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 '세상에 태어나서 첫 번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얼굴에 손을 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쌍꺼풀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고.. 타고난 얼굴에 큰 불만은 없었다.
'그냥 생긴 대로 살자'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얼굴을
잘 보존하면서 살았다.
그랬던 내가. 덜컥(?)
난생처음, 내 얼굴에 ‘문신’이라는 걸 했다.
그 이름도 낯선, ‘눈썹문신’.
그동안 매일 아침, 눈썹 그리는 시간은
나에게 일종의 전쟁이었다.
왼쪽 눈썹이 올라가면, 오른쪽도 올리고
오른쪽이 두꺼워지면, 왼쪽도 덧칠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내 눈썹은
쌍둥이보다는 사촌, 아니 그냥 남남이 되어 있었다.
어떤 날을 눈썹이 잘 그려지다가..
또 어떤 날은 짝짝이 눈썹이 되기 일쑤였다.
눈썹문신은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하지만 '문신'이라는 단어가 괜히 무서웠다.
얼굴에 바늘? 흉 지면 어떡하지?
게다가 남편의 반대.
"그거 괜히 이상해지면 어쩌려고 그래?"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 당신도 나이 들었잖아."
(아니, 나이 들었으면 더 그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눈썹문신 안 한 사람 없어요. 남자들도 많이 하는데 뭘..."
그렇게 몇 년을 미루다, 난생처음, 큰 결심을 했다.
이제 내 눈썹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시술 전날, 밤잠을 설쳤다.
남편에게는 눈썹문신한다는 얘기를 안 했다.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너무 진하게 되면 어쩌지?'
예전에 친구가 눈썹문신을 했는데..
숯검댕이를 칠해 놓은 것 같아서 보기가 안 좋았던 기억이 생각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많이 지워져서 자연스럽게 된다고 했지만.
'얼굴이 이상해지면?'
돈 들여서 눈썹문신했는데. 이상해지면 어쩌지?
사우나에서 아줌마들에게 들은 정보로 눈썹문신 잘한다는 곳을 예약하고
바로 그날 찾아갔다. 다행히 당일 시술이 가능했다.
"저 눈썹문신은 처음인데요.... 눈썹이 너무 진하면 안 되고요...
혹시 탈각이 되거나 흉이 지거나 보기 싫어지면 어쩌죠?"
"네~ 잘 알겠어요. 처음 하시는 거라 걱정이 많으시죠?
예쁘게 자연스럽게 잘해드릴 테니 마음 푹~~ 놓으세요."
눈썹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얼마 있으니...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긴장모드(?)
눈썹모양을 그리고 기계소리가 들린다. 쓱쓱~~ 쓱쓱~~
그런데 웬걸? 막상 해보니 아프지도 않고,
시술이 끝난 후 거울을 본 순간…
어머, 나 눈썹 생겼다!
그것도 좌우가 대화도 잘하고,
매일 화해하느라 시간 낭비 안 해도 되는
완벽한 눈썹이다.
그날 이후 내 삶엔 변화가 생겼다.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아침의 여유,
세수를 해도, 땀을 흘려도, 사우나를 가도
눈썹이 달아나지 않는 기쁨!
무엇보다 "어머, 눈썹 예뻐졌네?"라는 말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주말에 만난 남편은 내 얼굴을 보더니 단박에 알아본다.
"눈썹 문신했어?"
"응~~ 왜 어색해? 너무 티 나나?"
"그거, 생각보다 잘 됐네. 괜찮네.."
"눈썹문신했더니.. 너무 편하네. 눈썹 그릴 필요도 없고.."
난생처음 도전한 눈썹문신. 왜 진작 안 했을까?
이렇게 편한 것을..
이제는 두려움보다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싶은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
난생처음.
다음엔 또 어떤 도전을 해볼까?
난생처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