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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인사이드 Apr 23. 2021

[인사이드] 부유층 라이프스타일 매니저, 버틀러 서비스

#호텔인사이드 #버틀러 #집사

60년 동안 영국 왕족과 귀족을 모셨던 버틀러, Rick Fink  / 사진 출처 : TOWN & COUNTRY
"현 시대의 버틀러는 Hospitality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버틀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저는 '라이프 스타일 매니저'가 아닐까 합니다."
- Valet Butler School 설립자, 버틀러 Rick Fink -


안녕하세요! 호텔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호텔인사이드의 에디터 수입니다. 요즘에 고양이 키우는 분들 많으시죠? 제 주변에도 스스로 '집사'를 자처하며 고양이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주인으로서 갖은 애정과 돌봄, 보살핌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는데요. 집사라는 직업이 예전 유럽에는 귀족들 사이에서 참 일반적이었는데 현대에는 대부분 사라졌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세계적인 대부호들이 거주하는 대 주택이나 그들이 소유한 요트, 크루즈, 제트기 등을 관리해 주는 집사, 일명 버틀러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3년 개봉한 영화 [백악관의 집사] 포스터

최근에는 실존 인물이었던 백악관 집사 Eugene allen의 삶을 그린 영화, [대통령의 집사](2013)라는 영화가 나오면서 집사라는 직업이 다시 재조명되기도 했었는데요. 아직도 세계 유수의 럭셔리 호텔에서는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버틀러'라는 직업에 대해 알려드릴 건데요. 버틀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호텔에서의 버틀러 서비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전문 버틀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어떤 곳일지 알아보겠습니다. 서비스직 진로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겐 더욱 흥미 있는 직종일 것 같은데요. 버틀러의 세계가 궁금하시다면, 오늘 포스팅을 주목해 주세요!




1. 버틀러란?

영국 찰스 왕세자의 버틀러였던 Grant Harrold / 사진 출처: The NewYork Times

영어에서 집사를 뜻하는 버틀러(Butler)는 사실 와인과 관련 있어요. 중세 프랑스에는 귀족들의 와인창고를 관리하는 부텔리에(Butelier)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과거 귀족들은 부의 상징으로 거대한 석회 지하실을 파서 대량의 와인을 보관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해요족들이 직접 많은 양의 와인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으니 이 일을 전담으로 하는 사람을 고용한 것이 바로 부텔리에(Buteliler)습니다. 부텔리에는 과거 귀족들의 와인을 목록화하고 분류, 정리, 선택하는 일을 하면서 그들의 취향을 파악해 와인을 추천하는 일도 했다고 해요. 이렇게 귀족들의 와인 관리인이자 하인으로 일했던 부텔리에들은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이르러 식사 시중과 접객, 인사 관리, 회계와 같은 부분까지 담당 영역을 넓히면서 매우 중요한 지위에 서게 되었고 한 장소의 총괄 담당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집사'라고 부르는 개념이 생겼죠.

좌: 1922년 버틀러, 우: 중세의 버틀러 / 사진 출처: Wikiwand

실제로 집사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무를 관할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왕실에서, 현재는 주로 고위급 인사의 집이나 회사 등에서 가사와 사무를 도맡아 하는 사람을 일컫죠. 서양에서는 집사가 왕실의 대소사를 모두 관리하고, 왕실 관계자들을 보살피는 일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왕권 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을 맞으면서 집사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었죠. 사회계층이 평등해지면서 가사노동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집사 문화가 없죠. 있다면 조선시대 왕을 모시던 내시나 개인 비서 정도일까요? 하지만 서양의 집사는 대외적 업무뿐 아니라 집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까지 모두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런 직책과는 차이가 있죠.





