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면 네가 가정을 꾸린다니,
엄마는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면 그제야 실감이 날까?
손잡고 유치원 가던 네 모습이 선한데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이 된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괜히 시리다.
요즘 뉴스를 보다가
신혼부부가 명절 용돈 문제로 다툰 이야기를 읽었단다.
양가 부모님께 10만 원씩 드리는 걸로 의견이 갈렸다는 내용이었어.
댓글이 참 많더구나.
“그 정도도 못 드리냐”는 말도 있었고
“각자 부모는 각자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
그 글을 읽으며
엄마는 네 생각이 났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결혼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명절에 봉투가 있으면 좋겠지.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니? 엄마도 돈 좋아한단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다.
엄마 세대는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배웠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그렇게 했지.
생신, 명절, 어버이날에는 용돈을 챙겼지.
그래서 어쩌면
우리 마음속엔 아직도
“자식은 부모를 챙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조금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희 세대는 다르잖니.
집값, 대출, 맞벌이, 아이 계획…
책임져야 할 것들이 훨씬 많지.
엄마는 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얼마나 팍팍하게 사는지.
그래서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부부 사이에서
부모 문제로 다투지는 말아라.
부모에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단다.
명절 용돈이든, 선물이든
그건 두 사람이 충분히 상의해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정하면 된다.
억지로 하는 효도는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작은 배려는 오래 남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들아,
엄마는 네가 “효자”라는 말을 듣기보다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를 챙긴다고 하면서
정작 옆에 있는 사람을 힘들게 하면
그건 엄마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란다.
너희 가정이 편안해야
우리도 편안하다.
엄마는 아직 건강하고,
앞으로 너희에게 경제적으로 기대거나 도움받을 일은 단연코 없을 거야.
노후에 자식에게 부담되고 싶지 않아서 모든 준비를 해 두었다.
엄마 아빠 노후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은 전혀 갖지 않아도 된다.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
지금은
너희가 너희 삶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게 먼저다.
명절에 꼭 봉투가 아니어도 괜찮다.
전화 한 통,
“엄마, 잘 지내지?”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엄마는
돈보다 네 안부와 마음이 더 궁금하기에 그렇다.
결혼은
둘이 하나의 팀이 되는 일이다.
부모보다 배우자를 먼저 생각하고
남의 말보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살피며
경제 문제는 투명하게 이야기하고
감정은 오래 묵히지 말아라.
그게 엄마가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
11월이 오면
엄마는 기쁜 얼굴로 너를 보내줄 거다.
섭섭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자랑스러움이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희 부부가 서로의 편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엄마에게는
가장 큰 효도란다.
사랑한다.
늘 네 편인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