모와 같은 직업을 대물림하는 자식은 어떤 마음일까?


임관식 때 아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군복을 입고 국가에 헌신하시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겨

 그 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후배 장교가 되겠습니다."라고.

자랑스럽고 듬직한 아들이다. 


소위 임관식 때 아들의 인터뷰 기사

아들은 지금 그 다짐대로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후배 장교의 길을 가고 있다.


이번에는 모처럼 아들이 휴가를 조금 길게 나왔다. 

휴가를 나온다고 하면 신경을 쓰게 되는데 좋아하는 음식도 준비하고.

차를 갖고 온다고 하면 도착할 때까지는 걱정을 하며 기다린다. 

젊은 혈기이고 운전 경력이 2년이 조금 되어가기에 그렇다.

아직은 물 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휴가를 나온다는 아들이 3시가 되도록 소식이 없다. 

아빠한테는 휴가 출발했다고 카톡을 했다는데..

무슨 일일까? 시계만 쳐다보면 기다린다. 운전 중일 것 같아 전화는 못하고.

대문 앞에 주차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다.

"어머니~~ 아들 왔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 아빠한테는 벌써 출발했다고 해놓고.."

"소대원 중에 육사(육군사관학교)를 가고 싶어 하길래 데리고 육사 탐방하고 왔어요."

"잘했네... 병사로 전역하고 다시 사관학교 지원할 수 있나?"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가능해요."

"그렇구나, 그 소대원도 꼭 육사 갔으면 좋겠네.. 가고 싶다고 하니.."


며칠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5박 6일의 휴가가 끝났다.

"어머니, 아들은 갑니다. 보고 싶어도 울지 마세요~~" 

"울기는~~ 속이 시원하구먼." (섭섭함 반, 후련함 반이다)

이등병의 편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렇게 아들은 부대로 출발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자식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손주도 그렇다고 했다. (손주가 없는 나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탁구를 같이 하는 열 살 위의 언니가 있다. 주민센터 탁구교실에서 만난 사이다.

"오늘은 먼저 가야겠어요. 휴가 나온 아들 밥 챙겨주러 가야 해서.. "

"아들만 있어요? 나도 아들만 둘인데.. 딸이 없어서~ㅠㅠ~" (딸이 없는 엄마의 동지애가 느껴진다)

"언니는 아들들 결혼 다 시키셨죠? 손주도 봤겠네요. 너무 이쁘죠?"

"이쁘지.. 근데 손주도 오면 반가운데 가면 더 반갑더라고."

"ㅋㅋ 그런가요? 자식들도 그런 것 같은데.. 손주들도 그런 가 보네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표가 난다.
- 속담

들어온 사람은 티가 안 나지만 간 사람의 빈자리는 크다.

아들이 오니까 반가웠는데..  가고 나니까 집이 휑한 것 같다. 허전하다.

예전에 내가 군인이었을 때 울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1년에 몇 번 볼 수 없었던 딸이 휴가 나온다면 반가웠을 거고

가고 나면 휑한 기분으로 쓸쓸해하셨겠지!

그 마음을 똑같이 느끼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울 아들, 송현석 중위!

멋지고 자랑스럽다.

엄마는 늘 너를 믿고 응원할게. 사랑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