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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Jan 06. 2017

지고지순 한 5년 간의 연애


Y님 글은 정말 잘 받았습니다. 장문의 메일 꼼꼼히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Y님과 상대편 남성분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카테고리를 굳이 나눈다면 어디에 넣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읽으면 읽을수록 들더군요. 정확하게 말해 두 분이 사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난 5년 간 밀당을 한 것도 아니고 요새 말로 썸을 탄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상황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 오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걸 떠나서 5 년간 일편단심이신 Y님의 마음이 보기가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Y님이 보내 주신 글에 대해 제삼자인 제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결론을 드릴 수 없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제 의견을 참고하시고 지금 겪고 계신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벗어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07  년

여자는 남자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다. 둘이 만나게 되었을 때 여자는 학교 선배와 남자는 후배의 위치였다. 다른 커플들이 그렇듯 둘도 우연하게 만나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생기다 보니 자주 보게 되고 자주 보게 되다 보니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사귀자는 말 없이도 둘은 만나는 시간을 늘려갔고 많은 것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서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고백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여자는 남자와의 잦은 만남을 좋아했고 만나면서 선물도 하며 간접적인 애정 표현도 둘러가며 하고는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남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잡힌 약속을 펑크를 냈고 약속시간이 지나서야 약속 장소에 나오지 못한다고 문자 하나만 덜렁 보냈다. 그렇게 둘의 첫 삐그덕거림이 시작됐다. 


2008 년

그 후 해가 지나고 그 남자의 학교 일 때문에 통화를 한 두 사람. 일적인 일로 통화를 끊고 남자에게 이런 식의 문자가 왔다. "내 옆에 사람 두면 그 사람이 힘들어진다." 식의 그래도 둘의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그 후 둘이 학교에서 만나 여자가 남자를 태워 줄 일이 생겼고 당시 날씨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당시 남자를 태워주는 입장이었던 Y, 차를 얻어 탄 남자. 하지만 남자는 바쁘게 어딘가로 가야 했는지 Y에게 이런저런 식으로 운전을 하고 어디 어디를 지나가자고 주문을 한 모양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남자의 모습은 그동안 Y가 보여준 모습이 아니었다. 운전 하기도 힘든 상황에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Y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선 배려라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먹고 상처를 받은 Y는 남자와 연락을 끊어 버렸다. 많이 좋아하지만 떨어져 있는 게 좋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그 해 Y는 외국 친척 집으로 떠나 버렸다. 물론 그 남자가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진로 걱정도 했어야 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휴식이 필요했던 Y였다. 


2009 년


한 국에 돌아온 Y는 단지 그 남자의 소식만 간간히 들었을 뿐이다. 이 해 하반기에 남자에게 먼저 문자가 왔고 Y는 답장을 하게 된다. 그간 둘이 어떻게 지냈는지 잘 지냈는지 지난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약간은 긴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근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서로 바쁘게 사는 처지 인지라 연락이 제대로 되지 못 한 모양이다. 


2010 년


남자는 핸드폰을 잊어버렸었고 둘은 간간히 문자만 주고받았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2011 년

어쨌든 신기하게도 둘은 여전히 연락을 이어왔다. 재밌는 사실은 이렇게 연락만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었지만 둘의 문자는 약간의 달달함을 띄고 있었다. 조만간 맛있는 걸 사준다, 이쁜 꿈 꿔라 등등. 2008년을 마지막으로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산 처지에 둘의 사이에 어색함은 없었나 보다. Y는 남자에게 편지도 보내고 예전에 주려고 산 선물도 주고, 장문의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는 문자도 보내고 그걸 읽은 남자는 답장도 잘 해주는 그런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 던 중 남자와 다시 통화를 하게 되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얼마나 벌어줄까?"  그렇게 잘 풀려가는 듯싶더니만 남자가 돌연 잠수를 타 버린다. 


*간략하게 각색하였습니다.


관계 정립


누가 잘 못 보면 Y 씨가 남자분을 쫓아다닌다고 오해할 것도 같습니다. 서로 약 2-3년간 얼굴도 안 보고 지냈으면서도 다시 선물을 하고 애정 표현을 하는 건 Y 씨 밖에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두 분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걸 두 분이 사귄다고 봐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불분명합니다. 선물도 주시고 편지도 쓰시고 남자분이 잠수를 탄 상황에서도 걱정해 주시고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은데 남자의 입에서 Y 씨의 입에서 둘이 사귄다 둘이 어떤 관계다라고 확실하게 어떤 말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우선 두 분의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남자의 마음


