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상실에 빠진 여자들은 남자를 처음 만나자마자 환상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가 지속되는 내내 그 환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관계 초반에 상대 남자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면 상대가 실제 이상으로 커 보이고 관계 자체가 비현실적이 됩니다.
다음은 여자들이 관계에서 현재와 현실에서 도피하고, 사랑의 환상에 빠지는 유형들입니다.
환상은 대처 방안 중에 하나입니다. 자신을 달래고 위로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몇 시간씩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환상을 만들어가며 외로움을 피하곤 합니다. 특히 자존감 없는 여자는 필요할 때 옆에 없거나 적절히 반응해주지 못하는 남자와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마다 환상으로 자신을 위로합니다.
다음은 유부남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상에 의존했다는 샤론의 말입니다.
유부남과 5년간 교제했어요. 마지막 잠깐을 제외하고는 사귀는 내내 그가 아내를 버리고 제게 올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가 아내에게로 돌아갈 때면 저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곤 했어요. 그럴 때면 저는 우리가 함께 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저를 달랬어요. 그러면 곧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고통이 다 잊혔어요.
유아기에 적절한 애착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여자들이 환상으로 자기를 위로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릴 적 힘든 상황에서 적절한 위로와 돌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할 때 대처할 방법으로 불러올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환상으로 자신을 달래고 위로합니다.
언젠가는 한 남자가 외로움과 불행에서 나를 구원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이자 신념이 구원 환상인데, 이것은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 조장돼왔습니다. 여자는 신데렐라처럼 왕자가 구원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사회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는데 여자는 자신을 실제보다 작게,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보이도록 조장합니다. 그뿐 아니라 자기 상실의 극단 지점에 가까운 여자들은 타인의 인정을 강렬히 바라고 구원자가 나타나 자신을 구하고 변모시켜줄 것이라는 이상적인 믿음을 갖습니다.
여자들이 잘 빠지는 또 하나의 구원 환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으로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것은 '공동 의존' 성향의 여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납니다. 이들에게는 구원하거나 돌봐줘야 할 것 같은 남자와 관계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공동 의존 성향의 여성은 남을 위해 삽니다. 타인의 요구를 미리 예견하고, 사실상 당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대신해줍니다.
이들은 부모 양쪽이나 한쪽이 술, 마약, 음식, 도박, 쇼핑 등에 중독된 가정에서 자란 경우 흔히 나타나는데, 이런 가정의 아동은 통제를 벗어났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이 됐을 때 중독 문제가 있거나 구원이 필요해 보이는 남자와 관계해 잘못된 통제감을 얻으려 합니다.
낭만적 환상이란 자신에게 꼭 맞는 진정한 사랑, 즉 '소올메이트'를 만나면 자기가 완성되고 온전한 존재가 될 거라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의 바탕에는 자신에게 부족한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과 결합하면 일종의 흡수 작용을 통해 그 자질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낭만적 환상에 빠지는 근원적 이유는 우리가 억압하고 은폐시키고 혹은 거부한 우리 자신의 어떤 측면과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발현되지 못한 어떤 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 자체로 인정합니다.
낭만적인 사랑은 상대가 가진 것을 탐낼 뿐입니다. 현실적인 사랑은 폭넓게 열려 있고 신뢰감을 줍니다. 상대를 제한하거나 억제하지 않고 소유하려 들지 않습니다. 상대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가 최선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주고 격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그것은 보살핌과 신뢰와 상호 존중에서 나온 관계입니다.
진실한 사랑은 우리 안에서
최상의 것을 꽃피워냅니다.
하지만 자기 필요에서 시작한 사랑은
최악의 것을 드러냅니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상대방도 그렇게 변합니다.
- 비벌리 엔젤,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https://c11.kr/8l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