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스타트업 인터뷰
불이 꺼지지 않는 역동성으로 해외의 주목을 받는 동대문 패션시장이 위기다. 국내 내수 패션시장의 20%를 차지하지만, 영세 업체들로 이루어져 급변하는 시장을 선도하는 움직임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뛰어든 스타트업들을 만났다.
한국감정원(원장 김학규)에 따르면 동대문 상가의 공실률이 올해 1분기 10.9%에서 2분기 13.9%로 높아졌다고 한다. 세계 5대 패션 메카로 꼽히며 전 세계 패션 바이어들을 끌어들이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을 자랑하던 동대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위 '보세'로 불리는 동대문 제작 의류가 국내 의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5년 기준 55조원 규모의 의류 내수시장에서 동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조원으로 20%에 가깝다. 혹자는 집계되지 않은 금액까지 따지면 시장 규모가 30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동대문의 성장은 기획, 생산, 유통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집적 이익 때문이다. 1960년대에 세워진 평화시장이 의류제조기능을 담당하며 국내 경공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로 국내 패션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내셔널브랜드의 우수한 디자인, MD 인력이 동대문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1998년, 1999년에 각각 밀리오레와 두타가 세워지면서 리테일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
현재는 동대문 도매상품의 75%가 해외로 수출되며 K패션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은 어제 TV에 나온 옷이 오늘 시장에 걸릴 만큼 빠른 트렌드 대응력을 동대문의 장점으로 꼽는다. 패션그룹형지의 최병오 회장,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동대문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로레알에 매각된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 임블리의 임지현 대표 등이 동대문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온 인력들은 빠른 패션업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객들이 온라인·모바일·대형몰로 옮겨가면서 일부 상가의 공실률은 70%에 달한다. 여기에 원산지 라벨을 바꿔 다는 ‘라벨 갈이’가 성행하면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상가를 채우고 있다. 동대문에서 샘플을 만들어 보고 반응이 좋으면 중국에서 대량생산해 오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구축하는 동안, 일부 시장은 여전히 현금 아니면 거래가 어렵다.
여기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있다. 동대문 의류시장을 오랫동안 봐오며 잠재력과 한계를 모두 체감한 이들이다. 이들은 동대문이 패스트패션의 시초이자 K패션의 발원지임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동대문의 선진화를 꿈꾸는 세 개 스타트업과 한 개 소셜벤처 대표들을 만났다.
링크샵스 서경미 대표
"의류 도매 매장 몇 백 군데를 돌면 수기로 작성한 종이 영수증이 몇 백 개가 나와요. 모이면 라면박스 몇 박스 분량의 영수증이 쌓여요. 정산하고 세금처리하는 데만 해도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거죠."
무려 15,000여 개 업체가 입점해 있는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류 B2C 시장이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B2B 시장인 도매시장은 여전히 오프라인 거래만 가능한 구조였다.
'링크샵스'의 서경미 대표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다짐을 갖고 2008년 한국에 들어왔다. 도매 거래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던 것. 당시엔 온라인쇼핑 유행으로 동대문 도매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서 대표가 시도하는 변화에 관심 갖는 사람은 없었다. 서 대표는 도매상들을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 상인이 됐다. 복종이 다른 세 개 상가에 매장을 내고 3년간 운영하면서 각 상가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동료 도매상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갔다.
벤처 업계에서 '생존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는 서 대표는, 직원과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사무실이 없어 복도에 나앉는 순간까지도 사업이 안 될 거라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이 이렇게 갈 수밖에 없고, 가야만 한다는 게 불 보듯 뻔했다"는 것.
현재 링크샵스에는 동대문 도매상의 절반 가까운 7,000여 개 도매업체가 입점해 있다. 소매상인들은 이제 원거리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서울, 경기권에서는 주문 다음날 배송을 받아볼 수 있다. 변화에 소극적이던 도매상인들도 장부정리와 세금처리가 해결되고 구매기록이 데이터로 쌓이자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다.
소위 '사입 삼촌'으로 불리던 도소매 중개업자도 영입해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안타깝지만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쌓아온 업무경험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사입 경력 20년의 베테랑 '삼촌'이 현재 링크샵스의 영업 팀장을 맡고 있다. "이분들 중 많은 분들이 명함이 나온다거나 4대 보험에 가입된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주간회의 때 맨 앞자리에 앉으신다. 조직 경험이 없어서 적응을 못할거란 건 편견일 뿐"이라고 서 대표는 말한다.
