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20
마사지를 처음 받는 사람은 다소 아플 수도 있다는 경고, 그런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마사지를 많이 받아본 사람에게는 갈수록 마사지를 받으면서 계속해서 세게! 더 세게! 만을 외치게 만든다. 그럼 마사지는 아프게 받는 것이 잘 받는 것이고, 본전을 뽑는 일일까?
과도하게 센 압력을 받으면 우리 몸은 이완하지 못하고 긴장하게 된다.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어진 근육을 말랑말랑하게 풀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받는 것이 마사지인데 겉에서 너무 강한 압력으로 몸을 누르게 되면 우리가 찌뿌두둥하게 느끼는 심부 근육이 풀리기는커녕 표층의 근육은 문드러지고 근섬유는 들러붙게 되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리가 뭔가 개운치 못한 통증을 느끼는 근육을 풀기 위해서는 그렇게 강한 압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압력이 가 닿을 수 있는 적절한 몸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인데 말이다.
마사지를 받을 때는 부교감신경 상태로 전환하여 몸이 편안히 이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아무리 이완한다고 하더라도 몸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근육통이 심하더라고 몸이 너무 피곤하다면 마사지를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리 약한 것이라고 해도 외부 자극이 가해지면 몸이 그에 반응하게 되어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게, 더 세게 각 부위를 꾹꾹 눌러서 강한 압력을 주게 되면 몸은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마사지를 받고 난 즉후에는 시원함을 느끼지만 잠시 후에 그런 상태는 금방 사라지게 된다.
통증을 느끼면 이것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엔도르핀이 기쁠 때 나오는 물질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엔도르핀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힘들고 괴로울 때 분비되어 기분을 좋게 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아플 때 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되고 엔도르핀에 중독성이 있어 그 기분을 잊지 못하고 계속 몸이 실제로 이겨내지 못할 과도한 압력의 통증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정신적으로 행복한 느낌을 경험한 것일 뿐 몸이나 근육의 긴장 상태는 오히려 악화되어 착각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실력있는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양한 와인을 무조건 마셔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순수한 물 맛부터 느끼고 감별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볼 때 요가에서는 몸의 한 부분 부분을 명상하는 테크닉이 있다. 이 명상을 할 때는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를 하나하나의 아주 미세한 부분으로 쪼개어 느껴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 발가락 하나 하나를 슬며시 움직여보고 눈썹 한 올 한 올도 느껴보면서 몸의 각 부분을 상상하게 되는데 이것이 몸의 감각을 살리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마사지도 어쩌면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잊었던 아주 미세하고 작은 터치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만 우리 몸은 본래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분별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강력한 펀치를 맞아 쭈그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에너지를 품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적당한 압력으로 깨워주며 똑똑한 방법으로 다독이는 것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