Y 씨가 말씀하셨듯이 Y 씨는 적당히 부유한 배경이 있고 남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남자의 집 안은 그렇게 부유하다 말할 수 없는 상태이고  남자가 자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은 상황 같습니다. 게다가 Y 씨의 학벌이 남자보다 높습니다. 스스로 자영업을 하며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는 Y 씨의 집 안 배경과 학벌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거기에 받기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자신보다 학벌이 높은 여자를 부담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두 분의 사이가 다른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불편하거나 서로를 잘 모르는 관계는 아니지만 둘의 사이가 미래를 바라보는 사이라면 남자가 부담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마지막 통화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분이 Y 씨에게 묻기를 얼마를 벌어다 줘야 하는지 어떤 가방을 좋아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두 분의 사이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단계라면 남자의 머릿속에는 괜히 잘 사는 집안 여성을 자기가 고생시키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두 분의 나이가 결혼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나이니 이는 당연한 게 아닌가 합니다. 





부담 덜어주기 


그동안 남자분이 계속해서 해 온 이야기가 중에 하나가 난 해준 게 없는데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돌리면 약간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다운 성격을 가진 남자라면 여자에게 받기만 하고 되돌려 주지 못할 때 자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상황이 여의치 못 해 받기만 미안함과 고마움을 스스로 풀 수 없으면 없을수록 남자는 위축되고 자존심이 상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자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언행이 조금씩은 필요합니다. Y 씨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어떤 것인지 말을 해 주는 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합니다. Y 씨가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무언가가 아닌 따듯한 말 한마디, Y 씨가 남자분의 생각하는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상관이 없다면 그런 부분을 말씀해 보시길 바랍니다. 


본인의 마음 


위에서 말씀드린 남자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말은 Y 씨가 진정 남자분을 사랑하고 있거나 진심으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본인이 그 남자분과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고민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남자분과 단지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인지 결혼을 염두에 둔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인지. 본인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를 잘 하셔야 남자분의 행동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분이 지난 5년간 꾸준히 연인처럼 지내 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연락까지 끊겼 던 상황입니다 게다가 얼굴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던 상황이고. 보내 주신 글로 유추만 해 본다면 두 분은 친구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본인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 남자분에게 무엇을 원하고 둘 사이가 어땠으면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본모습 


그동안 많이 그 남자를 위해 맞춰 오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시려고 한 Y 씨의 글을 읽어보면 약간 고자세를 취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주변에서 하는 말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은 안 그런데 주변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남자 앞에서 만큼은 약간은 어수룩하거나 남들에게 보이지 않은 빈틈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느 정도 부유한 집 안에서 공부를 오랫동안 해 온 여성의 사회적 이미지가 어떨지를. 남자는 그런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을 봐 왔겠지만 두 분이 안 만난 시간이 꽤 길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 남자분도 Y 씨의 현재 이미지를 전혀 무시는 못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분과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 본인이 어떤 삶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남자는 의외로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며 여자들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해시킬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화 


이 관계가 정리되기 위해선 우선 Y 씨가 원하는 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시고 기회가 된다면 그 남자분과 진지한 대화를 가져 보는 게 좋습니다. 이런 대화를 가 질 기회가 생긴다면 서로에게 너무 부담이 가지 않게 끔 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내가 널 이만큼 생각하고 네가 이 마음 안 받아주니 내가 힘들다 라는 식의 주장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두 분의 사이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며 남자분이 지금 Y 씨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부담을 느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Y씨도 남자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어 보입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상대가 있을 때 부담이라는 감정은 더 크게 생길 수 있습니다. 나쁜 감정이 아니니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부담을 느끼나 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지켜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처럼 상태를 유지하면서 두 분이 벌려왔던 거리를 다시 조금씩 조금씩 좁혀 나가는 노력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남자분도 Y 씨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먼저 문자를 보내거나 신경 써주는 말들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단지 그 남자분이 힘든 상황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재촉해서 둘의 관계가 빠른 진도로 나갔으면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현명해 보입니다. 시간을 가지고 둘의 관계가 처음 만나 애틋하게 데이트를 하던 시절처럼 편해지는 것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서로 마음을 터 놓고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 알아가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 분과 먼 미래까지 원하고 바라고 있으시다면 진지한 대화를 할 때 남자에게 이런 말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원하지도 않고 남자분이 하는 자영업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믿을 수 있고 혹시 실패하거나 잘 되지 않더라도 곁을 떠나거나 둘의 마음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식의 말을 남자에게 해 준다면 남자가 가진 부담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Y 씨가 진정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드리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분이 Y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아시는 게 중요합니다. 그 남자분의 생각과 Y 씨의 생각이 맞지 않다면 Y 씨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대화와 조율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거나 관계를 정지시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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