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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Apr 14. 2018

잠수를 타는 남자들, 믿을 수 있나?

상식과 비상식을 가르는 선이 불분명한 것은 알겠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도 다수와 소수냐의 차이일 뿐 정확한 잣대를 들이밀며 이것은 정상 저것은 비정상이라고 말 할 수도 없다. 틀리다와 다르다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어떠한 일련의 행동들이 틀린 행동인지 다른 행동인지 그 누가 딱 잘라 이것은 옳다 저것은 옳지 못 하다고 판단 할 수 있겠는가. 연애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 누가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이별을 하고 헤어지는 연인들이 있다. 개인의 연애 방식은 사람의 머릿수만큼 존재한다. 연애에 대한 가치관, 생각, 목적, 목표 그리고 연애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력과 이유, 정도의 차이를 달리하며 각자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연애를 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아무리 애매모호하고 불명확 할지라도- 다수가 믿고 따르는 상식과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행동은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 한다. 



연애상담을 하게 되면서 역시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됨과 동시에 사연을 보내주는 분들의 상황에 적잖이 놀라고는 한다. 블랙홀에 관해 연구하고 우주로의 여행이 현실화 되는 21세기 이지만 우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지 못하는 인류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N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거의 남자친구가 될 뻔했던 남자도 잠수를 탔다. 의외로 놀라운게 남자들이 아무 이유없이 그리고 아무 언질없이 잠수를 은근히 잘 그리고 많이 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연을 보내준 건 N양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잠수를 타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에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별에 별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특히, 불편한 말을 해야 되고, 문제가 될 법한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마주보고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더 쉬운 방법으로 피하려는 사람의 심리는 이해가 간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본능과 그 본능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재주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문제를 해결하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처러머 보인다. 애초에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잠수를 안 탔을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문제에 등을 돌리면 문제가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만이다, 문제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잠수를 탄 남자들 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남자들을 이해하려하고 기다려주려 노력하는 천사같은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연인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따져 보아도 어느 순간부터 내 연락을 받지 않고, 내 연락이 온 것을 알면서도 답장이나 답변이 없는 사람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거나 단 번에 연을 잘라내는 것이 보통의 인간세상에서 발생하는 수순이다. 보통의 인간관계라면 말이다. 가족이나 친구의 경우라면 당연히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연락이 다시 온다. 이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상식수준의 범주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보통의 인간과계 이상 또는 친구나 가족같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관계를 맺고 있음에 연락을 무시하고 다시 연락을 해 오지 않았을 때, 걱정하고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닐지 예상하며 연락을 기다리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 일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 오고가며 지나친 사람도 아니고, 우연하게 한 두번의 만남을 가진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 역으로도 질문을 해보자, 오고가며 만나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도 아닌 사람의 연락을 무시하고, 연락이 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연락을 해오지 않는걸 어떻게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있다. 연락을 못할 만한 개인적인 이유나, 가족이나 생업이 걸린 일 때문에 연락을 곧 바로 못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연락을 다시 해 오지 않는다는 건 연을 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분명 연락을 받았음에도 연락을 무시하고 다시 연락을 하지 않는 행동은 인연을 끊겠다는 무언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요 관습이 아닐까? 그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불편한 지인한테도 변명아닌 변명이라도 해주는게 보통 아닌가 한다.



N양이 그 남자에게 마음을 빨리주고 마음을 빨리 연 경향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남자 또한 N양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생각이 들어간 말들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N양도 아무 말 없이 잠수탄 이 남자의 마음이 이해를 못 하고 있을 수 있다. N양의 시각에서만 두 사람의 관계와 상황을 적어주었기에 남자가 잠수를 탄 진짜 이유와 본질적인 문제가 사연에서는 빠져 있을 수 있다. 자신을 방어하려는 무의식적인 마음으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내뱉은 말이나 자신이 인지하지 못 하고 행한 어떤 행동들이 N양의 사연글에는 포함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중요한 문제와 핵심적인 이유가 빠졌다면 남자가 잠수를 탄 진짜 이유를 이해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N양의 시각에서만 묘사된 상황으로는 남자가 잠수를 타야 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N양의 적어 보낸 사연이 N양과 남자 둘이 모두 보아도 객관적인 사실이라면 이는 남자를 이해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무 이유없다. N양과 잘 해 볼 마음도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의 기간이 길었다면 아마 대화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떠한 전조나 예상을 할 수 있는 어떤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 기간도 짧고 함께 나눈 대화의 깊이도 그리 깊지가 않다. 



서로 알아가고 있던 상태에서 남자가 일방적으로 잠수를 탄 것 뿐이다. 물론, 남자가 N양에게 여전히 마음이 있음에도 자신의 상황과 겪고 있는 문제 때문에 N양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된다고 느꼈을 수 있다. 아무리 마음이 앞선다고 한들 사람이 견뎌 내고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현재의 상황이 너무 버거워 무언가를 내려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N양을 내려 놓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관계를 끝내는 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해는 해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받아주는건 별 개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정말로 남자가 자신이 현재의 상황이 너무 버거워 N양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게 옳지 않았을까 싶다. 만난 기간과는 상관없이 잠자리까지 시도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던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한 두번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한 두번 한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잠자리까지 생각하게 할 정도로 남자는 N양에게 호감을 보였고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가져갈 것처럼 해오지 않았는가. 당연히 N양도 그런 남자의 행동에 반응을 했고 싫어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연인이 되려했던 상황에서 이런 식의 표현방법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다. 




N양이 그 남자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알겠다, 아니 호감이상의 감정이 이미 싹튼 것은 이해를 하겠다. 하지만 N양도 그 남자가 천생연분, 이 남자 아니면 죽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정말 쉽지 않게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고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려고 했던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남자의 잠수가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놓아주어야 할 사람은 놓아주어야 한다. 이미 그 쪽에서는 N양과의 끈을 놓다 못 해 끊어 버리지 않았는가.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가족 때문에, 일 때문에 현재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연락 할 수가 없었다고,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그때가서 그 남자를 다시 받아주고 관계를 이어가는건 N양의 선택이다. N양의 마음 속에 그 남자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이어질 확률이 크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이 남자가 다시, 또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N양의 기억속에 남은 그 땡볕 아래 웃고 있는 그 남자의 모습이 N양의 마음을 다시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섣부른 예상이겠지만 타인이 보았을 때 상식보다는 비상식, 정상보다는 비정상적인 연애를 하게 될 확률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전적으로 남자를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N양만의 말만 들어서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고, 남자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수라는 행동을 선택한 남자, 연인관계에서 뿐만이 아닌 평범한 인간관계에서도 신뢰 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 본다면, 아니라고 답 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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