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예의 문제일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by 김태선

친정 아빠 제사와 시어머니 칠순이 겹쳤을 때

그날,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며느리에게도 부모가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이 가끔은 너무 쉽게 잊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온 사연이 하나 있었다.

친정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과 시어머니의 칠순 잔치 날짜가 겹쳤다는 이야기다.

며느리는 “아버지 제사를 챙겨야 해서 칠순에는 못 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뜻밖에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면박이었다.

시어머니뿐 아니라 남편도 “바빠서 못 가는 건 이해하지만,

아버지 기일이라 못 간다는 말은 예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며느리는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며느리는 친정 부모 제사보다 시댁 행사를 우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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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자기 부모가 1순위인 게 당연하다”
“친정아버지 제사 하나 이해 못 해주는 게 더 문제다”
“각자 자기 집에 가는 게 맞다”

공감과 분노가 뒤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이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 이유는,

단순히 제사냐 칠순이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며느리는 시댁 중심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기준이 남아 있다.

친정 부모를 챙기면 ‘서운한 사람’, ‘눈치 없는 사람’이 되기 쉬운 구조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며느리가 된다는 건 부모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결혼을 했어도, 딸은 여전히 딸이고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에게 제사는 마음을 붙잡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 사연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예비 시부모가 된다면,

나는 어떤 시어머니가 되고 싶을까?

며느리에게

“네 부모 먼저 챙겨라”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잔치는 다시 할 수 있어도

기일은 그날뿐이라는 걸 아는 어른,

예의를 강요하기보다 마음을 헤아리는 시어머니 말이다.


요즘은 “각자 부모는 각자 챙기자”는 말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말 속에는 무책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눌러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건 이미 건강한 가족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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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은 며느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예의보다 공감을 먼저 아는 시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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