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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마릴린 Apr 13. 2021

[사워도우]노예에서 해방되기_⑵'냉장스타터'로 빵만들기

사워도우 스타터 어떻게 관리하세요?

저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빵 만들기 이틀 전에 스타터를 냉장고에서 꺼내 여러 번 밥을 준 다음 르뱅을 만들고 빵을 만들었어요. 여기서 필요한 것은 빵 만들 계획을 세우는 일,

○ 월요일 아침에 먹을 빵이 없다.

3. 일요일 빵을 굽는다.

2. 토요일 반죽을 한다.

1. 목요일 아침 냉장고에서 스타터를 꺼내 밥주기를 시작한다.

대개 이런 식이었어요. 2번과 3번은 어디까지나 발효를 저온에서 할 때 해당되는 것이므로, 당일에 반죽해 당일에 굽는다면,

○ 월요일 아침에 먹을 빵이 없다.

2. 일요일 반죽하고 빵을 굽는다.

1. 금요일 아침 냉장고에서 스타터를 꺼내 밥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하나가 줄겠지요. 이제 하나 더 줄여 볼게요.

○ 월요일 아침에 먹을 빵이 없다.

1. 일요일 아침 냉장고에서 스타터를 꺼내 반죽하고 빵을 굽는다.

짜잔!! 다 줄였어요.

'starter culture'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접하게 된 이 방법은, 실은 페이스북 사워도우 그룹의 '그냥 홈베이커들'이 이래저래 사용하는 방법이었어요. 'cold starter'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냥 '냉장 스타터'로 해요. 스타터를 계속 냉장고에 두는 이 방법의 장점은,

1. 스타터의 관리가 쉽다.

2. 계획 없이 아무 때나 빵을 만들 수 있다.

3. discard 스타터가 나오지 않는다.

스타터가 엄청난 속도로 자라는 따뜻한 계절에 더더욱 빛을 발할 거예요. 물론 가끔 빵을 굽는 분들에게도 편할 테고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냉장 스타터>

1. 피크의 스타터 50-100g을 냉장고에 넣는다.

2.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 냉장고에서 스타터를 꺼내 (물 5g + 밀가루 5g)으로 밥을 주고, 실온에 10-20분 둔 후 냉장고에 다시 넣는다.

<냉장 스타터로 빵 만들기>

3. 냉장고에서 스타터를 꺼내 실온에 한 시간 둔다. 오토리즈를 한다면 이때 하면 됩니다.

4. 반죽에 스타터를 넣고 빵을 만든다.

5. 2번 반복.

그렇게 해서 만든 빵이에요.
신맛 없고, 껍질 쫄깃, 속은 야들. 평소의 빵과 다름없어요.

예상 가능한 질문에 답을 해 볼게요.

Q. 2번, 반드시 물 5g, 밀가루 5g이어야 하나?

A. 아니요. 7g일 수도 있고 10g일 수도 있어요. 마음대로!

Q. 2번, 반드시 주기적으로 밥을 줘야 하나?

A. 아니요. 매일 줬다, 이틀에 한 번 줬다, 까먹으면 사흘에 한 번 다 괜찮아요.

Q. 2번, 실온에 10-20분 두는 거 깜빡하고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괜찮을까?

A. 넵. 저도 툭하면 까먹고 그냥 냉장고에 넣어요.

Q. 2번, 이주 동안 매일 밥을 줬더니 병이 꽉 찼는데 빵 구울 계획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밥 그만 줘요. 밥 안 먹은 스타터로도 빵 만들 수 있어요. 이건 다음 회에 만들어 보아요.

Q. 3번, 실온에 꺼내 놓는 거 깜빡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차가운 상태 그대로 넣어도 괜찮아요.

아래는 제 스타터예요.

