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성장주에 장기투자 하세요.

by 고호

차장님 이런 질문이 계속해서 생각 나실 겁니다. “어떤 회사를 사야 하는거지?” 간단한 질문이지만 숫자 몇 개와 차트 몇 장만으로는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필립 피셔가 관심을 가졌던 지점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싼 주식’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룰 기업을 찾아내고자 했던 투자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15가지 기준은 단순한 체크리스트라기보다 ‘좋은 기업을 바라보는 하나의 사고방식’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피셔가 먼저 던졌던 질문은 이렇습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정말로 넓은 시장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상당한 매출 증가를 가능하게 할 만큼 충분히 크고, 또 성장성이 있는가? 어떤 기업은 지금 당장은 눈에 띄게 성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틈새 시장에 갇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시장이 작아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규제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 등에 힘입어 폭발적인 수요가 생기는 영역도 존재합니다. 피셔는 신생 산업이나 급변하는 산업이 이런 성장 기회를 더 자주 제공한다고 보았습니다. 기술, 통신, 헬스케어처럼 혁신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그는 특히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성장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제품이 가진 잠재력이 어느 정도 소진되고 난 이후에도, 이 회사가 매출을 계속 늘려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현재 제품의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된 이후에도, 이 회사의 경영진은 추가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낼 새로운 제품이나 공정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장기 성장성’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오늘의 성공이 내일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부화되고, 소비자의 취향은 수시로 변합니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회사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으며,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 가는 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셔는 연구개발, 즉 R&D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단순히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쓰는 회사를 좋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보려 했던 것은 “기업의 규모 대비 연구개발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고도 성과가 없다면, 그것은 자원의 낭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의 투자로 의미 있는 신제품, 공정 개선, 특허 등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어 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피셔는 특히 기술, 제약, 생명공학 등 R&D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산업에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연구개발 지출과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제품과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제품이 시장에서 저절로 팔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피셔는 그래서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사는 평균 이상의 영업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가?” 영업은 기업의 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시장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성과가 숫자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영업 팀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기능을 넘어, 고객의 반응을 현장에서 수집하고, 그 피드백을 연구개발 조직과 경영진에게 전달하여 제품과 전략을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피셔가 영업 조직의 수준을 중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즉 이익률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회사의 이익률은 충분한 수준인가?”라는 질문은, 겉으로 드러난 성장성 이면에 감춰진 경쟁력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높은 이익률은 종종 경쟁 우위나 강력한 브랜드, 혹은 독점적인 기술과 같은 요인을 반영합니다. 또한 높은 이익률을 가진 기업은 경기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더 큰 완충 장치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피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익률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회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단기적으로 이익률이 좋아 보이는 회사라도, 경쟁 심화나 원가 상승, 기술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그 수치는 곧 훼손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용 구조의 개선, 생산성 향상, 제품 믹스 조정 등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이익률을 관리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그는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기업은 기계와 숫자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람, 특히 직원과 경영진이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피셔는 “회사의 노사 관계는 우수한가?”라고 묻습니다. 단순히 파업이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회사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행복한 직원은 더 생산적이고, 이직률이 낮으며, 고객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반면 노사 갈등이 잦은 회사는 생산 중단이나 파업, 고비용 구조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경영진의 내부 관계 역시 그에게는 핵심이었습니다. “기업의 경영진 관계는 우수한가?”라는 질문은, 불필요한 권력 다툼이나 파벌 싸움 없이 전략을 공유하고 실행하는 문화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또한 그는 “기업의 경영진 깊이는 충분한가?”를 함께 물었습니다. 이는 후계 구도와 승계 계획, 그리고 비상 상황에 대한 준비 상태를 의미합니다. 특정 인물 한 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조직은 그 사람이 떠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깊이 있는 경영진을 보유한 회사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피셔는 “기업의 원가 분석 및 회계 통제는 얼마나 우수한가?”라는 다소 딱딱한 질문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기, 부정, 재무 관리 부실을 예방하는 기본 장치입니다. 회계가 허술한 회사는 외형 성장과 화려한 스토리 뒤에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원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각 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투명하게 파악하며, 책임 있는 예산 관리가 이루어지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더 큰 신뢰를 받습니다.


