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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01. 2017

연애가 끝난 뒤 알게 되는 것들

그리 많진 않다

부모님의 사랑 어린 잔소리, 자기계발서, 선인들의 명언, 친구들의 듣기 싫은 현명한 조언, 이 모두가 가진 공통점은 진부함의 극치임에도 하나같이 부정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충고를 하는 화자도 듣는 이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 줄 수 있는 그 말들 뿐이기에  지금까지 세상 어느 곳에서 반복되고 있고, 반복되어온 그 말들을 꺼낸다. 듣는 사람도 이미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수 십 번, 수 백번 들어온 충고를 해주는 화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어찌 보면 지루하고 고루한 이 진리에 가까운 충고를 들었음에도, 그 진리에 가까운 충고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때가 많다. 만약, 우리 앞을 먼저 간 선인들이 해준 말만 잘 듣고 그대로만 실천한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O양은 최근 자신을 아껴주고 O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적으로 맞춰주던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 선고를 받았다. 화한 번 제대로 내지 않고 자신만을 아껴주고 다독여주고 곁에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했던 남자 친구의 이별 선고는 O양에게 당연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O양의 옆에서 항상 자신을 낮추고, 본인보다는 O양에게 맞춰주던 남자 친구의 이별은 어찌 보면 시간문제였던 게 아닐까 한다. 이 사연을 보낸 사람이 O양 본인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마 남자 친구와 O양의 관계는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의 관계가 아닌 주종의 관계에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준 상처를 100% 이해한다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전제를 둔다면 말이다. O양이 본인의 입장에서 쓴 사연만 읽어봐도 남자 친구는 착하고 본인은 그렇지 못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묻어나고 있어 하는 예상이다. 



O양의 질문은 간단하다. 이 남자 돌아오게 할 수 없을까요 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역으로 질문을 하고 싶다. 만약 본인의 친한 친구가, 본인의 동생이나 오빠가, O양의 남자 친구 같은 연애를 한다면 어떻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말이다. O양이 지인이나 가족 중에 한 명이 공주와 신하의 관계 같은 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진심으로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그렇다, O양만 언제나 받기만 한건 아닐 것이고, O양만 남자 친구를 신하 다루듯이 한건 아닐 것이다, 당연히 O양의 남자 친구도 잘 못 한 일이 있었을 것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수도 있다. 둘이 어느 정도 맞았기에 짧지 않은 시간 연애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한 건 없다. 박수를 치더라도 다른 한 손은 가만히 있을 때 다른 한쪽 손은 더 많은 횟수를 움직일 수 있고, 더 많은 공간을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박수 소리가 두 손이 부딪혀야 나는 건 맞지만 공평하고 공정한 상태에서 박수 소리를 낸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은 노동을 강요받은 손이 지치는 건 매우 당연하다. 지친 손이 박수를 그만 치겠다고 말한다고 한들 그 누가 비난을 할 수 있겠는가. 


진심으로 떠나간 사람들은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이별을 고할 때는 수없이 많은 고민들이 쌓여 터져나온 순간 인 것이다. 곪고 썩어문드러진 마음이 터져버린 상태이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절대라는 말은 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저 O양의 남자친구도 사람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아 남자들은 이러니 O양의 남자 친구도 절대 이럴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예상해 보자면 아마도 이별이 아닌 탈출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보통은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거나, 정말 사랑하고 좋아했지만 더 이상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이별의 말을 꺼낸다. 오래된 연인이었다면 생각의 생각을 더해 심사숙고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고,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었다면 그저 마음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남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O양이 직접 밝혔듯O양의 남자친구는 헌신의 신 그 자체였다.  


결국 상처를 받아 이별을 고한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싶다면 그 상처를 이해해주고 받아주고 아물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그나마 가능성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O양 때문에 받은 남자 친구의 상처가 치유가 될지 아물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약은 시간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O양이 남자 친구에게 준 상처에 대해 미안해 하고 사과를 한다고, 상처를 치유해 주려 노력한다고 해서 남자친구의 마음이 예전같아 질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O양이 어떻게 해야, 남자 친구의 마음을 확실하게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아닐까 한다. 예전 애인을 잡고 싶어 한 분들에게 준 의견들이다. 


본인의 마음,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매일 같이 쓰고 우편으로 부치는 방법이 있다. 화가 나있고, O양을 만나기도 거부하는 남자 친구에게 매일 같이 전화하고, 찾아가고, 문자를 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보통 감정이 격해있는 상태에서는 실제로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둘 사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미안함 등을 적다보면 적는 본인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정확한 의사전달을 할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할 여지를 남겨준다. 


기억할 것은, 살이 5kg이나 빠질 정도로 여전히 남자 친구를 사랑하고 그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최대한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본인의 입장이 아닌,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 남자 친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긴 편지 말이다. 우선은, 본인의 마음부터 추스르도록 하자. 편지를 쓰다 보면 O양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 해주고 싶었던 말, 그리고 하지 못 했던 말들을 적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본인도 마음의 안정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 사랑해준 남자 친구가 떠나 슬프겠지만, 역으로 그렇게 사랑을 주었음에도 자신의 사랑이 결실이 이별밖에 되지 않았음에 슬퍼했을 남자 친구의 마음도 헤아려 보면 어떨까 한다. 그렇게 적어가다보면 두 사람의 이별 뒤 각자의 마음에 남겨진 그 무언가들이 왜 다를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의 결정은 이미 충고나 조언을 구하기 전 거의 결정된 상태일 때가 많다. 머리로는 아직도 복잡하고 쉽사리 결정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은 머리와는 다르게 미세한 차이라고 할 지라도 한 쪽으로 기울어 있을 때가 많다. 최선의 방법은, 그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최고이고 최상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남자 친구 그리고 둘 사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내가 아닌 O양 본인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해야 남자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본인을 떠날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을 돌릴 방법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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