냉장고에서 나오면 이런 모습. 마커는 냉장고에 넣을 때 표시해 둔 거예요.
저 위의 사진을 찍은 후, 피딩- 20분 지나-냉장고에 넣기 전의 모습이에요. 20분 만에 저만큼 컸어요.
저 위의 사진을 찍은 후, 피딩- 20분 지나-냉장고에 넣기 전의 모습이에요. 20분 만에 저만큼 컸어요.
빵 만들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한 시간 두었을 때의 모습.
오늘 이틀 만에 꺼내 보니 이러네요.                                



팁:

1. strength in numbers, 다수의 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병에 든 스타터의 양이 적을 때보다 많을 때 빵이 더 잘 되었어요. 무슨 말인고 하면, 50g의 스타터로 시작해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 꺼내 밥을 주고 냉장고에 넣기를 한동안 반복했어요. 그렇게 해서 늘어난 스타터의 양이 300g이라고 가정하고. ⑴ 그중 280을 덜어내 빵을 만들었어요. 이제 병에 남은 것은 20g. 다시 밥주고 냉장고 넣고 하다 보니 150g이 있길래 ⑵ 그중 100을 넣어내 빵을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⑴의 빵이 ⑵의 빵보다 좀 더 좋았다는 거예요.


⑴의 빵.
⑵의 빵.


2. 본반죽에 넣을 스타터의 양은 늘리거나 줄일 필요 없이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요. 저의 경우 저온 발효 시 밀가루 대비 20%, 당일에 반죽해 당일에 구울 때는 35-40%를 넣어요. 혹시나 궁금하실까 봐 위의 빵은 아래와 같이 만들었어요.

재료:

유기농 벰탯 강력분 220g

하트랜드 유기농 통밀가루 30g

물 188g (결과를 보고 알았지만, 물을 더 넣을 걸 그랬어요.)

냉장 스타터 50g

소금 3g

검은깨.

이렇게 만들었어요:

- 오토리즈, 냉장고에서 스타터 꺼내기.

- 1시간 후 스타터 넣고 반죽.

- 40분 후 소금 넣고 반죽.

- 30분 후 당겨접기

(이후로는 반죽이 relax(??)하고 있을 때)

- 라미네이션하면서 검은깨 뿌리기

- 세 번의 가운데 당겨접기

- 스타터부터 성형까지의 시간 총 6시간 내외. (이 또한 조금 더 길게 할 걸 그랬어요.)

- 성형 후 냉장고에서 16시간.

- 미니오븐 + 뚝배기, 최고 온도 예열 후 뚜껑 닫고 20분, 뚜껑 열고, 210도에서 15분.


(1) / (2)
(1) / (2)
(1) / (2)
(1) / (2)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뭔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먹어보니 하여간 왼쪽 빵이 더 맛있었어요.                                     


+

아래는 제 언니가 구운 사워도우 첫 빵이에요. 언니로 말할 것 같으면, 사워도우 베이킹에 필요한 도구가 아무것도 없어요. 빵바구니는 물론이고, 빵바구니 대신 반죽을 안칠 냉면그릇 같은 거에 깔 적당한 천 조차 없어요. 칼집 낼 칼도 없고, 오븐은 전자레인지 겸용 광파오븐. 고무 주걱과 분무기는 이번에 장만했어요. 지난달 엄마 생신에 동탄에 갈 때 제 냉장 스타터 50g을 덜어 갔어요. 그걸 언니가 밥을 줘 늘렸고, 어제 아침 냉장 스타터 100g, 밀가루 250g으로 반죽해 오후에 이 빵을 구웠어요. "스타터 반죽에 넣을 때 반죽 열심히 했지?" 물으니, "그냥 대강 섞었는데." 이래요. "그럼 소금 넣고 매끈할 때까지 반죽했어?" 물으니, "앗, 그러는 거야?"라네요. 역시 대강 주물렀대요. 빵을 안칠 때는 거즈처럼 얇은 천에 했다는데, 천에 밀가루를 너무 조금 뿌려 반죽이 천에 붙어 떼어 내느라 힘들었고요. 그랬는데도 빵이 빵처럼 생겼으니 장해요. 언니 말로는 빵이 떡 같다지만요.


언니의 첫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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