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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Apr 23. 2018

내 남자 어쩌다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이 살아온 지난 몇년을 A4용지 한장에 얼마나 정확하게 담을 수 있을지. 대략적이고 간략하게 그리고 대략적으로 담아 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간 겪어 온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한 장의 종이 안에 한 명의 인생도 담기 힘든데 두 명이 함께 겪은 동고동락의 시간을 어찌 세세하게 다 적어 낼 수 있을까. 게다가 한 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본 이야기를 제 3자가 어디까지, 얼마만큼 정확하게 이해 할 수 있을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명을 앞에 앉아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을 이해하기도 힘들텐데 말이다. 당연히 한 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이건 저렇다 저건 이렇다 라고 꼭 집어 낼 수는 없다.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가, 남의 집안일, 연애사는 상관하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둘 만이 아는, 그 가족만이 아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그래도 누군가의 고민을 들었을 때, 상처받고 아파하고 있을 때 모른척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백지장도 맞들면 나을때가 분명 있는 법이다. 



Y양의 사연을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남자가 있나 싶었다. 짧게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쉽게 연애를 한 것도 아니다. 긴 시간 장거리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은 연애를 하며 사랑을 이어왔다. 언제 어떻게 연애가 시작되었는지, 두 사람이 만나 온 기간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는 없다. Y양의 사연만을 가지고 추론해 보건데, 전형적인 연인이 아니었나 싶다. 떨어져 있으면 싸우고, 붙으면 언제 그랬냐는듯 웃고 떠들며 둘이 너무 좋아 세상 없어지는지 모르는, 여자는 짜증도 부리고 애교도 부리고, 남자는 무심하다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어른 같은 믿음직스러운 남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인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끝나고 말았다. 남자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아마 Y양도 알게 모르게 변했을지 모른다, 다만 자신이 느끼지 못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 사람을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다의 틀로 묶어 둘 수는 없을듯 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이 조금은 약해졌을 수도 있고, 주를 이루지 못 하던 성격이 언젠가부터는 주를 이루기 시작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남자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성격을 고수하다 보니 변한것 처럼 보이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Y양이 잊고 있거나, 꺼내지 않은 말이 있을 수도 있다. Y양이 남자친구에게 큰상처를 준 적이 있었거나, Y양 본인도 남자친구에게 무심하게 굴고 상처를 주고 자존심을 깍는 행동같은 것들을 사연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A4 한장에 적힌 Y양의 사연만으로는 이 남자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둘의 관계가 어쩌다 파국을 맞았는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남자가 변했는지, Y양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둘 모두 변하지 않아 둘의 관계가 끝을 치달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럼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가 있다. 남자의 행동은 이미 Y양에게 떠났다고 보이는 것이고, 그런 남자를 보며 이별을 고한 Y양을 잡지 않은게 Y양의 남자친구라는 것이다. 아마 남자친구에게도 사정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일수도 있기에 여자친구에게 집중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여자친구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 할 가족문제나 개인의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수술을 한 여자친구의 문병조차 오지 않은 이유가 짧게 만나지 않은 기간, 적지 않은 나이에 여자친구의 가족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 일수도 있다. 결혼 적령기에 다달았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일과 여자친구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자신의 현실에 암울해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일이다. Y양의 남자친구가 왜 Y양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는지, 정말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돌연 취소했는지 알 길은 없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여자친구의 짜증을 받아주고 웃게 만들어 주는 일이 버거워졌기에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복잡한 머릿속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답답함이 천근만근인 가슴에 여자친구의 자리를 만들어 내기가 힘에 겨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자친구의 입장이다. Y양의 입에서 이별을 하자는 말이 나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이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인사이라고 할 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해하지 못 하는 부분이 있다. 남자친구의 변명과 핑계는 3자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힘들다. 친한 친구가 수술을 한다고 하면 찾아가 얼굴이라도 비추는게 보통이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 잘 만나지 못 하는 여자친구, 그리고 본인을 위해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나지 않을지라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게 연인사이를 이어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아니,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와 명확한 다음 약속을 기약하는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Y양의 남자친구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생각을 해 봐도, Y양의 사연을 몇 차례 읽어봐도 남자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 Y양이 중간에 바람이라도 핀것일까? 말도 못하게 심한 상처와 자존심이 깍일 만한 행동을 한 것일까? 만약 이런 극단적인 예측이 아니라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그저 두 사람의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밖에 보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평생을 Y양만 이해하고 남자친구의 사정을 받아만 줄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을지라도 노력하는 모습이 남자친구에게서 나왔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상황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라도 나눴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Y양의 헤어지자는 말에 남자친구는 Y양을 잡지 않았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이 Y양의 이별에 대한 답이었을 뿐이다. Y양도 Y양의 남자친구도 서로가 서로를 나줘야 하는 때일지도 모른다. 다만, Y양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고 남자는 적어도 정리를 하려고 하는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매우 식상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Y양의 입장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이 사람과의 인연의 끈을 놓아야 할지, 아니면 Y양이라도 노력하여 끊어진, 끊어지기 일보직전인 두 사람의 관계를 붙이기 위해 노력할지 말이다. 





Y양이 잘 못 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저 투정부리고 짜증내고 한게 다라면 말이다. 남녀관계에 있어, 남자의 무심함, 여자의 투정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그리고 자주 볼 수 있다. 그저, 서로 힘들고 버거운 상황에서 남자의 무심함 때문에 이별을 하고, 여자의 투정 때문에 이별을 할 뿐이다. 특히, 긴 연애를 한 연인들 일 수록 남녀가 가진 보편적인 특성 때문에 이별을 하는 경우가 더 자주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만약, Y양이 지금의 관계를 정리하고, 언젠가 연애를 다시 하게 된다면, 고쳐야 할 점은 없을 듯 하다. 그저 지금처럼 남자친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함께해주고, 신뢰를 주고 받으며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내고 웃게도 만들어주고 애교도 부리면 될 듯 하다. 네 잘 못, 내 잘 못은 법정에나 가야 딱 잘라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 전에는 도덕적이나, 관습적으로 심각한 잘 못이라고 여겨지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Y양 본인만의 잘 못이 있었기에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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