동대문 위기론이 나오지만, 서 대표는 낙관적이다. 라스베가서 네바다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LA 자바시장에서 의류 도매사업을 하면서 미국 의류 도매시장을 한인들이 '꽉 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대문의 저력을 체감하고 귀국해 직접 뛰어들었다. 서 대표는 "일반 브랜드가 1년을 앞서 기획하고, 글로벌 SPA가 한 시즌을 앞서 기획한다면, 동대문은 당일 기획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고 말한다. 시장을 일궈온 기획자나 상인들에 대한 존경심도 크다.
서 대표는 "그 분들이 좋은 옷을 계속 만드실 수 있게 온라인 시장으로 내보내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며, "도소매가 각자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지금처럼 가교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며 뚝심 있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KT인베스트먼트 등 9개 밴처캐피털로부터 11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링크샵스는 내년에 홍콩, 중국, 마카오 등 중화권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절반 이상의 동대문 의류가 중화권으로 수출되고 있을 만큼 시장은 크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추천 서비스나 큐레이션 서비스를 추가해 더 많은 바이어를 발굴할 계획이다. "동대문이 잘 되는 게 링크샵스가 잘 되는 것"이라는 서경미 대표는 "그 반대도 사실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웃었다.
디알코퍼레이션 정종환 대표
"프랜차이즈가 이기는 방식이 있고, 로컬 상권의 성공방정식이 있는 거잖아요. 프랜차이즈가 가지지 못한 사장님만의 노하우라든지 레시피에 승부를 걸어야겠죠. 동대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매장 하나하나를 놓고 봤을때 규모가 크지 않은데, 살아남으려면 결국 독창성으로 승부를 봐야죠."
디알코퍼레이션의 정종환 대표는 작년 2월 키위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다. 어릴 때부터 동대문에 지인이 많았고, 동대문 의류시장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의 눈에 동대문 상권이 예전같지 않았다. 옷을 만드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속도를 상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동대문 상권을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동대문이 점하던 패스트패션의 위치를 글로벌 SPA 브랜드가 점하고, 중국, 베트남 등의 해외생산지가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량 생산을 하려는 온라인 소호 브랜드나 해외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를 찾는다. 문제는 재래시장이라 진입 장벽이 높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 특히 원단 시장의 비효율에 정 대표는 집중했다.
동대문에는 6,000여개의 원단과 부자재 업체가 있다. 디자이너들은 원하는 원단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어떤 원단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키위는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이 과정을 단축했다. 방대한 원단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했고, 속성 따라 원단을 분류해 검색 엔진을 탑재했다. 물건으로만 존재하던 동대문시장의 원단이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탈바꿈했다.
원단 시장에서만큼은 앞으로 정보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동대문만이 아니라 주요 브랜드들도 시즌리스로 가고 있고, 한 달, 심지어 2주 단위로 근접기획을 진행하기 때문. 이 때는 디자이너의 감각보다는, 디자인에 맞는 원단을 찾아내는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동대문 원단의 품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사실상 가성비는 최고라는 정 대표는, 키위를 통해 효율적 분배와 파이의 성장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길 바란다. "택시 기사와 승객을 더 효율적으로 매치시켜 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카카오 택시처럼, 키위도 기존의 동대문 시장과 상생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 원단 시장에 테크(기술)를 입혀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도록 한다는 목표다.
키위는 확보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추천 검색어 서비스나 이미지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3억원 투자를 유치받았다.
처음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상인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5,00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키위는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유를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당장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생태계가 충분히 커지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충분히 뛰노는 상태가 되면 수익 모델을 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희는 생태계를 최대한 크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생태계가 계속 커질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패브릭타임 정연미·오민지 대표
"한국의 원단이 퀄리티가 좋고 컬러 등이 다양해서 해외 디자이너들이 큰 매력을 느낍니다. 최소주문수량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죠. 파리에서 12년간 유학한 동업자 오민지 대표가 실제로 보고 느낀 내용입니다."
패브릭타임을 창업한 정연미, 오민지 대표는 국내 원단의 시장성을 1년 반 동안 테스트했다. 파리에서 유학한 오민지 대표가 원단 공수에 어려움을 겪는 디자이너들을 다수 봐왔기 때문. 실제로 해외 전시회를 돌며 만난 바이어들은 한국 원단의 우수함에 감탄했다. 동대문 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해외에 판매하는 '스와치온' 서비스가 그렇게 시작됐다.