2. 호텔의 버틀러서비스

사진 출처 : https://www.thesavoylondon.com

그럼 현대 버틀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아직까지도 세계 유수의 호텔에서는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호텔 두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The Savoy Hotel, London

런던 사보이호텔 버틀러 총책임자 Sean Davoren / 사진 출처 : https://www.thesavoylondon.com

132년의 역를 자랑하는 런던의 사보이호텔의 버틀러 서비스는 매우 유명하죠. 사보이 호텔은 스위트룸 투숙객들에게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이들은 모든 방문 손님의 이름을 사전에 외우고, 손님맞이부터 시작해서 손님 짐 언 패킹/패킹, 욕조 물 채우기, 구두 광택, 신문 준비 등을 도와줍니다. 또한 최신 패션 동향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와 교육을 바탕으로 쇼핑을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고객이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는 무엇을 입고 가야 할지 골라주기도 하며 런던에 쇼핑 온 고객에게는 Must Have Item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버틀러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것 같네요.

https://www.irishexaminer.com/lifestyle/arid-20263152.html

버틀러 서비스로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호텔이다 보니 외부에서도 버틀러 교육을 받기 위해 많이 방문하기도 한다는데요. 2014년에는 만수르가 주인으로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항공사 에티하드(Etihad)에서 VIP 고객들을 전담 케어할 기내 버틀러 승무원을 양성하기 위해 사내 우수 승무원 13명을 선발해 사보이 아카데미에서 버틀러 연수를 받게 하기도 했어요. 

관련기사 :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919010010194


영국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사보이호텔의 버틀러 체험을 했는데요. 고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한 그루밍(옷매무새, 구두 광택, 손톱 관리, 미소)부터 시작해서 다과를 서빙하는 방법(쟁반을 어느 정도 높이로 들어야 하는지 등), 고객의 짐을 풀고 다시 싸는 방법, 옷 개는 방법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 하나까지 교육한다고 합니다. 역시 최고급 호텔의 서비스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네요!

버틀러 트레이닝 영상 : https://youtu.be/1bY0C_HWVuw


사진 출처 : https://www.dailymail.co.uk


사보이 집사의 정신은 '완벽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The ethos of Savoy butlers is to offer ‘perfect service naturally’.

- 런던 사보이호텔 버틀러 총책임자, 션 다보렌 Sean Davoren




2) Burj Al Arab, Dubai

버즈 알 아랍 버틀러 서비스 / 사진 출처 : https://www.jumeirah.com/en/stay/dubai/burj-al-arab-jumeirah

'7성급 호텔'로도 유명한 두바이의 랜드마크, 버즈 알 아랍 호텔모든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호텔 각 층마다 버틀러가 한 명씩 배치되어 해당 층에 머무는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요. 고객 환대, 애완견 산책, 욕조 물 받기, 고객 짐 풀기 등과 같은 일반적인 버틀러 서비스와 더불어 24시간 내내 상주하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특이한 점은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에 위치한 호텔답게 아랍식과 발리식을 결합한 새로운 느낌의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버즈 알 아랍에서 근무하는 모든 버틀러들은 명망 있는 영국의 버틀러 학교에서 교육받은 최고의 수재들이라고 합니다. 아랍 스타일이 가미된 버틀러 서비스는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3. 세계의 버틀러학교


1) The International Butler Academy, Netherlands

The international Butler Academy 학생들과 선생님 / 사진 출처 : The International Butler Academy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집사 학교인 네덜란드의 The International Butler Academy입니다. 원래 이곳은 1892년에 세워진 수도원이었는데 인터내셔널 버틀러 아카데미가 해당 부지를 2014년에 매입하여 약 1년간 보수를 거쳐 학교로 개관했다고 합니다. 학교는 네덜란드의 남쪽, 역사적인 유원지인 Simpelveld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Maastricht라는 대도시와 독일의 German city of Aachen과도 인접해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등석 버틀러를 비롯하여 하우스 매니저, 그리고 개인 어시스턴트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또 학교 내부와 아름다운 교실은 마치 궁전처럼 아름답고 완벽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학생들이 현장 같은 분위기에서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교내에는 식료품 저장실, 도자기실, 테이블 장식방, 캔들룸, 꽃꽂이실, 흡연/시가실, 식당, 엔터테인먼트룸, 도서관, 세탁실, 다림질실, 채플, 사무실, 바, 지하실, 미디어실 등이 정말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하네요.


