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하지 않을 거야

대신 재미를 찾을 거야

by hosu네

돌아간다면, 그리고 내가 현재를 알고 있다면 난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자기들의 삶을 한탄하다가 한 친구가 말했다.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 거라고.

후회.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다.라는 의미이다. 의미를 보니 단어가 새롭게 느껴진다. 뉘우치다-가 좀 볼록화되어서 공중으로 떠오른달까. 그렇다면 후회는 과거 내가 한 일을 잘못이라고 전제하고 시작하는 걸까.


독서모임에서 누군가가 또 물었다. 내 결정을 후회하는 경우엔 어떻게 하느냐고.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느냐고. 온라인으로 만났음에도, 그걸 묻는 사람의 눈동자에는 말 그대로 '후회'가 가득했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서 후회를 하는지 아는 나는 그 질문이 마음에 와 박혔다.


세상에는 이불킥 정도의 후회를 남기는 일이 있고, 일생일대의 잘못이기 때문에 술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후회도 있다. 전자는 그냥, 내가 그때 망신살이나 구설수가 있었나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다. 나한테도 그런 일들이 많은데, 기억에 남는 일은 비 오는 날 성큼성큼 버스에 올라가 좀 멋있게 서 있으려다가 미끄러져서 버스에서 대자로 넘어진 일이다. 얼굴을 들었을 때 마주친 여성분이 예의상 박장대소는 못하고, 온 힘을 다해 웃음을 참으려고 하셨는데 그 얼굴을 보니 아픈데도 없었다.


이게 너무 작은 일이라면, 그런 것도 있다. 구남자 친구가 바람이 나서 헤어진 뒤, 다시 돌아왔을 때 매몰차게 밀어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때까지도 나는 6년 넘게 사귀고 군대도 기다려 주었다면 그 남자가 나를 좀 더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헤어지면서도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 결국 구남은 곧 다른 여자에게로 떨어져 나갔다. 그제야 이게 내게 일어난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결론적으로 보면 후회는 아닌 듯도 싶다.


글쎄, 나는 살면서 크게 후회하는 일이 없었다. 엄마는 이따금 나의 전공을 추천한 자기 자신을 탓하지만, 나는 나름 좋았다. 아주 크게 힘들었던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걸 계기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공부를 더 했으면, 혹은 다른 쪽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 말하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까지 '독하게'공부할 그릇이 되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의 머리로, 적당히 괜찮은 대학에 가서 지금까지 일하고 살 수 있다면 만족할 만한 사람이다. 막, 그렇게 욕심이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신 나는 생각이 참 많았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많은 걸 고민했다. 나는 미루어 짐작해서 걱정하기도 하고, 없는 일을 지어내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내가 뭐라고 말할지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대부분이 싸우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결정을 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A를 선택하면 B를 가질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의 선택이다. 나중에 B가 없다고 후회하지 말자. 그 후회하는 감정까지 A를 선택한 대가이다.


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남 탓을 하지 말라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어느 정도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남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정말 바뀐 게 있다면 그 남은 스스로 바뀐 것이지, 내가 바꾸어준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조절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사는 걸 나이브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뭐 어떤가. 유치하더라도 내가 만족스럽고 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것 아니겠는가.


이따금 후회의 자리에서 나는 다시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 그리고 나면 최악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에게 최악은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최선이라는 건 이를 악물고 힘들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는 게 최선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그 작은 일이 나를 최악으로부터 막아준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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