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이 도는 한남동 공관

의전서열 1•2•3위의 공관을 국민에게

by 빵부장


며칠 전 한남동을 찾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그 일대에는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국회의장, 대법원장 공관 등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 2022년, GTX-A 노선이 대통령 관저 지하를 관통한다는 해프닝이 한 차례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 철도 등이 지나면 반드시 협의가 필요한데,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 절차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국감 논란까지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GTX-A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한다고 주민 반발이 거셌을 때는 “대통령 관저 밑도 지나는데 은마는 왜 피해 가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국토부는 한남동 관저는 원래 외교부 장관 관저였기에, 이미 외교부와 협의가 끝났고 GTX 공사도 마무리되었다는 것으로 논란은 끝이 났다. 하지만 VIP의 자택 아래 GTX가 지나간다니 개통된 후였다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의 풍경이 기묘하긴 했을 테다.


그리고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섰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청와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관저도 포함될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 한남동 공관 부지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자료=중앙일보 2022년 기사


정부는 최근 9·7 부동산 대책에서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서울에 4천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다. 4만 8천㎡에 1,800 가구가 들어선다니 규모가 작지 않다. 그런데, 위 중앙일보 자료만 보더라도 한남동에 있는 주요 공관 부지의 전체를 물리적으로 합쳐보면 무려 5만 6천㎡가 넘는다. (2022년 자료라서 대통령 공관이 기존의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땅을 단순히 고위 공직자의 거주 공간으로 묶어두는 것과, 청년주택이나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것 사이의 사회적 가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30년 넘은 노후 건물을 정리하고, 외곽 지역으로 공관을 옮긴 뒤 이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구상. 국가 의전서열 1위 대통령,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 공관이 함께 모여있으니 여기만이라도 일부 개발하여 “지도층의 관저를 국민에게”돌려주면 얼마나 상징적일까. 서울 주택난을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혁신적 해법일지 모른다. 왜 땅이 없겠는가? 왜 묘안이 없겠는가? 뾰족한 수가 없다면 뭉툭한 수라도 내놓으면 된다.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 옆에 짓는 공공임대 아파트라니. 얼마나 멋진가. 멋모르는 내 개똥 아이디어지만, 실현된다면 단순한 주택 정책을 넘어 국민주권 정부의 상징적 선언이 될 것이다. 관건은 늘 그렇듯 의지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