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패션포럼' 포스코 ICT 최두환 대표의 기조연설
2년 묵혀 둔 글감을 찾았다; 재작년 요맘때쯤에 글로벌패션포럼에 갔다. 기조연설을 비롯해서 나름 되게 알찼는데 메모만 해두고 포스팅을 안했나보다. 기억이 많이 퇴색됐지만 인사이트 위주로 후딱 정리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언론사에서 하는 디지털 전환 관련 포럼을 갔는데 전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재작년 글로벌패션포럼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런 포럼도 industry specific 하거나 뭔가 specific 한 도메인이 있어야 듣는 사람한테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 포스팅하는 이 포럼은 패션 업계 종사자 대상인데, 기조연설자가 포스코ICT 대표여서 신선했다. 철강기업 대표가 패션기업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라.. 근데 생각보다 도움될 만한 얘기를 많이 하신 걸로 기억한다. 주제는 Fashion Industry and Digital Transformation 이라는 다소 제너릭한..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하지 못한다.)
If you can’t manage it, you can’t improve it (관리하지 못하면 개선하지 못한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nehman)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What you see is all there is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이는 만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제대로 보는가? 제대로 분석하는가? 제대로 control 하는가?
모든 기업의 프로세스가 이 관찰과 분석, 컨트롤을 기반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Smart Observability & Controllability.
이 프로세스는 세 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IoT(connected) > Big Data (analysis) > AI (control, Intelligent).
사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모두 모으고 가시화하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가 컨트롤한다는 프레임. 이것이 다른말로 데이터 드리븐 경영이다.
이 때 데이터의 크기보다는 데이터 드리븐의 개념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가 무작정 많은 것보다는 각각의 데이터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이걸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지금 다니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업체로 바뀔 수 있다. 모든 업계 모든 기업이 직면하게 될 현실이다.
하지만 중요도를 따지면 도메인 지식 먼저, ICT 지식은 그 다음이다. 도메인이 운전석에 앉아야지 ICT 가 드라이브 해서는 안된다는 뜻.
인더스트리 4.0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도메인 전문성과 ICT 지식이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도메인 전문성을 소홀히 한 채로 ICT에만 집중하면 안된다.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AI가 하루아침에 전문가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AI는 굉장히 유용하지만, 만병통치약(elixir)은 아니다.
아마도 AI는 잘 정의된 단순 반복 업무부터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즉 패션 업계에서 내년도 매출이나 트렌드 같은 걸 AI가 예측할 일은 당분간 없다. 그런 중요한 전망은 여전히 전문가들의 몫일 것.
HBR의 The First Wave of Corporate AI Is Doomed to Fail 이라는 아티클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AI를 먼저 적용할지 잘 설명되어 있다.
도메인 지식과 ICT 융합의 출발점은? 도메인 전문가들의 지식을 복제(replicate)하고, 이것을 접근성 높은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 즉 하나의 Knowledge base 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포스코의 경쟁력은 늘 뛰어난 현장 근로자들에게 있었다.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포항에서 근무하기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현장 근로자들의 전문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사라지지 않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암묵지, 경험재라고 분리는 전문성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 있으면 그것이 Knowledge base 가 되는 것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로 봉제, 염색 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알고리즘화해서 AI 플랫폼에 심어놓으면, 그 지식을 다른 전문가들이 다시 조합하고 응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그리고 ICT를 절대 다 직접 개발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비싸고 귀한 중후장대'의 시대를 지나 '값싸고 풍부한 경박단소'의 시대를 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컴퓨터보다 지금 스마트폰 한대가 더 기능이 좋다. 포스코에서는 AI 프로젝트 100여개, 빅데이터 프로젝트 120개가 돌아가는데 대부분 사다 쓰고, 직접 개발하는 건 거의 없다고 한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툴은 데이터, 거기서 knowledge를 얻어낼 수 있는 software가 될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눈을 부릅뜨고 찾기만 하면 다 만들어져 있다.
코웨이는 아마존 클라우드를 사용해서 컴퓨팅 파워를 빌려 쓴다. 컴퓨팅 디바이스가 전혀 없어도, 코웨이 정수기가 설치된 모든 가구의 데이터를 다 받아볼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함께 그야말로 Infinite computing 의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렇게 클라우드 컴퓨팅이 상용화된 시대에는, 컴퓨팅 파워보다 중요한 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이다. 프로세싱 스피드보다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 기능이 얼마나 더 좋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유저와 밀접한지가 더 중요하다.
소품종 대량생산,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다품종 대량생산의 시대다.
다품종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
포스코를 예로 들자면 이런 것이다. 포스코는 우리 나라에서 자동차 강판을 제일 많이 파는 회사다. 그런데 자동차 품종마다 다 다른 강판이 들어간다. 닛산에 들어가는 판이랑 BMW에 들어가는 판이 서로 다 다른 것이다. 즉 수많은 종류의 품종을 Mass production 해줘야 한다.
패션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공급자가 만들어 놓은 옷을 개별 수요자가 취사선택했다면, 미래에는 개별 수요자가 원하는 옷을 리얼타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패션 기업은 Manufacturing as a Service, 즉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다.
다품종 대량생산. 예전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했다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Disruption 으로 인해 이제는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 예로 든 게 아디다스 스마트 팩토리. 근데 아디다스 스마트 팩토리는 4년 실험 끝에 작년에 폐쇄됐다는데(...)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11/940560/
수많은 종류의 트렌디한 옷을 대량으로 내놓는 자라의 밸류체인 옵티마이제이션에 대한 예도 들었다.
결국 패션업계의 DT 는 비즈 플랫폼과 제조 플랫폼으로 나눠질 가능성. 나중에는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
제조 플랫폼으로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도 있고, 가상 3D 샘플 제작도 있다. 가상에서 건물을 지어보는 프리프로덕션 같은 경우는 포스코건설 같은 건설업계에서 이미 시행중이다.
그렇다면 비즈 플랫폼은?
-트렌드 포캐스팅
-타겟 마케팅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원산지 증명 및 가치사슬 투명성 입증
-가상피팅, VR 거울
-조조수트와 같은 퍼스널 데이터 수집
-구글, 아마존, 스티치 픽스의 스타일 추천
-채팅을 통한 챗 쇼핑
이와 같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 플랫폼은 무궁무진하다.
핸드폰은 안드로이드와 IOS로 시장이 정립됐는데, 한국의 패션 비즈 플랫폼은 무엇이 될 것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제언: 경영진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크게 생각하고, 작게 행동하라(Think big, act small).
전체 밸류체인 중에서 가장 심한 병목(bottleneck) 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라.
가능하면 컴퓨팅은 클라우드를 통해서 빌려 써라. 싸고 간편하다. VR, 빅데이터, AI 솔루션, 보안,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 위에 앱의 형태로 많이 올라가 있다 (마켓플레이스).
지금은 중국 등이 패션 제조업을 독점하고 있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패션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값싼 노동이 아니라 창의성, 애자일, 컨버전스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