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DISSOLVE - 감각이 벽을 넘을 때

파도와 구조 사이에서 존재를 응시하다

by 호수를 걷다



「Sea the Wall 48, (2025)」 앞에 섰을 때, 저는 낯선 듯 익숙한 고요함에 휩싸였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질서의 구조를 부순다는 그의 시선은, 저 혼자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담담하게 세상에 표현해주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벽 앞에서, 나의 감각은 어떤 파동을 기억하고 있는지 문득 떠올려 봅니다.



Sea the wall 48, 2025, 60x90cm, Mixed media with video


로칸킴은 2025년 개인전 『DISSOLVE – 경계의 소멸』(갤러리위 수지)에서 ‘Sea the Wall’ 연작을 선보이며, 감정의 파도와 구조의 벽이 충돌하는 방식으로 감각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 연작은 다층적인 의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지닌 거대한 순백의 건축물은 질서를 지배하는 조형적 주체로 묘사되며, 그 앞에 밀려드는 파도는 감정의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파도는 경계를 침범하고 구조와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그 파동 속에 깃든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작가는 파도가 벽에 부딪히는 장면을 통해 “벽을 보다(See the Wall)”라는 언어유희적 메시지를 건넵니다. 자연(바다)과 인공(벽)의 격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까지 포함되며, 이를 통해 경계의 재구성과 감각의 전복을 선사합니다.



경계

로칸킴은 이 작품에서 파도와 건축이라는 상반된 두 존재를 충돌시킵니다. 순백의 벽은 고정된 구조, 파도는 감정의 흐름을 상징하며, 두 요소는 마치 이성과 감정의 경계처럼 긴장 속에서 공존합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긴장은 우리가 감각의 전복을 경험하는 순간과 닮아 있습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느끼는 낯섦, 감정이 공간을 다시 해석하는 경험은 우리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하게 만듭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건축물은 브루탈리즘의 엄정한 구조와 미니멀리즘의 고요한 감각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필요’이자 ‘자연을 파괴한 산물’이라는 양면성을 상징합니다. 기하학적이고 거대한 구조미는 인간 이성의 질서와 통제를 드러내고, 그 속의 여백은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실현하며, 침묵과 감정 절제, 성찰의 공간을 제시합니다.



감정이 감각을 덮는 순간: 경계를 넘어 침입하는 자연

이러한 구조 속에 파도는 고정된 경계를 넘어서며 침입하는 자연, 혹은 감정의 물결로 등장합니다. 작품은 움직이는 감정과 고정된 구조 사이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긴장은 역설적으로 고요하게 전달되며, 우리는 그 순간 질서와 혼돈, 이성과 감정의 경계가 Dissolve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Dissolve’는 단순한 해체가 아닙니다. 구조와 감각, 인간과 자연, 이성과 감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흐리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로칸킴의 세계에서 ‘건축’과 ‘파도’는 대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존재이며, 서로를 자극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이, 내면의 구조가 해체된 후 감정의 파도를 통과해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경계란 무엇인가: 경계의 재구성

경계는 나를 둘러싼 ‘선’입니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고, 안전과 위협을 나누는 보이지 않는 선이죠. 우리는 관계, 장소, 감정 안에서도 이러한 경계를 느낍니다.경계가 재구성된다는 것은, 익숙하던 ‘내 안과 밖’, ‘나와 타인’, ‘과거와 현재’, ‘안전과 위협’의 구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인지적 작업을 통해 이 경계를 다시 설정하고 정체성을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로칸킴은 ‘Sea the Wall’을 통해 인공과 자연, 내부와 외부의 선을 다시 긋는 행위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입니다.


감정이 감각을 다시 쓰는 순간

감정은 때로, 익숙하다고 믿었던 감각을 다시 쓰게 만듭니다. 햇살이 가득한 방인데도 이유 없이 불편해지고, 늘 듣던 음악이 낯설게 들릴 때가 있죠. 몸은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마음은 그 자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감정이 감각을 덮는 순간, 우리는 ‘같은 공간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변화는 조용히 시작되지만, 감각의 지도는 분명히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로칸킴의 작품은 바로 그 지점—고요한 구조 안에서 감정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벽을 넘으며 경계를 다시 세우는 장면을 시각화합니다.




이 작가는 감각이 흔들리고, 나를 새롭게 느끼게 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경계의 구획이 바뀌고, 새로운 자신의 위치가 생겨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합니다(해당 전시 영상 보기: YouTube 링크).


벽 앞에 서면, 우리는 늘 어떤 파동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파동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실은 내 안에서 출렁이는 감정이기도 하죠. 그 경계에서 감각은 다시 살아나고, 우리는 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Sea the Wall』은 그렇게, 한 사람의 감각이 벽을 넘는 순간을 오래 바라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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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위 수지 전시 소개: DISSOLVE - 경계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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