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RTIST 정아로
<흩어지는 기억 중에>라는 노래를 정아로의 청아한 목소리로만 들었다면 좋은 음악과 빼어난 가수를 알게 됐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한 장의 그림처럼 진한 잔상을 남겼다. 음악을 눈으로 본다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어쩌면 정아로에게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는 부족할 수도 있다. 지난 12월에 앨범을 발표한 핫한 뮤지션이자 자신의 음악을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연출가에 가까운 아티스트니까.
얼마 전 정아로는 자신의 곡 ‘흩어지는 기억 중에’를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발표했다. 편곡 분위기에 맞춰 새롭게 만들어진 뮤직 콘텐츠는 또 한 번 보는 음악이 무엇인지 실감케 했다. 곡의 느낌에 따라 새로운 뮤직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그녀의 대답은 심플했다
“이 노래가 어느 장소에서 들었을 때 가장 좋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해요”
그러고 보니 어쿠스틱 버전에서는 단순한 카메라의 무빙 속에서 음악을 들려준다. 마치 말을 거는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다가오며 위로와 위안을 노랫말로 전하던 그녀는, 곡 후반부에 서서히 멀어지면서 이별하듯 마무리 된다. 노래 가사처럼 흩어지는 기억 중에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연출을 콘텐츠 속에서 보여준 셈이다.
정아로의 특징은 감성적인 어쿠스틱부터 흥겨운 시티팝까지 폭넓은 장르를 소화해 내는데 있다. 그만큼 그녀가 만드는 뮤직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게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같은 음악을 부르더라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연출로 찍느냐에 따라 정말 색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죠.”
그래서인지 정아로의 콘텐츠란 그녀가 부르는 음악 장르와 노래를 부르는 장소와 머릿속에 남겨진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최소한 음악 비전공자가 보기엔 감히 음악의 3요소가 이제는 장르, 장소, 장면이라고 해도 납득이 될 법하다. 아니 적어도 정아로 콘텐츠의 3요소라고는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만드는 콘텐츠의 독보적인 차별성이니까 말이다.
뮤직 콘텐츠를 이렇게 잘 만드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녀도 사실, 처음엔 15초 영상 만들기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자신이 정말 짧게 잘할 수 있는 것들로부터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거다. 15초에서 시작된 그녀의 노력은 우리에게 보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줬다.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을 지금처럼 많이 하면서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잘 하고 있음에도 더 잘하고 싶다는 뮤지션 정아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눈과 귀를 더 활짝 열고 그녀를 반기는 일이다. 오래 듣고 오래 볼 수 있는 정아로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