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시절 가슴앓이

by 김태선

그날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 간 소중했던 옛 생각을 돌이켜 그려보네
나래 치는 가슴이 서러워 아파와 한숨 지며
그려보는 그 사람을 기억하나요. 지금 잠시라도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 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세상을
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한 아름의 꽃처럼 보여지며 던진 내 사랑에
웃음 지며 임에 소식 전한 마음 한없이 보내 본다. (김연숙 노래)


이 노래를 들으면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유명한 소설가 이름과 같다.

첫 만남에 "소설가 OOO 씨를 아시나요? 라며 농담하던 그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는데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행사 때만 얼굴을 내미는 정도의 존재였다.

무역학과를 다녔고, 학군단(ROTC)이었는데 아담(?)한 키에 깡마른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 쌍꺼풀은 없지만 매섭지 않은 눈매! 유머러스하고 춤(?)을 잘 췄고 '그날'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가 언제부터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단발머리 중학생 때부터 군인이 꿈이었던 내게 그의 제복(학군단 단복)이 먼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선배님, 저도 여군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

여자가 무슨 군대냐? 난 어쩔 수 없어서 가는 거지만..

어느 순간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그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시험기간 중에는 도서관 열람실 그의 자리에 몰래 커피도 갖다 두었다.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에 안타까움보다 기쁜 마음을 가졌고 훈련 간 그에게 위문편지도 보냈다.

"너무 힘들다.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야간행군을 하러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더라."

"안돼요. 선배! 힘내세요."

어느 날, 그가 모임에 함께 갈 파트너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절친이던 친구를 소개해줬는데 며칠 후 전화가 왔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라고 하길래 만났더니 심각한 얼굴로 주저주저했다.

"선배, 왜 그래요." 선배답지 않게.. 뭔데요.?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가 꺼낸 말, "그 친구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은데, 연락 좀 해줄래?"

선배는 내 친구를 배우자감(?)으로 심각하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추측된다.

오, 하늘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진정 내 마음도 모르고 하는 소린가요?

알았다고 연락해보겠다고 돌아서는 데 마음이 어찌나 쓰리고 아프던지 표현이 안되었다.

내 친구는 남자 친구가 있다며 선배의 제안을 거절했고 그 둘의 인연은 거기가 끝이었다.


한 동안 연락이 없던 중! 그가 증권회사에 취직했고 간호사와 결혼해서 아들 둘을 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잊힌 인연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동기가 그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 그 선배 좋아했잖아. 전화번호 알려줄게." (친구는 알고 있었다. 그를 좋아했던 마음을….)

(며칠 고민 끝에)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데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던지….

"선배님, 저예요. 잘 지내시죠.? 애는요? 아들만 둘이요? 저도 아들만 둘인데.." 이런저런 안부와 다음에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될 줄 몰랐다.


to-miss-g9bef1582f_640.jpg


어느 날, "OOO 선배, 본인 사망. OO 장례식장. 문상 갈 분?" 부의 문자가 왔다.

본인 사망이라니? 쉰 살도 안 된 그가 왜? 믿을 수 없어서 문자를 보내준 동기에게 확인했다.

"OOO 선배 사망이 무슨 말이야? 잘못 보낸 거 아니야? 그 선배가 왜?"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서 병원에 옮겼는데, 돌아가셨데…"

그가 저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선배,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그곳에서도 그날 노래 부르고 계신가요?

세상에 그는 없고 오래전 그 모습만이 기억으로 남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