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이름을 버리는 이유
나는 정리콤플렉스가 있는 정리수납전문가이다.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책상은 어지럽기로 소문이 나있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는 '어지러운 책상은 어지러운 생각을 의미한다. 하지만 텅 빈 책상은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을까?
하지만 많은 연구나 조사 들은 어지러운 환경이 스트레스를 주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사실 나는 몰랐다. 우리 집이 그렇게 어지럽고 지저분한걸... 다른 친구의 집을 가도 '그 친구의 집은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 우리 집이 어지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성인이 될 때까지,,,
대학에 가며 거주 독립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나의 어지러움이 빛을 발했다. 크게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지저분하게 만들며 살다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으면 그때 한 번씩 청소와 정리를 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의 엄마는 편찮으신 날이 많아서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나는 손빨래를 독학했고 된장찌개를 백과사전으로 배웠다. 그러나 정리와 청소는 독학하지도 책으로 배우지도 못했다.
그렇게 성인이 됐고 나는 가끔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청소 안 하는 지저분한 애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말 몰랐다. 남들이 그렇게 청소하며 정리하고 사는지...
그렇게 20대 후반이 되면서 결혼한 친구의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점점 눈이 트여 좋은 환경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생길 무렵... 신문 기사 하나가 내게 충격을 줬다. 기사의 내용은 한마디로 말해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일도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때 대학교 때문에 시작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와 우리 동네 지역 유선 방송의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었다. 동네 유일한 아나운서로 나름 자부심도 있었고 일 욕심도 있었던 시기라 그 신문 기사가 민감하게 다가왔다. 정리를 못해도 이 정도로 일을 잘하는데 정리까지 잘하면 나는 정말 훨훨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엉뚱하게 생각이 그렇게 뻗게 됐다.
그때 처음 정리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40대 중반에 진짜 이거다 싶은 기회를 찾아 그 계통의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정리수납전문가로 창업을 했다.
그사이 난 30살 이후로 우연히 15번이 넘는 이사를 하며 온갖 구조의 20-30평대 아파트를 섭렵했고 가구배치에 관심이 많았고 마침 마지막 회사는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 가전제품에 대한 상식도 풍부해졌다.
어쩌면 운명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리수납서비스 일은 행복했고 나는 빠르게 성장했다.
처음엔 2시간 서비스하기 위해 2시간을 달려가기도 하고 들어오는 일은 마다하지 않았다.
경험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렇게 경험이 쌓여 이젠 어느새 600번이 넘는 서비스 경험이 생겼고 그 경험이 "짬"과 "데이터"가 되었다.
"짬과 데이터"가 쌓여 나의 역량이 발전하는 것을 느끼는 것 말고도 달라진 집의 변화를 보고 행복해하는 고객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힐링이기도 했다.
변화된 환경을 보며 인상을 쓰거나 불편해하는 고객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유난히 더 행복해하고 부끄러워하는 고객을 보면 우리는(나의 팀) 간혹 돌아오는 길에 '유지할 수 있을까? 잘 유지하셨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하게 중얼거릴 때가 있다.
어떤 고객은 나름 잘 유지를 하기도 하고 어떤 고객은 처음과 비슷해진 집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땐 고객에 대한 약간의 원망과 함께 내가 고객의 일상을 잘 따라가지 못한 건가? 그래서 이렇게 돌아온 건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러나 600번의 서비스 경험으로 쌓인 '짬'과 '데이터'가 준 한 가지 명확한 진실이 나의 자책을 날려줬다.
정리의 기술은 간단한 공식만 배우면 해결되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습관의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자책을 그만두고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은 내 직업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씩 들여서 받는 일회적인 정리 서비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다 결국 아주 우연하게 놀라운 해답을 찾고 나는 정리수납전문가를 그만두기로 했다.