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가 드러난 알고리즘이 이상하게 부끄러울 때
나는 아이돌을 꽤나 좋아하고 무대 보는 것도 좋아한다. 신곡이 나오면 즉시 듣는 정도. 맘에 들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남편과 이번 곡이 좋네 아쉽네 이야기도 나눈다. 누군가의 팬클럽에 들어있는 건 아니지만 대다수의 아이돌들 곡이 나오면 들어본다.
생각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 사실 대화의 소재라고 해봤자 대부분이 남의 이야기 아니겠는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 험담이 되니 안 하고, 가족 이야기를 해보았자 남들이 특별히 관심 있을 만한 주제가 아니니 나 혼자 떠들게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음악 이야기를 꺼내면, 로제의 APT급이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을 조금씩 다져간다. 인디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2010년 즈음, 혹은 그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확실하고, 앨범을 사고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음악의 취향이 없는 소위 멜론 탑 100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취향 앞에서는 말을 시작하기가 힘들다. 뭐, 전반적으로 아예 모르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아는 건 없다.
점점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느낀다. 그게 운동 종목이건, 음악이건, 패션이건, 어떤 분야이든 파고드는 덕후가 멋있어 보인다. 어릴 때는 왜 저렇게 뭐에 미쳐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만큼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큰 열정인지, 내 일에도 내 여가에도 시들해지는 지금 더욱 느낀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주말의 일상은 똑같았다. 소파에 눕거나 앉아서 OTT를 뒤적이는 것. 여기서 포인트는 뒤적인다는 것이다. 무슨 시리즈를 보겠다는 목적 없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 뭐 없나 하면서 서칭 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내 동생은 항상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언제나 무언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 있었다. 지금 동생은 수영에 관심이 많은데, 별생각 없다가도 동생의 행보를 보면 나도 뭔가 운동을 저만큼 좋아하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 10개월 정도 되었다. 근본적 목표는 남편과 함께하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남편이 대학교 때 테니스를 좀 배웠어서 그 종목을 택했다. 처음엔 공 맞추는 재미가 있다가, 또 잘 안되니까 재미가 없었다. 흥미가 확 오른 건 요새, 어쩌다가 밖에 나가 테니스를 치게 되었을 때다. 나는 정말 못 쳐서 공만 겨우 주으러 다니는데도, 그래도 재미가 있었다.
내 자세가 뭐가 이상하지 찾아보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테니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 까지 오래 걸린 것이다. 내가 이걸 잘하고 싶고, 열중하고 있어.라는 걸 남이 보는 게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그냥 내 마음을 따라가는 건데, 내 유튜브 검색어에 테니스가 걸리는 게 이상하게 낯간지러웠다.
나도 뭔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그게 어색한 이유는, 지금까지 관심이 없던 게 아니라 관심 없는 척을 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남들이 알아줄만한 무언가가 아닌 내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 알고 싶은 것, 잠깐 관심 두었다가 또 생각 안 날만한 게 아니라 꾸준히 파고들어야 할 것. 그런 걸 내 마음 안에 두기를 두려워했던 건 아닐까. 특히 내가 잘 못하는 것은 관심을 두기보다는 빨리 포기하려고 했었다.
나는 그냥 관조적인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난 내 설정을 그렇게 해두었던 것 같다.
나를 너무 거대하게 설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못해도 그냥 하고 싶을 수 있고, 못해도 즐거울 수 있지 않은가. 남보다 천천히 간다고 해도 내가 프로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거기에서 오는 성장에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심이 가는 걸 쉽게 버리지 말아야지. 오늘 레슨을 가기 전 이것저것 또 검색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