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의 취미 만들기

by 김태선

"골프 재미없어. 그게 뭐 운동이 된다고 자꾸 배우라는 거야? 난 다른 운동이 더 좋은데."

20년 전부터 남편은 골프를 배우라고 성화였다. 골프 치러 다니는 부부가 부럽다고 매번 졸랐고 지인에게

골프채(중고)도 구해줬다. 도구는 오래 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지난해

이 맘때 쯤, 남편의 손에 끌려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장날에 끌려가는 소(牛)의 인상을 썼지만 레슨비를 내주고 등록을 시켜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잔뜩 찡그린 인상(똥 씹은 표정)을 본 레슨 프로의 말 "골프 별로 배우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

"네. 별로...재미가 있을까 싶네요"


골프 시작 5개월쯤 되던 때 첫 부부동반 라운딩을 갔다.

첫 라운딩(머리 올리는 것)은 친구들과 갔다왔고 세 번째 라운딩이었다. 골린이 실력이 그렇둣

자세도 엉망, 마음만 앞서니 이리 저리 공은 미사일 마냥 날라 다녔다. 그래도 남편과의 첫 라운딩은 행복하고 즐거웠다. 가족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고 자랑을 했다.

부부 동반 첫 라운딩

‘오늘 엄마 아빠 생애 최초 라운딩 갔어요.

남은 여생 재밌고 여유롭게 살 거예요.

울 아들들 인생에도 빛나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

엄마 아빠는 앞으로 이렇게 살 꺼니까 너희들도

그렇게 알아라. 뭐 이런 메세지였다.


두 아이를 대학교에 입학시킨 후

이제는 여유롭게 부부만의 삶을 즐기자.

자식에 얽매어 우리 인생을 희생하지 말자고.

이제는 조금 이기적이 되어도 괜찮다고. 그 정도는 인정받고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약속했다.


나는 3년 전 은퇴를 했고

남편은 딱 60살까지만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

퇴사를 준비하면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웠고 남편의 은퇴시기에 맞게 준비를 했다. 부부의 첫 번째 취미농사다.

지방(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에 밭을 준비했다. 호미질 한번 해 본 적도 없는 내가.. 무슨 용기였을까?

도시 생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유도 누리고 신선한 채소도 재배해서 먹는 꿈을 꾸었다. 소박하게

200여 평 텃밭을 꾸미고 초보 농부가 되었다. 우리 가족과 지인에게 나눌 만큼만, 건강에 좋은 작물 위주로 농사를 짓는다.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노동의 강도가 조금 쎄긴 하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은 자신은 휴일이 없는 삶이라고 투정이다. 월화수목금금금 이라나?

주말이면 텃밭으로 출근하는것이 어느 덧 일상이 되어 버렸다.

농막에 음악을 틀어두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살짝 몸도 풀어주는데 시끄럽다고 시비 걸 사람 없어서 너무 좋다. 비 오는 날에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며 빗소리를 감상하기도 한다.

늙은 호박 김치를 담다.

과일나무도 심고 건강에 좋은 쌈 채소를 키운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먹는 행복감은 설명이 어렵다. 마트에서 사 먹는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맛이고 무공해로 재배하니 벌레가 먹어서 모양은 좀 그래도 몸에 해롭지 않으니 안심할 수 있다.

가끔 지인들을 초대해서 고기도 구워 먹는데 그 또한 행복이다.

부부의 두 번째 취미는 이제 골프다. 남편의 미래 꿈은 아들 내외와 라운딩 가는 것이다. 아들 둘은 아직 미혼이고 언제 결혼할지 모르는데도 미리부터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세 번째 취미는 남편의 은퇴 후에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다. 손주가 생기면 작고 귀여운 그 아이를 태우고 함께 다니려고 한다.


30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일을 했으니 이제는 좀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권리와 자격이 있으니그리 하자고 했다. 서로의 수고로움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다.


아름다운 여생을 보내기 위한 준비와 실천을 조금씩 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고 함께 만들어 가는

중이다.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가를 보낼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욕심쟁이라서 그런가? 너무 많아서 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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