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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용서하기 힘든 이유

by 생각속의집


왜 이렇게 용서가 힘들까요?
누군가를 진실로 용서하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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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렇게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용서를 하거나 용서를 받아야 하는 일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런데 용서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용서했다고, 이젠 다 잊었다고 아무리 마음속으로 다독거렸어도 어느 순간 다시 상처가 입을 벌리고 아픔을 호소합니다. 그럴 때면 꼼짝없이 무기력해지거나 절망하고, 심하면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원한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면 우리는 "난 이것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하며 그것만이 내 고통의 유일한 보상인 듯 말합니다. 그래서 용서하라고 쉽게 충고하는 사람들에게 마구 소리칩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무한대로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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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는 아버지를 용서할까, 혹 꿈속에서?
우리가 어릴 때 늘 홀로 버려둔 것을,
아니면 영영 버리고 떠난 것을?
아무 화를 낼 이유도 없는 때에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어
우리를 겁에 질리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한 것을?
엄마와 이혼해서, 혹은 이혼하지 않아서?
너무 지나치게 애정을 가져서, 아니면 문을 닫아버리거나,
벽을 사이에 두고 말을 하거나, 아예 침묵하거나,
혹은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해서?
(......)
만일 우리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나면,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 딕 로리 Dick Laurie, <어떻게 우리는 아버지를 용서할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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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용서하기가 더 힘들다


왜 용서가 이토록 어려울까요? 그것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던, 그 누구보다 먼저 나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용서가 더 어려운 것입니다.


용서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 상처가 마음에 생겼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잊은 줄 알았다가도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나타납니다. 그 순간 아픔까지도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정작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끔찍한 상처를 주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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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그 일을 기억도 못하고
저렇게 떳떳하게 살고 았는데,
왜 나는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할까요?

라며 어떤 분이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피해자 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고통을 기억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몫입니다.



나를 용서하지 마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해놓고는 "나를 용서하지 마"라고. 얼핏 이 말은 상대의 모든 비난을 달게 받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상대에게 용서받지 못할 만큼 죄를 지었다는 고백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너무 이기적인 말입니다. "당신의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습니다. '자수했으니 이제 나는 홀가분하다. 모든 처벌은 당신 손에 맡긴다'라는 묘한 심리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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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 사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면서 말합니다. 상처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용서하고 안 하고의 짐까지 상대에게 넘기면서 이중의 고통을 안겨줍니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차라리 괴로워하는 상대에게 겸손하게 용서해달라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문학치유 에세이 <내 마음을 만지다> 중 https://c11.kr/bb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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