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울 뿐입니다.
J님, 두 번째 상담 이군요. 이번 상담 신청하신 걸 읽어보니 저 번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워 지신 것 같습니다. 저 번 연애 문제에서 자유로워 지신 것 같아 다행인 것 같기는 하나 또 다른 고민이 생기셨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매번 이렇게 상처만 받으시니 연애에 겁을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모두 툴툴 털어 버리시고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첫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그게 짝사랑이었던 연애를 했어도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서로가 없고 못 살 정도로 불타올랐던 사랑이었던 첫사랑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사실 첫사랑뿐만이 아닌 모든 연애 경험은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사랑, 연애라는 것이 다른 여타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 중에서 약간은 더 특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뭐랄까요, 우리가 매일 경험하지 않는 특별했던 날들을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초등학교에 등교하던 첫날, 고등학교 졸업식, 비행기를 처음 타고 이륙하던 경험, 특별하고 특이했던 기억은 사람의 머릿속에 저장이 되고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선명하게 남습니다. 이러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연애와 사랑에 관련되었던 당시의 사람, 장소, 시간, 생각, 느낌 등은 머리와 마음속에 각인되어 지우려 해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게 어떤 연애 였든 간에 말이죠.
초등학교 입학식이 좋았던 기억이었건 좋지 않았던 추억이었건 몇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기억되어 초등학교 입학식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그 날이 기억이 납니다. 첫사랑도 비슷합니다. 최고로 행복했던 시절이었건 불행의 연속되던 시절이었건 아련하게 머릿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계속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이 나고 추억이 되는 것은 좋았던 시절이라는 겁니다. 당시에는 싫었고 불쾌했고 불행했던 순간들 때문에 헤어짐을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게 더욱 많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시간이 흘러 예전 그 사람의 모습과 헤어짐의 이유를 기억해 보니 내 실수였거나 서로의 오해로 헤어짐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질만한 이유와 비슷한 무게였던 문제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왜 싸웠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머릿속에서 기억을 지울 수 없는 한 예전의 기억들은 머릿속에 남아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 기억과 추억을 재생산하게 만듭니다.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하고 추억합니다. 밥을 먹는 것만큼 자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밥을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인 것을 알지만 그 과거에 집착하게 될 때도 있고 과거를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 스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착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지금에 와서 억지로 고치려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좋으나 과거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잊지 못하시는 그 남자분, 이미 결혼도 하셨고 아이도 있는 분입니다. 긴 연애를 하고 두 분만의 행복했던 기억, 추억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겠지만 그분은 그분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험한 꼴 봐가며 헤어짐을 결정하신 J님과 전 남자 친구분의 과거는 과거 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그립고 그 사람 어깨에 기대어 울고 싶다는 생각 하실 수도 있고 그 마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은 생각으로 남기시고 마음은 마음대로 간직하고 있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에 와서 그 남자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도 참으시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현명해 보입니다. 만약 그 남자분에게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남자분이 J님에게 돌아오고 싶어 한다고 할 지라도 지금 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는 아내와 아이의 상처를 담보로 한 두 분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얻는 행복이 얼마나 행복할지는 제 머리로는 가늠할 수 없고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만약 저라면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얻은 행복을 만끽하며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사랑과 인연은 끝나지는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연애는 끝이 났고 끝나지 않은 인연도 연인이라는 인연으로 돌아갈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남자분의 개인적인 또는 가정적인 문제로 다시 싱글이 될지는 모르나 J님이 그분이 다시 싱글이 되는데 기여하는 것은 J님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은 당장 힘드시고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시겠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지금 마음이 외롭고, 공허하고, 쓸쓸할 지라도 그 사람 보고 싶은 마음,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참고 절제하시길 바랍니다. 언제가 되었던 지금의 상처가 아물고 상처가 흉터가 되어 있을 때 즈음에는 아마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저절로 되어 있을 겁니다.
사랑과 연애를 너무 무섭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물론 힘들고 어렵고 상처받게 하는 게 사랑이고 연애입니다. 가벼운 연애 일지라도 끝나게 되면 그 가벼운 만큼의 상처를 남기는 게 사랑이고 연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치고 아플 것이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으시려 하고 사랑을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나에게 스스로 상처를 주는 꼴이 됩니다. 사랑하고 연애하며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롭게 알아가고 마음을 주고 나누고 하며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도 연애도 노력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고 보호받기만 원 한다면 누구도 J님의 마음에 들어올 수 없고 J님도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매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다시 찾아옵니다.
J님은 지금 과거의 연애와 사랑에서 얻은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랑과 연애를 하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J님의 성격상 다른 사람과 금세 친해지고 금방 마음을 주는 일을 쉽게 하실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편했던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J님도 아시겠지만, 새로운 것과 알게 되고 알게 되고 나면 친해지고 친해지고 나면 익숙해지는 것이 모든 것의 순차입니다.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익숙해짐을 넘어가면 지겨워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당장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연애와 사랑을 한다는 것에 너무 부담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사람은 누군가 자신의 옆에 있어주길 원합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없다면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J님의 경우 예전에 함께 했던 전 남자 친구 분 같습니다.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신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만약 그러시다면 혼자의 힘으로 한 번 역경을 이겨 내 보는 연습을 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두 발로 일어서서 고된 기간을 이겨내다보면 J님 스스로도 몰랐던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된다. 단 그 마음이 가는 대로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그 남자 친구 분에게 돌아가시라고 권유드리고 싶지는 않으나 정 그러고 싶으시다면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J님이 연락을 먼저 하신다고 해서 그 남자 친구분이 다시 예전 좋았던 시절처럼 반갑게 맞아 줄지, 반갑게 맞아 주더라도 그저 친구로서 연락을 받아줄지 아니면 J님과 같이 과거를 그리워하며 J님의 연락을 받아 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J님이 그렇게 행동을 하시고 그에 따른 결과는 J님이 책임을 지실 마음가짐은 준비하고 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후회는 남습니다. 가끔은 그 후회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나와 상황을 인지하고 지금의 나와 상황을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분명 J님 새로운 연애, 사랑하실 수 있고 그 새롭게 찾아 올 사랑 J님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사랑을 하는 걸까 연애를 하는 걸까 - Ko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