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 그녀의 시선 #3

흔들림

by 호수를 걷다




※ 이 작품은 가정 내 갈등과 폭력을 다루는 심리소설(픽션)입니다.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창문을 열어도 바깥 공기는 시원하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지만, 내 안의 공기는 여전히 눅눅하고 탁했다.


남편이 술을 입에 대는 순간부터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나는 이미 예감할 수 있었다. 예감은 늘 맞았다. 술에 젖은 목소리, 걸음걸이, 눈빛. 그 모든 것은 내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경험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러나 다짐은 늘 무너졌다.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했다. 자녀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견디는 길을 택했다. 그게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있었고, 그 눈 속에는 체념보다 단단한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건 결심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남편이 단 한 번이라도 다시 술을 입에 대면, 나는 떠나리라.


그 결심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기억들이 겹쳐왔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남편의 술 냄새를 피해 방문을 닫고 그 안에서 함께 숨죽여 있던 밤들. 차가운 부엌 바닥 위에 엎드려, 아이가 울음을 삼키며 내 손을 꼭 잡았던 순간. 그때 나는 아이에게 아무 약속도 해주지 못했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한 번은 집을 도망치듯 나와, 친정집에 몸을 맡긴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가 그 집에서 편히 잠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간 후의 삶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다. 부서지지 않으려 애쓰는 그 시간이, 내 안을 조금씩 갈아냈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 선 나는 그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떠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더 이상 자녀를 걱정하며 두려움 속에 벌벌 떨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스스로 선택할 힘을 조금씩 키워왔다. 그 아이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동일하게 묶어두는 일은 이제 멈춰야 했다.


남편은 여전히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흐릿했고, 손에는 빈 컵이 놓여 있었다. 대화는 오래전에 단절되었다.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것이 그에게 가 닿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말은 공기 속에서 흩어지고, 그는 자신의 세계 속으로 다시 숨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나는 가방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종이 한 장이 그 안에 있었다. 노란색으로 변색된 각서. 날짜는 5년 전이었다. 술을 끊겠다는 약속, 다신 손대지 않겠다는 서명, 그리고 남편의 서투른 필체.


그 종이를 꺼내는 순간, 손끝이 약간 떨렸다. 종이의 질감이 차갑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접혀 있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 내 지난 시간의 무게, 포기와 희망이 얇은 종이 한 장에 겹겹이 눌려 있었다.


오늘은 이걸 건넬 것이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 이 종이는 그저 상징일 뿐이다. 말보다, 표정보다, 행동이 모든 걸 말해줄 것이다.


거실로 나와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종이를 손에 쥔 채, 천천히 그 앞으로 걸어갔다. 종이의 끝이 내 손바닥에서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나 자신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내 삶을 되찾는 감각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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