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규제

헌재가 던진 숙제 : 대북전단 처벌의 딜레마

by 빵부장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일명 대북전단금지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재판관 7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손을 들어줬지만, 2명은 "합헌"이라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25조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이 법은 대북전단 살포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었다. 미수범까지 처벌한다는 점에서 '칼날'이 예리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서 주목할 점은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전단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고, 이를 빌미로 적대적 조치를 취할 경우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평화통일이라는 국가 책무를 위한 법이라는 점도 수긍했다.


하지만 "전단 살포 자체가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직접적 위험을 가하는 행위는 아니다"라며 형사처벌까지는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최후 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최근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 일대에서 대북 풍선이 발견된 것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다른 실정법들로 대응하려 한다. 항공안전법으로 2kg 이상 물체를 매단 무인기구를 단속하고, 경기도는 파주·연천·김포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특사경을 24시간 투입했다. 고압가스관리법으로 헬륨 운반도 규제한다.


하지만 이런 '우회로'들의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민간단체들이 기습적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현실에서 사후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20년 남북관계발전법의 과도한 처벌과 2023년 헌재 판결 이후의 사실상 방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하지만 그 표현이 간접적으로나마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제한의 정도와 방법이다.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적 규제를 통한 사전 예방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접경지역에서의 대형 풍선 사용에 대한 허가제 도입, 일정 규모 이상의 전단 살포에 대한 사전 신고제,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오늘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가 열려 종합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헌재의 비례성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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