또한 피셔는 각 업계에 특유한 요소들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해당 업계에 특유한 다른 사업 측면이 있어, 투자자에게 이 회사가 경쟁사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부동산 업계에서는 입지가 핵심입니다. 소비재 시장에서는 유통 채널과 브랜드 인지도, 진입장벽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기술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의 잠금 효과, 생태계의 규모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피셔는 이런 산업별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특정 기업이 갖는 강점을 읽어낼 것을 강조했습니다.


투자의 시야가 지나치게 짧은 회사도 경계 대상이었습니다. “회사의 수익 전망은 단기적인가, 장기적인가?” 피셔가 선호한 기업은 당장의 분기 실적에만 매달리기보다,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곳이었습니다. 단기 이익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줄이고, 마케팅을 과도하게 축소하거나, 인력을 무리하게 줄이는 등의 조치는 일시적으로 수치를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 기업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을 배분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경영진을 신뢰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자본을 끌어다 쓰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피셔는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였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기업의 성장을 위해 충분한 주식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그로 인해 증가하는 발행 주식 수가 기존 주주들이 예상 성장에서 얻을 이익을 크게 상쇄하게 될 것인가?” 추가 주식 발행은 필연적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킵니다. 만약 그 자금이 정말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로 쓰여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 창출을 가져온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그는 기업의 자본 정책과 증자 계획이 얼마나 주주 친화적인지를 꼼꼼히 따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셔가 특히 강조한 요소는 경영진의 소통 태도와 도덕성이었습니다. “경영진은 상황이 좋을 때는 투자자들에게 자유롭게 회사의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문제나 실망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입을 다물고 있는가?” 그리고 “회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청렴성을 가진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는가?” 이는 숫자와 전략을 넘어, 그 회사에 자신의 자본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근본적인 기준이었습니다. 투명하고 일관된 의사소통은 경영진의 정직성을 드러냅니다. 좋은 소식만 과장되게 전하고, 나쁜 소식은 숨기는 경영진은 결국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윤리적인 경영은 법적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쌓는 토대이며, 그 위에서만 진정한 장기 투자가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피셔의 15가지 기준은 개별 항목만 떼어놓고 보면 평범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성장 잠재력, 혁신 능력, 영업력, 수익성, 조직 문화, 경영진의 질, 산업 구조, 자본 정책, 윤리성과 투명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피셔가 말한 ‘일반주에서 찾아야 할 15가지 포인트’는 결국 “이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질 회사인가, 아니면 지금이 가장 좋을 회사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필립 피셔는 포트폴리오 분산과 집중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단순히 많은 종목을 조금씩 보유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오히려 소수의 우수한 기업을 깊이 이해하고, 충분한 확신을 가진 뒤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과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이는 아무 기업에나 집중 투자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15가지 기준을 통과한, 진정한 ‘위대한 기업’에 한해서였습니다.


이 책에서 피셔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바로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산업 동향과 거시적 추세가 기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자동차, 항공, 텔레비전 등 당대의 첨단 산업을 예로 들며, 기술 혁신과 인프라 변화, 소비자 생활 양식의 변화가 어떤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를, 또 다른 기업에는 치명적인 위협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합니다. 성장 가능한 산업을 택하는 일과 그 안에서 올바른 기업을 고르는 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피셔는 또한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함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고성장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위험,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유행에 휩쓸려 투자하는 위험 등이 그것입니다. 그는 매력적인 스토리 이면에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살피라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그 성장성을 이미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한 주식은 좋은 투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투자자의 역할은 미래의 장기적 가치를 현실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라고 그는 보았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의 또 다른 책, 『보수적인 투자자는 잠을 잘 잔다』라는 제목으로도 잘 요약됩니다. 진정으로 보수적인 투자란 단순히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소유한 자산에 대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피셔에게 ‘보수적’이라는 말은 소극적이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힌 태도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필립 피셔의 기준과 책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시장 환경은 변했지만, 좋은 기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성장 잠재력, 혁신, 영업력, 수익성, 사람, 윤리, 그리고 장기적 관점. 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지금도 많은 투자자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셔가 던진 질문들을 따라 차분히 기업을 들여다보실 수 있다면, 우리 역시 ‘위대한 기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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