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1.8미터의 침묵]
세진은 정희의 옆에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정희는 창가에 서 있었다.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고, 얼굴에는 허망한 표정이 걸려 있었다.
세진은 그런 얼굴을 알고 있었다.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이 너무 많아서 잠깐 굳어버린 얼굴.
“선배…”
정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숨만 얇게 이어졌다.
세진의 머릿속에 오래전 장면이, 아무 말 없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던 교육장. 그는 신참 형사였고, 밤샘 근무를 하고 바로 온 날이었다. 뒤쪽 구석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때 정희가 강의를 멈추고 조용히 물었다.
“오늘은 밥은 먹고 왔어요? 아침 교육 오느라 많이 피곤하죠.”
그 말에 세진은 놀라 눈을 뜨고 어색하게 웃었다.
정희는 잠깐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정희에게는 별것 아닐지도 몰랐지만, 세진에게는 오래 남았다.
몇 년 뒤, 경찰서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정희는 예전과 똑같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세진 씨, 오랜만이네요.”
그녀는 늘 그랬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살폈다.
세진이 지금까지 봐온 정희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늘.
수영장에서 그녀의 아이가 죽었다.
세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정희가 먼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세진 씨.”
세진은 짧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해야만 할 말을 꺼냈다.
“오늘 오전, 수영장 자유 시간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정희는 미동이 없었다. 숨만 얇게 이어졌다.
“예슬이는… 깊은 쪽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