The International Academy 커리큘럼

집사의 역사와 서비스 이론부터 시작해 직원 커뮤니케이션, 테이블 세팅, 에티켓, 옷장 정리 및 조리까지 정말 안 배우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고 합니다. 집사 되기도 참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참고로 The International Academy는 2013년 중국 청두에 분교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요.




2) Butler Valet School, Ditchley Park (England)

사진 출처 : https://www.butler-valetschool.co.uk/school

Butler Valet School은 2002년에 문을 연 영국의 버틀러 학교예요. 이 학교의 설립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마거릿 공주, 찰스 왕세자 등 영국 왕실과 왕실 가족의 구성원을 보였던 버틀러 Rick Fink입니다. 학교에서는 세계적인 집사가 배우고 알아야 할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테이블 세팅, 음식/와인 서빙, 창고 관리, 보석 청소, 옷과 신발 놓기, 가방 패킹, 식료품 접무, 정산, 그 외 여러 가지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이 출중한 전문가들이 최상의 강의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butler-valetschool.co.uk/school

학교는 런던에서 75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는데요. 학교가 위치한 Dichely Park는 1722년에 지어진 공원으로 영국에서도 매우 유서깊은 곳입니다. 이곳에 지은 석조 집은 세계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의 휴가지로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학교 설립자인 Fink는 17년에 이곳에서 수석집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그와 같은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의 교실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4. 버틀러 전망

아랍에미리트 럭셔리 호텔에서 근무 중인 버틀러 / 사진 출처: CNN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직업, 버틀러 (집사 전망, 집사 연봉)
요즘에는 아시아와 중동에서 집사가 큰 유행이라고 해요. 특히 중국의 부유층들이 서구문화에 노출되면서 격식 있고 실력 있는 집사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집사가 다른 서비스직보다 임금이 높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집사의 임금은 집사 개인의 경력과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 월급이 2800달러(약 331만 원)으로 중국의 서비스직 내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또한 다른 아시아 국가, 인도 및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서도 집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The international Butler Academy 중국 청두 분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들 / 사진 출처: CBS news

유명 교육기관의 중국 진출
이러한 집사 열풍과 함께 중국 쓰촨성 청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집사 양성 교육기관인 '국제 버틀러 아카데미'의 분교가 201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학비가 4만 위안(한화 약 734만 원)으로 높지만 대졸자들도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싶어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집사 월급이 2만 위안(약 36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중국의 부유층이 늘면서 집사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영국 집사 전문학교인 버스 포크의 웨스 킨 라마 하니 교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 학교 졸업생 중 약 95%가 신흥국에 취업하는 등 집사 양성은 불황을 모르는 사업”이라며 “신흥국 수요가 불황을 겪고 있는 영국이나 유럽의 집사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5. 마무리

런던 사보이호텔의 버틀러 아카데미 / 사진 출처: The Telegraph

시대가 변화할수록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고 사라지는 직업도 있죠.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럴수록 예전에 사람들과 나누던 온기와 대화들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통신 기술의 발달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요즘 정성을 담아 눌러 쓴 손 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처럼요.


그런 면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더욱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고 위안이 되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집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집을 관리해 주는 역할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디자인하고 가이드 해주는, 시대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라이프 스타일 매니저'라는 점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것 같아요.




오늘은 과거에 부의 상징이자 이제는 럭셔리 호텔에서 만나볼 수 있는 버틀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집사가 하는 일과 전문성에 대해 알아보면서 저는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서 저만의 집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오늘 포스팅이 재밌으셨다면 공감과 구독 부탁드리고 저는 다음에 더욱 흥미로운 호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보내세요!


Written by. 에디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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