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엄마 돈은 아직 엄마 거란다

by 김태선

얘들아.

뉴스를 보다가 배우 전원주 씨 이야기를 들었어.
아들이 인감도장을 달라고 하더라”는 말이 그렇게 마음에 남더구나.


남의 이야기인데도
왜 그 말이 내 얘기처럼 들렸는지 모르겠다.

엄마도 평생을 참 바쁘게 살았다.
남들처럼 부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너희만은 부족하지 않게 키우고 싶어서
아끼고, 참고, 미루며 살았다.


사고 싶은 옷도 다음으로 미뤘고,
가고 싶은 여행도 “나중에”로 남겨두었지.
엄마는 늘 “괜찮다”는 말을 먼저 했다.
사실은 안 괜찮은 날도 많았는데 말이다.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모은 돈은
누구를 위한 돈일까.


너희를 위해 모은 건 맞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겨야 할 돈’이 아니라
‘빼앗기지 않아야 할 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너희가 엄마 돈을 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세상이 변했구나 싶다.

부모 재산이 자연스럽게 자식의 미래 계획 속에
포함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얘들아,
엄마가 하나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엄마 돈은 아직 엄마 거란다.

이 말이 혹시 서운하게 들릴까 봐
몇 번이나 지웠다가 다시 쓴다.

하지만 이건 욕심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다.


엄마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 선택할 수 있고,
아직 쓰고 싶다.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여행도 가보고 싶고,
좋은 병원도 다니고 싶다.


아프지 않게,
눈치 보지 않게,
당당하게 살고 싶다.

엄마는 너희에게 큰돈을 남겨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런 걸 남기고 싶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법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가족은 계산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존중으로 유지된다는 것.


그리고 부모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통장 잔고보다
지금의 웃는 얼굴을 먼저 봐야 한다는 것.


혹시 언젠가
엄마가 재산을 정리하고 나누는 날이 온다면
그건 엄마가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거다.


너희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주는 돈은
축복이 되겠지.


하지만 기대와 의무로 얹힌 돈은
결국 마음을 다치게 한다.


얘들아.

엄마는 너희를 사랑한다.
그래서 더 솔직해지고 싶다.


엄마는 이제
‘남기기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기 위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걱정 말고
너희 인생은 너희 힘으로 단단하게 세워라.


엄마 인생은
엄마가 책임질게.


그리고 남는 게 있다면,
그건 기쁜 마음으로 나누마.


그때는
인감도장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웃는 이야기를 하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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