동대문 시장에서 판매되는 원단은 200만 가지에 이른다. 이들은 이 중 5만여 개 원단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최종적으로는 100만 개 이상의 원단 정보를 수집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브랜드에 맞는 원단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이미지기반 AI를 통해 원단 분류, 검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직접 동대문에 와서 원단을 만져볼 수 없는 해외 디자이너와 바이어를 위해 스와치박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20여개의 원단 스와치(작게 자른 원단 샘플)를 스와치박스에 담을 수 있고, 배송비만 내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골라 담은 원단이 재고가 없을 경우 비슷한 원단을 추천한다. 기존 소비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단으로 골라서 추천해 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스와치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원단별 재질을 직접 만져보는 듯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원단을 잡아 당겼을 때, 물을 묻혔을 때의 모습을 데모 영상으로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원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스와치온 서비스를 통해 동대문 원단이 80여개 나라로 뻗어나가고 있다. 두 대표는 최종적으로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전체를 해외로 수출하고 싶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많은 장점들이 보였다. 그 중 하나가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다. 동대문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도 유럽 못지않은 패션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봉제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서울에만 10만 명이 넘어요. 어쩌면 이분들이 다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작은 규모로 새로운 걸 시도하고자 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이 분들의 존재가 정말 중요해요.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걸 바로 만들어보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판이 국내에 있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신동은 동대문 의류시장의 배후기지와 같은 곳이다. 동대문 시장 북쪽에 위치한 창신동에는 약 3,000여 개의 봉제 공장이 있다. 대부분 청평화 등으로 대표되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일감을 받는다. 디자이너가 옷을 그리고, 패턴사가 옷의 모양을 2차원의 원단에 패턴으로 그리면, 이를 재봉틀로 자르고 붙여 3차원의 옷으로 만드는 게 봉제 공장에서 하는 일이다.
공공공간의 신윤예 대표는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창신동에 처음 발을 들였다. 언덕길에 위치한 봉제공장에서 늘 재봉틀 소리가 들렸다. 신 대표는 봉제업 종사자들과 신진 예술가들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크리에이터로 계속 뭔가 만들어낸다는 것도,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도 그랬다. 같이 손을 잡고 뭔가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만든 게 소셜벤쳐기업 공공공간(000간)이다.
처음에 주목한 것은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원단 쓰레기였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얹어 자투리 원단을 재탄생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이들과 실험하면서 자투리 쿠션을 만들었고, 해외 디자인을 참고해 자투리 천이 5% 미만으로 나오는 '제로웨이스트 셔츠'를 출시했다. 기존 옷은 자투리 천이 원단의 30% 수준으로 나온다.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건 늘어난 비수기다. 최근 문제가 된 라벨갈이 이슈도 있지만, 그 이전부터 동대문 도매업자들이 값이 저렴한 중국옷을 사오기 시작했다. 창신동의 일감은 나날이 줄었다. 그럼에도 공장 종사자들은 80~90년대에 들어오던 대규모 일감에 익숙하다. 작은 수량이나, 디자이너와 소통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은 거절하기 일쑤다.
그래서 만든 게 '위드굿즈'라는 플랫폼이다. 가방, 타피스트리, 쿠션 등 잘 팔리는 리빙 아이템을 모듈화했다. 신진 디자이너에게 신청을 받아 여기에 원하는 그래픽을 얹어 주문한다. 신청한 수량을 모아 한꺼번에 주문을 넣기 때문에, 소량으로 실험을 원하는 디자이너와 대량 주문을 원하는 봉제 공장의 요구를 한 번에 충족할 수 있다. 재고를 없애기 위해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에 투표하고, 투표 받은 수량만큼만 주문하는 선주문 방식을 사용한다.
제조업 해외 이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창신동 봉제공장 사장님들이 가야할 길은 결국 다품종 소량생산이라고 신 대표는 말한다. 신진 디자이너나 소호 브랜드에서 주문하는 적은 수량도 퀄리티 높게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신동 안에서도 만들어지는 옷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다. 이를 다듬고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도 익숙해야 한다.
디자인과 제조업은 톱니처럼 맞물려 발전해야 하는 공생 관계에 있다. 지금은 디자이너와 생산자가 서로의 언어를 모르고, 노령의 봉제 사업자들과 신진 디자이너들 사이에 간극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려는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 수 있는 공장에 근거리에 없다면, 혁신적인 디자인이 한국에서 나오는 일은 불가능할 거라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의류 제조업이 공동화된 여러 나라가 있다. 이런 나라에서 앞으로 좋은 디자이너가 나올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주제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이다. 영국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전한다. 포르투갈이나 중앙아시아까지 가지 않으면 제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사라졌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패션산업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도록 창신동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게 앞으로 공공공간이 할 일이다. 창신동이 지속가능한 제조업을 대표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면, 지금 세계 의류생산기지를 맡고 있는 동남아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신 대표의 관측이다. “해외 공장에서도 환경오염과 노동착취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진다. 정확히 60~70년대 한국이 겪은 문제이다. 창신동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의류제조업 모델을 한국에서 잘 정립한다면,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지방의 수많은 공장들에서도 우리도 이렇게 가야겠다, 라고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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