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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May 28. 2018

사랑, 그 사람이 아니면 정말 안되는 걸까?

가지지 못 하는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 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게다가, 그 무언가가 과거에는 가지고 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잃은 무엇이라면 그것에 대한 소중함과 아쉬움 그리고 미련까지 더 해져 그 무언가를 향한 욕구와 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듯 하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갖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되기도 한다. 


사랑인지 집착인지에 대한 구분은 명확하게 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순수한 사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집착으로 보일 수 있다. 성인의 사랑과 자비라고 할 지라도 받는 입장에서 거부를 한다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눈처럼 하얀 순수한 마음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부를 한다면 사랑이 집착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사랑에 눈이 먼 사람들끼리는 집착이 사랑으로 착각되어 비춰질 수도 있다. 1분에 한 번씩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을 한 번이라도 안 받으면 화를 내는 사람과 함께 함에도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그 것이 진정한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 들여질 수도 있다. 사랑이 무엇이고 집착이 무엇인지, 그 모호한 경계를 나눌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에 있지 않나 한다. 


O군의 경우가 사실 상담하기 제일 힘든 경우다. 이유는 간단하다, 겪어 받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당장 O군에 귀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도 O군의 귀에는 들어갈지 몰라도 머리와 마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지금 이 시기에는 별로 소용이 없다. 본인한테 집중하고 최대한 잊어 보기 위해 노력하라는 허울 좋은 말도 지금의 O군의 상태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과 머리를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상담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와의 추억, 그녀에게 했던 실수, 그녀와의 혹시 모를 재회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 때 그러지 말걸, 그 때는 좋았는데, 이렇게 하면 그녀가 다시 돌아올까? 저렇게 하면 다시 한 번 만나주지는 않을까? 이렇게 사랑하는데, 평생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왜 몰라주는 걸까. 어떻게 하면 둘의 이별을 없던 것으로 하고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에 사로 잡혀 있을 듯 하다. 


사연을 읽어본 후, 느낀 점은 둘이 헤어질 만한 이유를 찾지 못 했다는 것이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여자가 화가 난 것이고, 무엇이 그녀를 이별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O군의 행동과 언행에서는 찾을 수 없다. 물론, O군의 전여자친구가 말한 이유들은 있다. 하지만, O군이 빼놓은 것 없이 사연을 적어 보낸 것이라면, O군의 여자친구의 보여준 행동과 언행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O군의 여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으로 이별을 고했는지는 사실 O군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O군의 사연만으로만 보자면 O군에게 이별을 통보할 만큼 잘 못 된 일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둘의 합의하에 같이 한 일이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를 가지고 O군에게 실망 했다는 말과 함께 이별을 고하고, 자신의 일이 바빠졌다고 자연스레 O군을 잊었다고 말하는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O군이 미숙한 점이 있었을지는 모른다. O군이 사연에는 빼놓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O군의 사연만으로는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 한 점이 있어 보인다. 


O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힘들 뿐인 것이다. 몇 가지 말을 기억해두는게 좋다, 당신과 나는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이별은 하고 싶지만 이별을 해야 될 정확한 이유가 없을 때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키워주고 먹여준 부모님과도 안맞을 때가 있고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지내온 친구들도 안 맞을 때가 있다. 평생을 산 부부도 서로 안 맞을 때가 맞다. 나한테 완벽하게 맞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서로 맞춰주고 이해해 가며 만나는 것이지. 그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여자친구는 어느 정도 이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한다. O군이 저지른 실수가 이유가 되어 둘이 이별을 한 것이 아닌, 이별의 기폭제가 된 것 뿐이 아닌가 한다. 이미 여자친구는 일 때문에 O군을 자연스레 잊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도 여자친구에게 다가가려 하는건, 어딘가 옳지 않아 보인다. 본인을 너무 낮추고 있다.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도록 하자, O군의 말대로 본인이 여자친구를 만나는 동안에도 자신을 낮췄다고 했고 그런 행동 때문에 여자친구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부담스러워 했다고 하였다. 그런 본인의 저자세적인 모습을 헤어진 지금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귀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탐탁치 못 했던 모습을 헤어진 뒤에도 보여준다면 이는 전여자친구의 말을 전적으로 듣지 않았고 지금도 듣지 않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물론 전여자친구의 기분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 그저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별의 여러 복합적인 이유 중, O군의 그런 저자세적인 태도가 끼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저자세를 거둘 때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정말 고리타분하고 유치한 대사 중 으뜸이 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이 말도 일리는 있는 듯 하다. 사랑한다면 보내주는게 좋을 듯 하다. O군이 사랑하는 사람이 O군을 떠나 행복하고 싶다는데 그것 하나 못 해주겠는가, 잘 살아라 행복해라, 그리고 전여자친구가 원하는대로 등 돌려 주도록 하자. 그렇게 한다고 해서 O군의 전여자친구가 감동하거나 O군을 다르게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다. 그저 O군의 마음을 위해, O군의 안정을 위해 최대한 사랑하는 사람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마음 속에서 보내 주도록 해 보자. 그리고 O군 없이도 잘 살겠다는데, O군의 자존심 그렇게 뭉게가면서 O군 없이 살겠다고 떠난 전여자친구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물론 O군의 마음이 여전히 전여자친구를 사랑하고 그녀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행복한 미래를 포기하지 못 했기에 힘들어 한다는것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별을 겪었다고 해서, O군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건 변하지 않는다. 술도 먹고, 친구들 만나면 울고,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질리도록 하자. 문제될 것 없다.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와 헤어져 슬퍼하고 아파하는게 흉은 아니지 않은가. 매우 정상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겪고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다만, 본인을 너무 자책하거나, 본인의 실수 때문에 모든게 잘 못 되었고 이별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별의 원인 제공자가 O군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별을 말한건 O군이 아니다, 전여자친구라는 점도 잊지 말자. 이별의 이유는 O군에게 있지 않다, 전여자친구에게 있다. 





O군은 틀어져가는 관계를 제대로 잡아 보려고 노력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단호하고, 매정하게, 그리고 퉁명스럽게 O군을 내친건 전여자친구다. 싸울수도 있고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별로 마무리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O군은 할 만큼했고, 본인이 한 실수도 인정하고 여자친구가 한 실수도 이해하며 두 사람의 더 나은 그리고 돈독한 관계를 위해 고치려고 했다. 할 만큼 했다. 그러니, 앞으로, 분명 쉽지 않겠지만 본인 마음 다독이고 본인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한다. 너무 힘이 들 땐 또 친구들 찾아가서 소주 한 잔하고 궁상떠는 모습 보여주며 지겹다고 욕하는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 해주자.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힘들어 하는 O군 곁에 있어주는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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