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사하라 사막

#9 하우스노마드의 시작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향하여

사막 한가운데, 발밑의 모래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모래알들은 소리 없이 흩어졌고, 만약 지금 모래폭풍이라도 분다면 저는 소리소문없이 깊은 모래 더미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 광활한 자연 앞에서 저는 한낱 모래알에 불과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언젠가는 끝나게 될지도 모를 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지구 위에서 존재하는 시간 동안,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고 나니,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다시 예전에 가슴 한켠에 묻어놨던 '나이 들어 제가 살아갈 곳'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내가 늘 그리워하던 영국 런던으로 가볼까? 처음 비행기를 타고 갔던 그곳에서 다시 살아볼까? 그렇게 이리저리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늘 이렇게 저울질하다 보면 결국은 이뤄내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저울질한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거니까요.


그러다 문득 여기까지 오게 된 이번 여행을 되돌아봤습니다. 우연히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가게 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건 제가 그렇게 원하던 버킷리스트들이었습니다.


제가 꿈꿨던 버킷리스트는 딱 3가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모로코 사하라 사막.

아, 그럼 버킷리스트를 마저 완성해야겠습니다. 가자, 모로코 사하라 사막.


그렇게 저는 스페인에서 모로코 마라케시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흙빛 도시에서의 예상치 못한 시작

마라케시 공항에 저는 도착했는데 제 배낭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빙빙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그 어떠한 가방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저는 그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수화물 분실신고를 하고 저는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 마라케시 시내로 왔습니다. 하지만 미로 같은 마라케시 시내에서 제가 혼자 숙소를 찾아간다는 건 무리였습니다. 결국 숙소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현지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여행 상품을 팔기 위해 며칠 동안 제 숙소를 찾아왔었습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제 수화물이 분실된 걸 알고 도미토리 같은 방에 머물던 외국인 친구들은 슬리퍼, 반바지, 티셔츠 등을 하나씩 건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핸드폰, 지갑, 여권이 제게 있었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저는 마라케시 공항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방 왔나요? 아직도 안왔다구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저는 매일 공항으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간 제가 모로코에 온 진짜 이유를 망각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공항에 가서도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과감하게 가방을 포기하자. 노트북은 어쩔 수 없고, 옷이랑 새로 구입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공항에 갔더니 제 가방이 도착해있는 게 아닌가요? 마음을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다음날 저는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13시간의 여정, 그리고 사막

사하라 사막을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1박 2일로 밴을 타고 여행상품을 이용해서 여러 사람들과 패키지처럼 사하라 사막에 가는 방법, 또 다른 하나는 혼자 버스 타고 사하라사막 근처 마을에 가서 현지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사하라 사막을 가는 법입니다.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털털거리는 오래된 버스를 타고 13시간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면 뭔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었을까요? 덥고 불편해서 풍경을 볼 여유도 없고 잠만 잤습니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사하라 사막 인근 마을, 메르주가. 하필 제가 모로코에 도착했을 때가 라마단 기간이었습니다. 밤이 되니 현지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 주변에 많이들 모여있더라고요. 게다가 낮 기온이 40도가 넘어가는 계절이라 관광객도 별로 없는 비수기였습니다. 숙소에는 몇몇의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보였습니다.

그들과 다음날 1박 2일 사하라 사막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사막 앞에서 마주한 나라는 존재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저는 밤하늘의 별을 이불 삼아 덮고 자는 상상을 하며 이곳에 왔는데, 정작 밤하늘의 별은 다 어디론가 숨어버렸습니다. 모래썰매를 타며 모래 위를 뒹굴고, 낙타 등에 올라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까지 가는 동안 엉덩이는 얼마나 아프던지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걸으며 나라는 존재가 사막 위 모래 알갱이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언젠가 지구 위에서의 내 삶이 끝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제가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이 준 숙제

한국을 떠난 지 여섯 달, 저는 우연처럼 버킷리스트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제게 또 다른 질문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하면 잘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간다는 것,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며 현재만을 살았던 저에게 이번 여행은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과연 저는 그 답을 어떻게 찾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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