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처럼 살아가기

by 빵부장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 중 하나를 소개한다. 녹는점 3,400°C. 모든 금속 중 가장 높다. 열을 가해도 버티고, 압력을 가해도 버틴다. 그래서 미사일 탄두에 들어가고, 항공기 엔진에 박히고, 우주선이 대기권을 뚫을 때 그 마찰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이름은 텅스텐.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tung sten)'이라는 뜻이다.


이 금속을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이 텅스텐을 포함한 25개 품목을 수출 통제 목록에 올리고, 최근 1년 사이 가격이 500% 이상 상승했다. 현재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8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문 걸어 잠그면 가격이 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소란 속에서, 강원도 영월 산골짜기의 낡은 광산이 눈을 떴다. 강원도 영월 상동광산. 왕년에 ‘세계 최대 텅스텐 광산’으로 불렸다. 1970~80년대에는 텅스텐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의 약 60%를 차지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1991년 5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상동광산의 생산원가는 mtu(중량 단위)당 약 120달러였지만 국제 시세는 7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1994년 폐광됐다. 광물이 바닥난 게 아니었다. 가격에 진 것이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흘렀다. 광산이 다시 깨어났다. 30년 전 가격에 패배해 멈췄던 기계들이, 이제 지정학의 손에 이끌려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2026년 3월 17일, '알몬티대한중석 상동광산 선광장 준공식'이 열렸다. 알몬티 측 계획에 따르면 상동광산은 연간 64만 톤의 원석을 처리하고, 품위 65% 기준 약 2,300톤의 텅스텐을 생산하게 된다.


이 광산의 부활을 이해하려면 워싱턴을 봐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 간 텅스텐 공급망 재편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2027년부터 중국·러시아·북한산 텅스텐의 국방 조달을 전면 금지한다. 미사일, 전투기, 장갑차와 같은 군사력의 핵심 소재를 적대국에서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알몬티는 미국 탄약 제조사인 텅스텐파츠와이오밍(TPW)과 산화텅스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동광산 생산량의 45%를 미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알몬티는 상동광산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본사를 캐나다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이전하고 2025년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제 미국기업이다.


옛날과 겹쳐 보인다. 1949년 12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협력국(ECA)은 강원도 상동광산의 텅스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당시 약 55만6000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량을 하루 350톤에서 450톤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6.25 전쟁이 터지기 불과 반년 전의 일이다.


정치도 여기 걸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부의 아들이다. 2025년 대선 유세에서 직접 밝혔다. 부친은 삼척 도계광산 노동자였고 큰형도 태백의 광부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폐광지역 성장 기반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자체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영월군은 산솔면 녹전리 기회발전특구 내에 연간 4000톤 규모의 고순도 산화텅스텐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며 광산–정제–첨단소재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공교로운 점은 2025년 6월 4일 대통령 취임 직후, 그의 아버지가 일했던 삼척 도계광업소는 같은 달 폐광을 결정하며 약 90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한 시대가 저물고 또 한 시대가 탄생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폐광지역에 있어 이번 정부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텅스텐은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쓰인다. 열을 받아도, 압력을 받아도 형태를 지킨다. 버틸 수 있다는 신뢰가 먼저 있어야 그 자리에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도 다르지 않다. 공급망은 재편되고 있고, 가격은 요동치며, 수십 년 된 질서가 다시 짜이고 있다. 어제의 폐광이 오늘의 전략 자산이 되고, 어제의 동맹이 내일의 경쟁자가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쉽게 녹지 않는 것. 쉽게 닳지 않는 것.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형태를 잃지 않는 것. 텅스텐처럼.



p.s. 근데 솔직히, 먹고살 일이 끊기면 상동광산에 광부로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심지어 외국계 기업인데 월급도 달러로 주려나. 아닌가. 휴머노이드 로봇들과 경쟁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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